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조의 중요성이 재부각되면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ICT가 제조 분야와 융합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IoT는 그 영역을 전 산업으로 확대하면서 최근에는 산업(Industrial) IoT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 발맞춰 제조와 IoT의 만남을 통해 초연결사회의 구현을 앞당기는데 일조하는 김현 책임연구원을 만나보았다.
미래 제조는 크게 4가지의 혁명적 변화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첫째 생산성의 극대화입니다. 로봇, 3D프린터와 같은 혁신형 장비와 IoT, 빅데이터, AI 같은 ICT가 제조와의 융합을 통해 현재의 자동화 수준을 지능화 수준으로 발전시키면서 생산성은 극대화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생산 방식의 변화입니다. 이는 생산성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필요한 기능을 갖춘 개인에 딱 맞는 스마트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현재 제조 트렌드는 기존 대량생산(Mass Production)에서 개인 맞춤형 생산(Mass Customization)으로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개인화 생산(Mass Personalization)으로 발전하는 추세입니다. 이처럼 개인화된 제품 생산을 과거 대량생산체계에서와 같은 비용과 시간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제조업 혁명의 핵심입니다.
세 번째, 이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SW 기업인 구글이 자동차를 만들고 제조기업인 GE가 SW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제조업에서 만들어 내는 제품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기보다는 서비스가 더해져 그 가치를 극대화하고 제품 판매는 물론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서비스까지 함께 판매하는 서비스화가 가속화될 것입니다.
또 마지막으로는 공장의 규모와 산업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올 것입니다. 개인 맞춤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남아 대규모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통해 미리 만들어 놓은 제품을 지구 끝에 있는 고객에게 유통하는 일이 이미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고객과의 근접성이 훨씬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소규모 유연 민첩 생산이 가능한 작은 공장에서 고객과의 근접성을 우선하는 공급망 체계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신발공장이 동남아에서 대량생산되기보다는 패션의 중심이 되는 도심 내 만들어져 고객의 수요를 받아 고객에게 빨리 공급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결국, 스마트팩토리는 이러한 제조 혁명의 방향에 맞게 발전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ETRI의 스마트팩토리는 ICT 기반 공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과거 공장은 ICT와는 별도의 자체 기술을 활용해왔습니다. 이유는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ICT 제품이라고 하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등은 공장의 기계와 비교했을 때 수명주기가 현저히 짧습니다. 공장의 기계 같은 경우 한 번 들여오면 10년 20년씩은 사용하니까요. 스마트폰의 경우 잠깐 통화가 안 돼도 아주 큰 일이 일어나진 않습니다. 하지만, 공장에서는 아주 잠깐이라도 통신이나 기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폭발이 일어나고, 큰 재난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산업용 기계들이 쏟아내는 데이터는 일반 ICT 제품이 쏟아내는 데이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데이터입니다. 이들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 역시 한치의 오류나 오차가 없는 고도의 정확성을 가져야 합니다. 이처럼 특성이 다르다 보니 산업용으로 쓰는 기술은 기존 ICT와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는 TCP/IP 네트워크가 아닌 필드버스(FieldBus)라고 하는 산업용 네트워크를 사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공장에서 기계 제어를 위해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라는 장치를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ICT의 급속한 발전은 보수적인 공장에 있는 산업용 기계와도 융합이 되고 있습니다. ETRI의 스마트팩토리는 ICT로 만들어진 공장입니다. 설비들은 모두 IoT로 연결됩니다. 네트워크도 직비(Zigbee)나 와이파이(Wi-Fi)와 같은 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PLC라는 컨트롤러 대신 임베디드 PC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데이터는 중앙에 수집되고 분석되며 예측됩니다. 이런 것들이 ETRI 스마트팩토리의 차별성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드버스(FieldBus)
현장을 뜻하는 필드(Field)와 통신을 뜻하는 버스(Bus)의 합성어로, 주로 생산 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통신 시스템 전체를 이르는 용어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이제까지 사용되어온 릴레이 제어반의 각종 릴레이, 타이머, 카운터 등의 기능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해 통합시킨 것
직비(Zigbee)
저속 전송 속도의 홈오토메이션 및 데이터 네트워크를 위한 표준 기술
