2017년 5월 ETRI 연구진의 성과 가운데 인터넷 포털을 뜨겁게 달군 관련 기사가 있었다. 연구진이 스마트폰 ‘무선 충전 컵’을 개발한 것이다. 전기를 무선으로 옮기는 셈이다. 직경 10cm 컵 안에 스마트폰을 툭 던져두면 충전이 된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전원을 찾아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새로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경우 서로 규격이 맞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일정한 공간 내에 그냥 넣기만 하면 알아서 충전된다니 꿈만 같은 일이다.
2017년 당시 이 기술을 보도한 기사에는 순식간에 댓글이 500여 개가 달리고 1,000여 개가 넘는 좋아요 수를 기록했다. 댓글도 선플이 훨씬 더 많아 매우 놀라웠다. 또한, 오늘의 주요 뉴스 IT 코너에서 당일 1위의 기사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충전 컵을 좀 크게 만들어서 여러 대를 넣을 수 있게 해달라, 충전기 케이블이 너무 자주 고장 났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니 반갑다, 운전 중에 컵홀더에 넣어 두면 충전이 되니 좋을 것 같다, 빨리 상용화해달라, 정말 혁명적이다, 전자파는 문제없나, 외국에 기술 유출이 안 되게 조심해달라, 충전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 등 수많은 의견을 제시했다.
노트북, 스마트 패드, 스마트폰 등 이동형 전자제품의 공통점은 사용을 위해서는 꼭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매일같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배터리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동영상을 자주 보고, 인터넷에 자주 접속해야 하는 오늘날의 사용 특성상 오후가 되면 배터리 충전량이 부족해 간당간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보조 배터리 사용도 늘고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로 인해 보조 배터리 시장이 열린 것이다.
ETRI 연구진은 2015년 말 1m 내에서 무선으로 전기자전거를 충전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자기공명 방식을 이용해 개발한 공간 무선 충전 기술이었다. 그로부터 약 1년 반 만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무선 충전기의 효율을 60%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상용화 수준은 70%여서 할 일도 많다. 연구진은 무선 충전 컵을 ‘E컵(E-Cup)’이라고 명명했다. E컵은 일종의 전력을 송신하는 송신기인 셈이다. 스마트폰에는 수신기를 부착했다.
연구진이 개발에 성공한 기술은 60와트(W)급으로 자기공명 방식을 이용한 무선 충전 시스템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간 충전을 시연하기 위해 연구진은 전기자전거에 먼저 적용해보았다. 전기자전거의 앞바퀴를 충전할 수 있는 공진기 사이에 두자 무선 충전이 이루어졌다. 충전 장치에서 마치 전기를 자전거에 쏘아주듯 송신기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완전 무선화하여 편리하고 안전한 충전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연구진은 공간 무선 전송 방식을 이용해 일정한 공간 구역 내에 충전이 필요한 스마트 기기가 들어오면 충전이 가능하게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와이파이 존처럼 일명 ‘에너지 존(E-Zone)’을 만든 것이다. 향후 이 기술이 완성되어 일반에 상용화되면 자동차의 컵홀더 부분이나, 가정 내 바구니, 책꽂이 등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홀더 내에 놓아두기만 하면 자동 충전되는 방식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최근 스마트폰 제조 기업도 무선 충전기를 쏟아내고 있지만, 이 같은 스마트폰 무선 충전은 패드형 구조여서 완전 무선 충전은 아니다. 패드형 충전기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줘야 충전이 된다. 거리는 7mm 내외로 엄밀하게 보면 공간은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충전 패드에 바짝 붙여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마트폰을 정확한 패드 위치에 정렬하여 밀착시켜야지 70% 효율 수준으로 충전할 수 있다. 하지만 패드 위치에서 조금만 틀어지면 충전이 중단되는 불편함이 있다. 이와 달리 ETRI 연구진이 개발한 E컵은 3차원 공간 내에서 충전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기존 무선 충전 방식인 자기유도 방식(2차원 패드)이 아니라 방향이나 위치, 정렬에 무관하게 충전의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기공명 방식이다. 공간 자체가 무선 충전을 할 수 있는 충전지대라는 의미다. 특히 자동차 내 컵홀더와 같은 곳에 툭 던져만 두면 충전이 된다. 향후 상용화하게 되면 자동차에 특히 유용할 전망이다. 흔들리는 자동차 내에서 스마트폰이 움직이거나 360도 뒤집혀도 위치와 방향,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제어가 가능해 최적의 효율로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E컵의 전송 거리가 현재는 컵의 내 공간, 즉 10cm 내외지만 향후 거실과 같은 생활공간인 5m×5m 정도의 거리를 구현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카페나 집의 거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스르륵 무선 충전이 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의 핵심은 3차원 공간 내에 자기장을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140kHz(킬로헤르츠)의 낮은 주파수로 기존보다 에너지 밀도를 균일하게 만들었다. 균일한 충전 영역을 뜻하는 ‘균일 장(Uniform zone)’을 만들어 컵 안의 공간 내에 있는 스마트폰이 위치나 방향과 관계없이 일정한 효율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전달이 되어 충전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들을 특정한 공간 내에서 충전하기 위해서는 균일한 자기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스마트 기기를 특정한 공간 내 어느 자리에 두어도 동등한 전력 효율을 내기 위해서다. 연구진은 현재 X, Y, Z축 내 3차원 공간에서 한 축을 이용해 충전하는 방식에 성공했다. 공간 내에서 무선으로 완벽 충전이 가능한 방식으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지름길을 발견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기존 스마트폰에서도 무선 충전은 가능했다. 물론 패드형 충전 방식이다. 이 같은 기술은 유선 대비 효율이 약 80% 수준이다. 한편 ETRI 자기공명 방식은 1m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유선 대비 약 58%의 효율이 측정된다. 패드형 방식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용화 수준은 70% 효율로 보고 있으며, 연구진은 이 수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ETRI의 조인귀 박사는 “향후 전기자동차 등 배터리 수요 및 시장 예측으로 볼 때 자기공명 기술은 획기적인 기술이다. 전기자동차는 물론 전기자전거, 전동휠체어, 세그웨이(전동 스쿠터) 등 이바이크(E-bike) 무선 충전에도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연구진이 충전 가능 거리를 늘림에 따라 향후 웨어러블 기기의 확산이나 사물인터넷 시대를 크게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본 글은 ETRI가 2018년 발행한 Easy IT시리즈 “세상을 바꿀 테크놀로지,『디지털이 꿈꾸는 미래』”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저자 ETRI 홍보실·정길호 출판사 콘텐츠 하다
ETRI가 펴낸 『디지털이 꿈꾸는 미래』는 우리에게 제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알려주고, 다양한 ICT 트렌드를 소개하여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흥미롭게 조망해 보는 책입니다. 본 도서는 예측 불가능하고 더 빨라진 기술 세상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적응하고 미래의 위험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좋은 지침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