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공장을 위한 가치 있는 도전
김호연 가치소프트 대표이사
Vol.248 February
한국통합물류협회(KILA)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택배 시장의 물동량은 51억 5천만 개로 집계됐다.
42억 1천만 개였던 2022년 물동량보다 22.4% 성장한 수치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물류 시장 속에서
자동 분류 기술로 소비자와 함께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물류 자동화를 위한 폭넓은 도전에 힘쓰고 있는 가치소프트이다.
안녕하세요. 가치소프트 대표이사 김호연입니다. 가치소프트는 ETRI에서 시작해 만 13세가 된 중소벤처기업입니다. 비전 기술로 시작해 물류 자동화 기술, 2D, 3D 비전 기술까지 영역을 넓혀 운영하고 있는 회사예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도 함께하고 있어서 스펙트럼이 넓은 회사죠.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은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했었어요. 그런데 공부를 계속하고 연구소에 입소하게 되면서 창업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던 중 연구년으로 1년 외국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창업에 대한 마음이 더 커졌어요. 마침 ETRI에서 창업을 장려하는 예비창업제도가 생겼는데요. 이 예비창업제도가 기회가 돼서 가치소프트를 설립하게 됐어요.
사실 연구원에 있으면서 답답한 마음이 있었어요. 연구한다는 것은 정부 과제를 따야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과제를 주는 발주처의 담당자들을 모두 설득해야 했거든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서 제안해도, 그 사람들이 설득되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는 구조인 거죠. 차라리 ‘시장에 기술을 내놓고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가진 작은 아이디어나 재능이 내 열심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 되겠구나 싶었죠.
가치소프트의 ‘가치’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Value와 Together예요. 후회하지 않을만한 가치 있는 일을 함께하는 회사라는 의미죠. 설립 초창기부터 함께 해준 동료 한 분과, 이후 회사의 규모가 커진 후 추가로 합류하게 되신 두 분, 총 저 포함 4명이 ETRI에서 나와 함께 시작한 멤버예요. 지금은 더 많은 분이 가치 있는 일에 함께 힘쓰고 계세요.
ETRI에서는 주로 우편물류자동화와 관련된 기술 개발을 했어요. 제가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컴퓨터 비전 쪽을 전공했기 때문에 우편물에 기재된 한글 주소를 인식하는 인식 시스템 개발 업무를 맡았는데요. 영상처리, 문자인식, 주소 해석 기술을 연구하면서 한글 주소 인식 시스템을 개발하다 보니 이 SW가 탑재돼 운용되어야 하는 우편물 자동 정렬기 개발까지 하게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한글 주소 인식으로 인해서 물류 자동화 분야로 발을 들여놓게 됐죠.
ETRI에서 팀원도 했고 팀장도 했었는데요, 있던 위치에 따라서 느끼고 배운 것이 있었어요. 팀원일 때는 팀장으로부터 좋은 점을 배우고 아쉬운 점을 생각해보게 됐고, 팀장일 때는 팀원과 다르게 팀원의 장점과 아쉬운 점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죠. 좋은 리더가 되려면 어때야 할지, 팀원들의 협력을 어떻게 끌어내야 할지를 조금은 배웠습니다. 이 부분은 지금도 숙제이기도 해요. 이 외에도 특허 출원에 관한 것이나 행정적인 업무에 대한 것도 배운 것이 많이 있어요.
현재는 3D 비전 기술 분야와 물류 자동화 사업 분야에 주력하고 있어요. 3D 비전 기술은 검사 장비나 로봇과 연계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로 향후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화 산업의 핵심 기술이죠.
2015년에 새 주소 기반의 새 우편번호가 도입되면서 우정사업본부의 기존 우편물 구분기가 6자리 우편번호밖에 인식하지 못해 이를 개조해야 하는 사업이 있었어요. 우편물 구분기에 한글 주소 인식 시스템을 탑재해서 한글 주소와 새 우편번호를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편물을 자동 분류하도록 하는 사업이었죠.
이 사업을 저희 가치소프트가 맡게 되어 우편물 구분기에 저희가 개발한 한글 주소 인식기를 탑재하게 됐어요. 현재 전국의 우편물은 저희의 주소 인식기를 거쳐서 각 가정에 배달되고 있답니다. 저희가 개발한 것이 전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름 뿌듯합니다.
그 외에도 CJ대한통운의 전국 서브터미널에서 바코드를 인식하는 스캐너와 부피를 측정하는 SW도 저희 기술이 탑재되어 있어요. 몇몇 물류센터에 저희가 납품한 화물구분기와 스캐너가 동작하고 있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임팩트 있는 제품이 나오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그런 제품이 나올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물류 분야의 선두 기업은 1단계 기계적 자동화가 거의 마무리되었고, 2단계 스마트 자동화로 넘어가고 있어요. 후발 기업은 자동화를 도입하는 단계인데, 1단계로 할지, 2단계로 바로 넘어갈지는 기업 상황에 따라 다를 거예요. 결국 운영 인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자동화가 진행될 거예요.
저희는 기존 1단계 기계적 자동화에도 대응하면서 스마트 자동화를 위한 기술을 개발해 왔어요. 저는 물류 자동화 산업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비전 기술과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할 거라고 예상해요. 여기에서 저희는 3D 비전과 지능적 제어 SW 기술을 이용해 자동화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현재 국내 여러 대기업과 비전 기술을 이용해 POC 단계에서의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한, 신제품 개발도 계속하고 있는데, 기존 제품과 차별적인 특장점이 있는 자동창고나 소형 물품 피킹 시스템과 같은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3D 비전과 로봇, 그리고 물류 자동화를 주력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에요. 로봇의 경우에는 다른 회사와 협력해서 관련 산업에 진입할 예정이에요. 올해가 도약의 해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향후 2년 더 준비해서 IPO를 하려고 해요.
저는 사업에서 분야도 중요하지만, 어떤 회사가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규모가 커지고 성장하더라도 역동성과 유연성을 잃지 않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많이 도전할 수 있기 위해선 도전 비용을 줄여야 하겠죠. 회사의 일하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시스템을 어떻게 갖춰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회사의 시스템을 잘 갖추되 계속해서 변화하고 적응해 나가는 회사가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 사업 분야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추가되고 조정될 수 있어요. 시장이 커져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건강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그 시간을 너무 많이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쁘더라도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