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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 속의 작품:

메타버스와 전시

지난 몇 년간 메타버스의 개념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미술계에도 새바람이 불었다.
직접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는 메타버스 전시가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전시회를 그대로 구현한 공간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전시도 선보이고 있어 전시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렸다.

현실과 가상을 잇는 공간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는 1992년 미국 SF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스노우크래쉬’라는 소설에서 처음 사용됐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아바타를 활용해 인터넷 기반의 가상 세계에 접속해 활약하는 공간을 메타버스라 지칭한 것이 시작이었다. 메타버스는 ‘초월’의 뜻을 지닌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같은 가상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메타버스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산업 분야가 있다. 바로 예술 콘텐츠 분야다. 메타버스는 오프라인에서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한계를 부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온라인 전시는 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는 전시회에 아바타로 접속해 관람하는 방식, VR 영상을 통해 관람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되는 추세다.

온라인 속 전시장은 생각보다 친절하다. 원하는 작품을 클릭하면 커다랗게 볼 수 있고, 이와 관련된 설명이 글이나 영상으로 첨부되어 있기도 하다. 전시의 플랫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방명록이나 작품별로 댓글을 달 수 있는 기능도 제공된다. 메타버스 전시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떠한 제약 없이 원하는 작품을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속 전시들

권남희 작가의 <Sunshine and Flower: 허난설헌의 시와 예술/ 후원의 오후햇살과 담꽃> 스틸컷. 해당 사진을 클릭하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출처. 강원문화재단)

지난 8월부터 12월 현재까지 진행 중인 강원문화재단의 ‘강원다운’ 시각예술 프로젝트에선 흥미로운 전시를 선보였다. 권남희 작가의 작품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공개된 것이다. <Sunshine and Flower: 허난설헌의 시와 예술 / 후원의 오후 햇살과 담꽃>이라는 주제로, 허난설헌의 시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작가는 허난설헌의 생가를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해 관람객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생가와 더불어 곳곳에는 허난설헌의 시가 시각적 예술이 되어 펼쳐져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작품이자 전시장이 된 공간은 12월 24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VR 전시 투어 영상 스틸컷. 해당 사진을 클릭하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현재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전시도 집에서 관람할 수 있다. VR 전시 투어 영상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됐기 때문이다. 360°로 촬영된 실제 전시장을 배경으로 6개의 주제별 대표 집들이 소개된다. 해당 전시는 건축가의 집을 통해 2000년 이후 한국의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를 사회 문화적으로 살펴보는 전시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집을 둘러싼 자연환경의 변화를 담고, 사람과 동물이 공생하는 연출로 몰입도를 높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1년부터 ‘MMCA VR’ 영상 시리즈를 기획, 제작하고 있다. 한국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작품과 전시를 VR 영상으로 꾸준히 선보이는 중이다. 이미 끝난 전시도 아카이브 형식으로 데이터가 남아있어서 언제, 어디서든 국립현대미술관의 유튜브 계정에서 다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화면을 드래그하면 전시장의 360°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어 한 번쯤 VR 영상을 통해 전시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는 메타버스 전시. 앞으로 어떤 혁신과 발전을 거듭해 새로운 형태의 전시 문화를 선사할지 기대해 본다.

ETRI Webzine Vol.246 DECE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