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우리나라 ‘무궁화 위성 5A호’가 발사되었다. 이는 방송 통신위성으로 기존 커버리지보다 더 넓게 위성방송을 보여주고자 발사한 위성이다. 위성 제작은 프랑스 업체인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가 맡았고, 발사는 미국 상업 우주 발사 기업인 스페이스X가 플로리다 우주기지에서 수행했다. 그리고 지상과 통신하는 지상관제 시스템은 ETRI가 맡았다. ETRI 연구진은 천리안 통신위성 개발 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지상관제를 할 수 있었다.
무궁화 위성 발사 기사가 보도되고 난 뒤 각계각층의 수많은 인사로부터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우리가 만든 독립적 위성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힘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을까? 과연 우리의 힘으로 가능할까? 이에 대한 답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이 이용하지 않을 뿐이다.
위성의 기술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위성체 버스 기술이고, 두 번째는 탑재체 기술이다. 세 번째는 발사체 기술이고, 네 번째는 지상국 기술을 들 수 있다. 지난 2010년 6월 ‘천리안 1호 위성’이 발사되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독자 개발해 우주로 발사한 ‘통신해양기상위성(COMS, Communication Ocean & Meteorological Satellite)’이다. 이 위성의 수명은 대략 7년 내외다. 설계 시 수명은 7.8년이었다. 대략 7년이라면 이미 수명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활동 중이다. 그 임무를 연장해서 오는 2020년 3월까지 운영될 계획이다.
ETRI에서 개발한 통신 탑재체 수명은 12년이다. 물론 위성의 연료가 소진된다면 탑재체 수명에도 의미가 없어진다. 천리안 위성은 정지궤도 위성이다. 지구와 함께 자전하면서 돌고 있지만, 동경 128.2도가 원래 궤도다. 위성이 수명을 다하면 어렵게 확보한 정지궤도도 반납해야 한다. 천리안은 그동안 기상 탑재체 외에도 해양 관측 탑재체와 통신 중계기를 싣고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했다. 천리안 위성은 지난 7년 동안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통신은 물론 해양·기상 정보를 우리나라에 보내주는 등 국민 편의에 기여해왔다.
연구진은 천리안 위성 내 두뇌에 해당하는 통신 탑재체를 개발했다. 또한, 지상과 위성 사이를 연결하고 통제하는 위성 관제를 담당했다. 이 두 가지 기술은 성능 면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천리안 위성은 그동안 위성통신 공공서비스, 위성 신호 측정, 지상 단말 시험, 위성 관제 등의 임무를 수행해왔다. 연구진이 개발한 통신 탑재체는 주파수가 20~30기가헤르츠(GHz)의 고주파 대역인 ‘Ka’ 대역이다. 연구진은 Ka 대역 신호의 강우 감쇠(減衰)에 대한 취약점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서 감쇠란 파동이나 입자가 물질을 통과할 때 일부가 흡수되거나 산란되면서 에너지 또는 입자 수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적응형 모뎀 기술’이다. 이 기술은 우천 및 비우천 시를 구분하여 자동으로 신호를 변경해주는 모뎀 기술이다. 그동안 대역폭이 좁은 주파수 대역 위성 신호의 경우 강우나 빗방울에 따른 전파 신호 감쇠나 산란 등이 발생하는 강우 감쇠가 작기 때문에 많은 위성이 L, S, C, X, Ku 등 저주파 대역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탑재체 내 인쇄 회로기판(PCB)을 작은 반도체 칩으로 재설계하여 안정성과 수명을 높여 신호 손실도 줄였다. 아울러 위성 탑재체와 지상에서 송·수신할 수 있는 2세대 초소형 위성 단말(VSAT) 기술도 개발했다. VSAT는 초소형 안테나 단말을 말하는 것으로 직경 60~180cm의 접시형 안테나로 정지궤도에서 운용 중인 통신위성과 송수신 하는 소형 위성 지구국이다. 음성정보, 동영상 데이터 등 통신위성을 통해 송·수신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초소형 위성 단말을 이용하여 군, 해양경찰청, 소방청 등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Ka 대역 위성으로도 경쟁력 있는 광대역 위성 서비스가 가능했다. 또한, 통신 관련된 중계기 3개 채널을 개발하여 위성에 탑재해 그동안 원활한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 결과 통신 탑재체가 위성 송신 출력과 수신 감도 등 성능 면에서 세계 유수의 상용 통신위성보다 우수하고 안정적임을 증명했다.
