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체험을 선물하는
ETRI 큐레이터
1동에 위치한 정보통신체험관은 ETRI의 성과를 알리는 전시물을 비치한 과학문화 확산의 장(場)이다.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공간으로 이곳에는 전시물의 이해를 돕는 언변의 마술사들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걸음을 내딛는 관람객들에게 IT 세상과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는 두 큐레이터를 소개한다.
ETRI를 알리는 정보통신체험관의 큐레이터
현재 정보통신체험관에는 20여 개의 ETRI의 성과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존의 보는 ‘전시관’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관람객이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경험하는 ‘체험관’으로 변모 중이다. 김희연, 이서연 큐레이터는 이곳을 방문하는 연간 약 3만 명 정도의 많은 관람객들에게 기술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보통신체험관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두 큐레이터는 IT의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꿈나무들에게 눈높이를 맞춰 설명해준다. 하지만 역시 관람객의 대부분은 이공계 진학을 원하는 학생과 과학기술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 그리고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ETRI가 IT에 있어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연구기관이다 보니, 관람객들의 ETRI에 대한 기대 역시 크다.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두 사람은 더욱 긴장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외국인의 방문 또한 활발하다. 그 중에서도 개발도상국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 그들은 기술이전을 받을 것을 염두하고 실제로 자국에 상용화가 가능할지 꽤 구체적인 형태로 반응한다. 두 사람은 일종의 연결고리로서 이들에게 정확한 답을 주기 위해, 담당 연구 부서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정보통신체험관은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ETRI의 첫 이미지를 좌우하는 곳이기에 두 사람은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 두 사람은 관람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면서 동시에 이해하기에 쉬운 해설을 하고자 늘 연구한다.
그뿐만 아니라 직접 발로 뛰어 관람객을 찾아가거나 초청하기도 한다. 성과홍보실에서 담당하는 과학문화확산 활동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IT교실, 벽지학교 초청행사 등 IT기술을 접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의 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정보통신체험관 에피소드1, 위기상황
수많은 방문객들이 드나드는 곳이기에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이 많았다. 가령 관람객들의 대부분이 어린학생들인데 좀처럼 통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며칠 전에도 학생들끼리 싸우다가 디스플레이가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하필 파손된 디스플레이가 구하기 어려운 모델이라 수리에 애를 먹었다. 이곳에서 6년간 일을 한 김희연 큐레이터는 전시관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생기는 해프닝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히며, 이제는 견학 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교육을 철저히 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이서연 큐레이터는 일을 시작한지 한 달 남짓한 시기에 시각장애인 단체가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방문했던 시각장애인들이 어느 정도 기술들을 흐릿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평소와 다름없이 투어를 진행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마침 그날은 외부 전시회 준비로 체험관 내부에서 기술들을 패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요란한 소리가 체험관 안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시각장애인 중 한 명이 “우리같이 눈이 잘 안 보이는 사람들은 청각이 예민한데, 저 소리는 뭐요?” 라고 불편함을 호소하였다. 순간 그녀는 아차 싶어, 상황을 잘 설명한 후, 황급히 기술 패킹을 잠시 중단시켰다. 그녀는 자신의 안일한 대처 때문에 관람객이 불편함을 느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날 이후 그녀는 그 날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장애인 단체가 방문할 때마다 불편할 만한 사항은 없는지, 좀 더 편하게 투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정보통신체험관 에피소드2, 보람찬 경험
“오늘 견학한 곳 중에 ETRI가 제일 재밌었어요!”
김희연 큐레이터는 더욱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견학 중간에 퀴즈도 내고 게임도 하는데 꼬마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 특히 위의 말을 들으면 참 고맙고 보람차다. 한 번은 천안에서 여고생들끼리 견학을 왔는데 끝나고 쭈뼛쭈뼛 호두과자 한 상자를 그녀에게 건넸다. “너무 감사해서 이거라도 드리고 싶어서...” 학생들끼리 돈을 모아 천안에서 사온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워서 한참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밖에 이메일이나 문자로도 감사의 말을 보내주는 이들이 많은데 덕분에 오랜 시간 동안 보람차게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If you come to Hong Kong in the future, please don't hesitate to contact me. Let's keep in touch!”
이서연 큐레이터 또한 일정이 끝난 후 방문객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들었을 때 더욱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 인상적인 일은 어느 홍콩 국적의 관람객이 홍콩에 오면 주저하지 말고 자신에게 연락하라는 인사의 말을 전했을 때다. 그밖에 체험관 투어를 마치고 진심으로 IT에 흥미가 생기고 ETRI라는 기관에 관심이 생겼다고 하거나, 또는 일정을 잘 이끌어준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할 때 그녀는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직접 만지고 경험하는 ETRI 정보통신체험관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전시관을 보고 ETRI에 온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체험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참 좋네요.”이다. ETRI 체험관은 구 전시관에서 체험관으로 이름을 바꾼 후로 최대한 사람들이 직접 기술을 참여하고 체험해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IT기술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연구기관의 특성 상 최신 기술의 업데이트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두 큐레이터에게는 늘 아쉽다. 다른 기업이나 기관들보다 훨씬 앞서가는 기술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이 끝나야만 전시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에게 공개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ETRI가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곳인 만큼 눈에 보이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부족하다. 이런 경우, 정말 훌륭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는 쉽게 와 닿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이 보완된다면 더 좋은 체험관이 될 것 같다고 두 사람은 소망을 밝혔다.
큐레이터로서의 계획
김희연 큐레이터
ETRI에서 좋은 기회로 다양한 고객을 만나고 과학문화확산 행사에 참여하면서 많은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특히 평소에 과학을 접하기 어려운 장애인, 산간벽지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무엇보다 반갑고 기쁩니다.
내년에는 이처럼 정보통신기술의 혜택으로부터 소외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초청해
ETRI를 체험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포부는 인생을 즐기는 것입니다. 아직 해보지 않은 일, 가보지 않은 곳이 많기에 지금처럼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능한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고 싶습니다. 올해는 미뤄뒀던 스페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서연 큐레이터
“어렸을 때 가족신문을 만들 때 새겼던 집 가훈은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였습니다. 처음 ETRI에 들어왔을 때도 제 개인적인 다짐은 여기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지금 있는 자리,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늘의 계획이자 앞으로의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