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지연 6G 시대를 준비하다
네트워크연구본부 정태식 본부장
Vol.248 February
지금껏 소프트웨어는 계층별로 각자 최선을 다하는 형식으로 개발해 왔다.
이로인해 최적화가 잘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겼고,
이를 보완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바로 종단 간 초정밀 네트워크 기술이다.
네트워크 스택 기술과 네트워크가 연계돼 필요한 성능을 효율적으로 제공한다.
해당 기술이 개발된 계기를 물었다.
정태식 본부장은 추후 응용 서비스를 이용할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고려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답했다.
종단 간 초정밀 네트워크 기술은 크게 두 가지 기술로 구성되어 있어요. 첫 번째는 네트워크 종단 간 정보를 전달하는데 걸리는 지연시간을 정밀하게 제어해 주어진 지연 요구사항을 보장할 수 있는 시간 확정형 네트워킹 기술이고, 두 번째는 응용 서비스가 실행되는 단말 내부의 네트워크 스택 기술로, 네트워크와 연계해 응용 서비스가 요구하는 대역폭, 지연 등의 요구 성능을 만족하도록 하는 기술이죠. 참고로, 두 기술 각각 2022년 6G 원천기술 페스티벌 우수상과 2024년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이 정보를 주고받을 때 지연이 없을 수는 없어요. 빛조차도 1km당 수 마이크로초의 지연이 있죠. 저희가 연구하는 기술은 네트워크에서 트래픽이 몰리더라도 응용 서비스의 지연 요구사항에 따라 적절한 순서로 트래픽을 처리해요. 그래서 네트워크 종단 간 해당 서비스의 지연 요구사항을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죠.
기존에도 네트워크 종단 간 지연시간을 확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기술은 있었어요. IEEE의 TSN(Time-Sensitive Networking)이라는 기술이 대표적인데요. 이 기술은 이더넷 기반의 소규모 근거리망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반면에, 저희가 개발한 기술은 IETF에서 국제표준화가 진행 중인 DetNet(Deterministic Networking)이라는 기술로, IP/MPLS를 기반으로 TSN보다 광역화된 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그런데, 네트워크 종단 간 지연시간을 보장하는 것만으로 지연 없는 원격 서비스가 가능하지는 않아요. 단말 내부에서 응용 프로그램과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전송 프로토콜과 네트워킹 운영체제와 같은 네트워크 스택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죠. 기존에는 단말의 네트워크 스택과 네트워크가 서로 독립적으로 동작해 응용 서비스의 요구사항을 만족하기가 어려웠는데요. 저희가 개발한 성능 맞춤형 단말 네트워크 스택 기술은 네트워크와 서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연계함으로써 단순히 네트워크 종단 간이 아닌, 응용 종단 간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되었어요.
모든 원격 서비스에서 지연은 사용자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이에요. 그중에서도 저희가 개발한 기술은 가상현실, 증강현실, 홀로그램 통신 등과 같이,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는 대상이 마치 같은 공간에서 서로 교감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초실감 서비스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해요.
원격수술, 원격 머신/로봇 협업 등과 같이 매우 엄격한 지연 보장이 필요한 미션 크리티컬 산업은 더욱 활용 가능성이 높은 분야예요. 실감성 있는 원격 서비스의 보편화는 지리적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서로 다른 제조사 장치 간에 연결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네트워크의 속성상, 표준화가 매우 중요해요. 더불어 개선된 네트워크 특성이 서비스 이용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이려면 응용 서비스 수준의 실증도 필요하죠.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국제표준화와 핵심기술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고, 전문 분야가 아닌 초실감 서비스를 개발해서 실증까지 추진하느라 연구진의 부담과 고생이 매우 컸어요. 모든 연구원이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 끝에, 작년 12월, 대전-부산 간 초정밀 네트워크 기반 3D 볼류메트릭 라이브 원격 콘퍼런스 메타버스 서비스 시연에 성공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실험실 환경이 아닌 전국 규모의 네트워크 환경에서 시연을 진행하면서 일부 보완, 개선해야 할 점들도 발견되었는데요. 앞으로 개발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종단 간 초정밀 네트워크 핵심기술 개발 과제에 이어 작년부터 산업화를 위한 과제가 시작됐어요. 개발 기술을 보다 고도화하고 안정화해서 국내 전송 산업체가 개발 중인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또한, 현재 모든 분야에서 화두인 인공지능을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려고 해요. 대규모 언어 모델과 같은 초거대 컴퓨팅 응용에서 서버 간 통신 지연은 인공지능의 학습 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저희가 개발하는 기술의 좋은 응용 분야가 될 것 같아요.
출연연에 속한 연구원으로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네트워크 산업 성장에 기여하는 연구자가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