천리안 위성 1호는 공공 통신위성으로서 행정안전부의 국가 재난 비상통신이나 기상청의 기상 데이터 전송, 해양수산부의 해양 관측 데이터 전송, 국방부의 군통신 서비스 등 9개 기관이 활용해왔다. 우리나라 안보와 국민 편의를 위해 활용된 것인 만큼 활용시 가격도 무상이었다. 공영 방송사인 KBS의 경우도 전남 신안군 홍도에서 재난 시험 방송을 위해 천리안 위성을 활용 중이다. 천리안은 특히 북한과의 대치 상황, 지진, 태풍 등 빈번한 육·해상 재난·재해 대응 등 국가 안보 강화 및 국민 안전을 위해 위성 사용 비용과 기능 측면에서 상용 위성과 차별화된다 하겠다. 이처럼 통신위성은 지상 통신망이 두절되었을 때 유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할을 해준다. 아울러 긴급 통신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는 전국 규모의 광역 사물인터넷(IoT)이나 8K-UHD 서비스 대비를 위해서도 가능한 유일한 기술이다. 따라서 그 가치가 보이지 않을 뿐이지 파급력은 막대하다.
천리안 1호에 적용된 Ka 대역 위성 기술은 4K 초고화질(UHD) TV는 물론, 초고속 인터넷 등 광대역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 기술이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경쟁적 상용화가 추진 중인 최신 주파수 대역 기술이다. 연구진은 개발한 2세대 초소형 위성단말(VSAT) 기술을 위성통신 장비 제조업체인 넷커스터마이즈, 에이셋 등에 기술이전도 완료했다. 외국산 장비 의존도가 높은 국내 위성 시장에서 Ka 대역 통신 중계기 등 위성통신 시스템 전체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고 국산화에도 성공한 것이다. 특히 위성통신 기술은 일반 공간에서 검증하는 것이 아닌 우주 공간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검증이 필요해 더욱더 정교해야 하며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연구진은 그동안 산업체를 대상으로 천리안 위성을 통해 많은 실험을 무상으로 해준 바 있다. 따라서 ETRI의 천리안 위성 탑재체 기술 보유 의미는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독자 위성통신 기술 확보를 뜻하며 노하우의 축적이라는 큰 의미도 지닌다.
또한,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 주도의 대용량 위성(HTS) 탑재체 시장 진출의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통신위성의 경우 그 비율이 시장 규모로 봤을 때 전 세계 위성 시장의 50퍼센트가 넘어 시장 전망도 밝다. ETRI 연구진은 “인공위성 기술 중 지상국 기술은 100% 국산화에 도달했다. 위성 관제 시스템은 모두 개발을 마친 것이다. 지상국은 순수 우리나라에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궁화 7호 위성 발사를 통해서도 기능과 안전성을 검증받았지만, 이번 발사한 무궁화 위성 5A를 통해 국산 인공위성 관제 시스템의 수출 가능성도 한층 높였다.”라고 말한다. 이는 무궁화 위성 발사를 통해 우리나라도 우주 강국으로 가는 첫걸음을 뗀 셈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위성을 통해 보내온 센서 데이터를 어떻게 잘 가공하고 처리해서 중요한 데이터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이러한 알고리즘 개발은 환경 전공 분야 교수와 ICT 연구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할 작업이라고 연구진은 말한다. 아울러 통일에 대비해서라도 꼭 필요한 기술이 바로 위성통신 기술이다. 북한 지역에서 남한 지역으로의 통신이 현재로서는 인프라 부재로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소형 위성단말(VSAT)을 이용한 위성통신 기술은 꼭 필요한 기술이며 재난·재해나 긴급 상황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자산이다.
본 글은 ETRI가 2018년 발행한 Easy IT시리즈 “세상을 바꿀 테크놀로지,『디지털이 꿈꾸는 미래』”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저자 ETRI 홍보실·정길호 출판사 콘텐츠 하다
ETRI가 펴낸 『디지털이 꿈꾸는 미래』는 우리에게 제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알려주고, 다양한 ICT 트렌드를 소개하여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흥미롭게 조망해 보는 책입니다. 본 도서는 예측 불가능하고 더 빨라진 기술 세상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적응하고 미래의 위험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좋은 지침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