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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발걸음, 그 주인공을 만나다

최문기 前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24년이란 시간 동안 ETRI와 함께 혁신을 일궈낸 최문기 전 장관.
ETRI 원장 시절, ETRI 르네상스를 선언하고 쉼 없이 달려온 그의 발걸음은
대한민국의 창조경제를 위한 혁신의 발걸음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현재, 연구수행 시스템 혁신을 위한 연구행정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도전과 혁신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열정이 담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TRI 웹진 구독자분들께 본인의 소개와 근황을 전해주세요.

1978년 입소 후 연구원으로 21년, 원장으로 3년, 합계 24년 ETRI MAN 최문기입니다. 2016년 카이스트 정년퇴직 후 명예교수로, 카이스트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술과 상품이 글로벌공급망에 진입하도록 지원하고, 국제공동연구 및 기술사업화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한국연구행정협회장을 맡아 연구행정의 기반을 닦아가고 있습니다.

ETRI에서 연구원의 시절을 거쳐 원장의 직책까지 지내셨죠. ETRI와 함께한 긴 시간 중 가장 보람찼던 시간을 꼽는다면 언제인지 나눠주세요.

항상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1990년 초 싱글미디어 시대에서 멀티미디어로 전환하는 시기에 중요 역할을 하면서 보낸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큰 연구비가 아닐 수 있지만, 6개월을 기획해 단군 이래 최대인 6,850억 원 규모의 HAN B-ISDN 프로젝트를 만들고 수행한 경험이 기억에 남네요. 당시 ETRI 1년 총연구비가 3,000억 원 수준이었거든요. 연구프로젝트에서 연구수당(현재 20%)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든 것도 보람이었습니다.

2006년에 ETRI 르네상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원장을 맡아서 여러 가지 혁신을 이루어 낸 일도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WCDMA 기술료 소송을 시작해 애플사에서 1,400만 불 기술료를 받는 등 아직도 기술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기술사업화의 중요성을 설득해 당시로는 생소한 개념인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 일, ETRI 최초로 외부에서 경쟁하여 받아 온 400억 원으로 현재의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를 건축해 연구단지 랜드마크로 만들려 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15층이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왼쪽) 통신시스템연구단 OPEN LAB(오른쪽에서 두 번째, 최문기 전 장관) / (오른쪽) B-ISDN 워크샵(오른쪽에서 두 번째, 최문기 전 장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시절 기술 개발과 산업 시장 형성을 위해 힘쓰셨습니다. 현재 과학기술계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창업으로 산업과 사회를 만들자는 기치를 들고, 미래산업 형성을 위해 과학기술 기반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해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 내는 혁신이었습니다. 요즈음 이야기하는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지금은 과거처럼 Fast Follow-up으로는 부족하고, 기술적 리더십을 이루어 내는 것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목표 설정은 미래 기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파악해야 할 뿐 아니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술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지도 봐야 하죠. 마치 3축의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목표가 정해진다면 우리 능력으로 기술 획득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우선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문제에 접근해 빠른 시간 내에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무대를 상대로 한다면 더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몇 년 전 ETRI는 국가지능화를 선언했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빠른 시간에 실현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범위를 넓혀 간다면 미래는 보장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 유일 연구행정을 다루는 한국연구행정협회의 회장으로 지내고 계십니다. 한국연구행정협회가 어떤 곳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연구사업에는 다양한 업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구사업을 기획하고, 주어진 프로젝트를 목표와 일정에 맞추어 수행하고, 연구성과를 기록하고, 기술이전이나 기술사업화로 이루어 내는 큰 과정이 있습니다. 이 속에서 룰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연구관리를 하고, 구매하고, 결산 회계를 하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업무에서 행정 부분을 빼고 모든 업무가 연구원 몫입니다. 연구관리를 하고 그 과정을 보고하는 연구지원 업무를 연구원이 수행해야 하기에 연구원들이 고생이 많습니다. 좋은 결과를 내는데 온 힘을 기울였으면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연구원이 연구에 투입하는 시간이 37% 수준이라고 합니다.

프로젝트 예산이 증가할수록 업무가 늘어나고, 연구원은 연구 외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연구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70년 전에 이미 연구지원 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연구행정 체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일본도 이를 인지하고 20년 전부터 대비하고 있고요.

우리는 20년 전부터 연구비가 많이 늘어났지만, 이 부분에 인식이 낮았습니다. 이제는 피할 수 없기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선 연구행정직을 제도적으로 만들고, 연구행정직을 교육하고 양성해야 합니다. 연구행정직무를 정의하고 구체적인 자격을 부여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죠. 정부에서 앞장서고 있고, 국회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해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민간에서 이를 실행하는 곳이 바로 연구행정협회입니다. 이사회, 운영위원회,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행할 예산이 확정되면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연구직, 행정직에 종사하시는 분 중 이 부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적극 참여해 함께 효율적인 연구수행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연구직, 연구행정직, 행정직 모두가 자신들이 잘하는 일을 통해 더 만족감을 얻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장관님의 끊임없는 도전의 발걸음은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됩니다. ETRI에 바라는 점과 ETRI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ETRI는 꿈을 이루어 내는 연구소였고, 앞으로도 앞장서서 꿈을 만들고 그 꿈을 이루어 내는 연구소가 될 것입니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한다면 못해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ETRI는 다양한 기술 영역을 다루어야 하기에 각 조직의 연구업무에 매몰되어 함께 해결해야 할 업무에 소홀한 면이 있습니다. 결국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협력해야 합니다. 먼저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함께 논의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결정한 뒤 각자의 문제를 풀고 이를 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함께 바라보고,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연구하여 좋은 성과를 이루어 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장관님의 좌우명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꿈은 꾸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진인사대천명’, 현재 진행 중인 연구와 그 결과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최문기
서울대학교 응용수학과 졸업 후 카이스트 산업공학 석사, 미국 North Carolina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 ETRI 연구원으로 근무, 1999년 한국정보통신대학(ICU)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2009년까지 ETRI 원장을 역임했다. 2013년 4월,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내고, 2014년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이후 2016년 카이스트 명예교수로 정년퇴직했다. 2024년 현재, 한국연구행정협회장으로 연구행정 기반을 닦는 일에 힘쓰고 있다.

ETRI Webzine Vol.246 DECE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