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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센서, 화재 감지 기술과 만나 혁신을 이루다

국방안전지능화연구실 한규원 선임연구원

ETRI가 화재 감지기의 오경보를 예방할 지능형 화재 감지 기술을 개발했다.
5년이란 시간 동안 매진해 이룬 성과다.
97%까지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화재 감지 기술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연기를 마시며 연구에 임했던 한규원 선임연구원.
쉽지 않은 연구 과정이었지만,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음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비화재보를 대폭 감소시킬 수 있는 지능형 화재 감지 기술을 개발하셨습니다. 화재 감지 기술에 AI 기술을 접목하게 된 계기와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2015년에 국가화재안전기준이 개정되면서 화재 감지기가 대부분의 건축물과 공동주택에 도입됐는데요. 이후 ‘비화재보*’라는 문제가 많이 발생했어요. 기존 화재 감지기는 광학적 특징의 변화를 감지하는 단순한 구조여서 일정 조건만 맞으면 알람이 발생하는 방식이었거든요. 그래서 실제 화재가 아닌 상황에서도 경보가 울리는 경우가 빈번했어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학적 특징을 더 깊이 있게 분석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여기서 AI 기술의 강점을 활용하면 실제 화재와 비화재보를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고요. AI는 복잡한 데이터 패턴을 학습하고 인식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연기 감지기의 광학 신호를 정밀하게 분석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이러한 접근을 통해 90% 이상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지능형 화재 감지 기술을 개발하게 됐고, 비화재보를 대폭 감소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죠.
* 비화재보: 실제 화재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먼지, 수증기, 조리 연기 등을 화재로 인식해 화재 감지기가 오작동하여 발생하는 경보

연기입자 스펙트럼 분석기술의 원리

지능형 화재 감지기는 빛의 파장을 이용해 입자의 산란도를 측정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방법이 기존에 사용되던 화재 감지기와 무엇이 다른가요?

기존의 화재 감지기는 매우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어요. 빛을 발생시키는 발광 소자와 이를 감지하는 수광 소자로 이루어져 있죠. 연기 입자가 감지기 내부로 들어오면 빛의 경로에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요. 들어와야 할 빛이 차단되거나, 반대로 들어오지 않아야 하는 빛이 감지되면 알람을 발생시키는 방식이죠. 입자가 내부로 진입하면 알람을 울린다는 단순한 절차에 기반하고 있어요.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 방식을 두 가지 방향에서 기술적으로 발전시켰어요. 첫째로, 화재원이나 비화재원마다 발생하는 연기 입자의 크기와 분포가 다르기 때문에 광학적 특성, 특히 산란과 흡수 특징이 파장에 따라 다르게 변화하는 것에 주목했죠. 이런 변화를 효과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소형화된 센서를 개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둘째로, 연기 입자마다 각기 다른 유동 특성이 있어 시간에 따른 변화 패턴이 나타난다는 점을 활용했죠. 이 시간적인 특성을 측정해 분석함으로써, 단순히 입자의 존재 여부를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두 가지 특징인 ‘파장에 따른 광학적 특성 변화’와 ‘시간적인 유동 특성’을 활용했는데요. 지능형 화재 감지기는 화재와 비화재보를 구별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어떤 종류의 화재원이나 비화재원인지까지 분류할 수 있게 됐어요.

연구하시면서 가장 어려우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데이터 수집이었어요. 연기 입자의 특징을 분석하고 분류 모델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과제였지만, 무엇보다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죠.

연기 입자를 발생시키기 위해선 실제로 화재를 발생시키거나 다양한 조건에서 비화재보를 재현해야 했거든요. 이를 위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안전성 문제와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쉽지 않았죠. 초기 단계에서는 이러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어요.