미래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해 ETRI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봤습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혁신형 설비이고 두 번째는 ICT입니다. 먼저 ETRI는 혁신형 설비로 3D프린터와 로봇을 생각했습니다. 보통 물건이 만들어질 때 소재를 들여와서 가공합니다. 쇠를 깎거나 뜨거운 것으로 찍어서 소재를 가공하고 조립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그동안 가공이란 이러한 형태가 주류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최근 3D프린터가 아주 많은 발전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산업용에서 모든 걸 대체할 수 있다고 하긴 어렵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분명히 중요한 혁신형 제조 장비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로봇은 기존에도 많이 쓰였지만 새로운 형태의 협동형 로봇과 자율이송 로봇이 혁신형 설비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공장은 자동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개인 맞춤 제조를 위해서는 완전 자동화보다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하고 이를 위한 로봇이 바로 협동형 로봇입니다. 협동형 로봇의 제어방식으로 인해 로봇 티칭 역시 굉장히 쉬워졌습니다. 가격 역시 매우 낮아지고 있습니다. 로봇이 쓰이는 또 다른 분야는 바로 공장 내 물건을 이송하는 경우입니다. 기존에 대량생산에서는 컨베이어벨트나 AGV(Automated Guided Vehicle)을 활용해왔습니다. 하지만 공장 라인이나 물류가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고정된 방식보다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AMR(Automated Mobile Robot)이 중요한 혁신형 장비의 하나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ICT입니다. 기존 ICT가 컴퓨터를 중심으로 우리 생활 속에 있는 것들을 다뤘지만, 스마트팩토리에서는 설비를 다루는 것입니다. 사물인터넷 관점에서 사물이 이런 설비나 기계가 되는 것이죠. 이 때문에 기계나 설비의 특성에 맞도록 IoT도 바뀌어야 합니다. 바로 IIoT(Industrial Internet of Things)라고 합니다. 기존 공장에서 사용하던 필드버스와 같은 산업용 유선 네트워크는 우리가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산업용 무선 네트워크는 도전할 가치가 있습니다. 현재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완전한 무선 네트워크는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무선이란 공중에 전파를 타는데 얼마든지 간섭받을 수 있고 통신이나 데이터가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어하는 방식으로 무선을 쓰기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선은 꼭 필요한 기술이고, 도전할만한 경쟁력과 가치가 있는 기술입니다.
빅데이터와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 책을 사면 소비자가 어떤 책을 선호하는지 추천을 해줍니다. 책 추천은 잘못해도 “뭐 이렇게 친절해?”하고 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만약 공장에서 AI가 빅데이터를 잘못 분석하면 큰일이 될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올라오는 데이터의 경우 그 양도 엄청 나지만 오류도 많습니다. 환경도 열악하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기와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올라온 데이터 자체가 입력이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기존 빅데이터나 AI를 도입해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기술이 스마트팩토리에 중요한 핵심기술이지만 제조산업에 쓰이기 위해서는 어플라이드 엔지니어링(Applied Engineering)이 꼭 필요합니다. 향후 기술개발 방향도 기존 ICT를 기반으로 산업 IoT, 산업 네트워크, 산업 AI에 대한 개발로 이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무선화는 스마트팩토리를 위해 매우 중요한 기술임은 분명합니다. 지금 기술개발이 시작됐고 진행 중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Industry) 4.0의 경우 미래의 자동차 공장은 철저하게 개인화된 자동차를 만드는 생산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대량생산 방식처럼 설비가 고정되어 있고 부품이 이 설비를 거쳐 가며 최종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설비 자체가 스스로 이동하며 개인화된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설비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무선이 되어야 합니다. 즉, 전원선과 네트워크 선이 없어져야 합니다. 물론, 전원은 무선충전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공장 바닥이 아예 무선 충전기가 되는 것이죠. 아울러, 네트워크는 실시간 고신뢰 5G 통신이 필수적입니다. 이런 이상적인 공장이 가능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방향은 분명히 무선화를 지향하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와이어리스(Wireless)
무선 전신이나 무선 전화처럼 전선이 없는 방식의 기술
“2014년, 우리나라 제조 생태계를 바꿔보겠다는 마음으로 스마트팩토리 연구과제를 시작했습니다.” 6년 전 포부를 되새기는 김 현 책임연구원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열정이 가득했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산업은 대기업 중심의 계층적 구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층적 구조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점이 김 현 책임연구원이 본 연구를 착수하게 된 계기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현재, ETRI는 스마트팩토리 기술개발 결과를 기업에 기술이전한 상태다. 현재, 지능·제조융합연구실과 김 현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제조 생태계 구축에 일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 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