다행히 현재 과제를 함께 수행하고 있는 공동연구기관의 도움으로 연기 입자를 생성하고, 유동을 제어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어요. 또한, 다양한 시험 환경과 조건, 방법 등을 정의하고 있는 미국의 표준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 규격을 고려해 실화재 시험장에서 다양한 연기 입자 발생 시험을 수행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그 결과, 시간적 및 광학적 특성을 포함한 화재원과 비화재보원에 따른 수만 건의 데이터셋을 확보할 수 있었고, 현재 분류 모델 성능을 달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함께 노력해 주신 참여 연구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지능형 화재 감지 장비를 시험하기 위한 기기

지능형 화재 감지기의 최대 특징과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능형 화재 감지기의 가장 큰 특징은 화재와 비화재보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는 기능적 요소예요. 기존 감지기들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시나리오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비화재보’는 영어로 ‘Nuisance Alarm’이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성가신 알람이라는 뜻이에요. 불필요한 알람은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죠. 실제로 최근 발생한 여러 화재 사고는 이런 성가심 때문에 자동 화재 탐지설비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안일하게 대응해 발생한 경우가 많았어요. 이로인해 사회적으로 큰 비용이 발생하고 있고, 비화재로 인한 오경보 출동으로 연간 약 200억 원의 비용이 소모된다는 분석도 있어요.

지능형 화재 감지기가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술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대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불필요한 알람을 줄여 사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실제 화재 상황에서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해지도록 돕는 거죠.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해요.

ETRI가 개발한 지능형 화재 감지 장비

해당 기술을 공기흡입형 감지기에 우선 적용하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상용화된다면 어떤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지능형 화재 감지 기술을 먼저 공기흡입형 감지기에 적용하게 된 이유는 이 감지기가 가진 고유한 특성 때문이에요. 공기흡입형 감지기는 감지 기술에 더해 파이프 네트워크*를 통해 감시 구역의 공기를 지속적으로 흡입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이를 통해 화재 초기에 발생하는 미세한 연기도 감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저희가 개발한 지능형 화재 감지 기술과 결합하면, 극초기 단계에서부터 화재와 비화재보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어 비화재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요. 이는 기존의 감지기들이 가진 불필요한 알람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죠.

현재 공기흡입형 감지기는 설비 비용 등의 경제적 이유로 인해 초기 화재나 먼지 등에 민감한 반도체 공정 시설, 화학 공장, 전산실 등에 주로 적용되고 있어요. 그러나 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나 물류 창고 화재 등으로 인해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 승강로 등에도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제도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공기흡입형 감지기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지능형 일반 감지기도 저희의 주 타깃이에요. 실제로 화재가 일어났는지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경량화된 모델이죠. 해당 모델도 외부 기술이전과 관련된 문의에 대응하고 있어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다양한 환경에서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고 비화재보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해 사회 전반의 안전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화재 예방과 안전 관리에 있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요.
* 파이프 네트워크: 공기 감시 구역마다 공기를 흡입할 수 있는 파이프를 설치하는 기술.

해당 기술은 산란 스펙트럼 측정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는데, 특히 주목하고 있는 응용 분야는 무엇인가요?

본 연구 과제에서 연기 입자의 특성을 추출하는 방식은 분광학(Spectroscopy), 즉 파장에 따른 빛과 물질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에서 비롯됐어요. 이런 접근을 통해 광학적 특성 이외에도 더 많은 특성을 추출할 수 있는 센서 기술과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추론할 수 있는 지능화 기술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 연구를 바탕으로 화재 감지 이외에도 다양한 도메인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실에서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응용 분야는 전기차 등의 누설 가스 분류와 초미량의 마약 탐지예요. 이 분야들은 미세한 입자나 기체의 특성을 정확하게 감지하고 분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기술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더 나아가 식품(Food) 및 화장품(Cosmetic) 분야까지도 확장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품의 품질 관리나 안전성 검사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거예요.

실제로 본 연구 과제의 광학 분석 센싱 기술을 활용해 화재 감지 분야 이외에도 퍼스널 컬러 진단과 같은 응용 분야로 기술 이전이 진행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성과도 거두고 있어요.

앞으로의 연구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국방안전지능화연구실은 연구원 R&R(역할과 책임)에 따라 사회 문제 해결을 가장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어요. 특히 국방과 안전 분야는 일반적인 연구만으로는 접근이 쉽지 않은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유행하는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함과 동시에, 항상 해당 분야의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국방과 안전 분야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기술의 혁신뿐만 아니라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를 통해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우리의 연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려요.

ETRI Webzine Vol.246 DECE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