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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42
November 2019

Interview — RF/전력부품연구실 문재경 책임연구원

차세대 전력반도체
최초 상용화
를 일구다

RF/전력부품연구실 문재경 책임연구원

산화갈륨은 새로운 전력반도체로서 기존 실리콘이나 질화갈륨, 탄화규소 재료 대비 혁신적으로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들 재료를 바탕으로 만든 와이드 밴드 갭 기술보다 산화갈륨은 특성이 더 우수하다. 따라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전기자동차 등 전력반도체 소재로 다양하게 응용도 가능해 차세대 새로운 반도체 플랫폼으로 매우 유망하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도 시작단계인 연구 분야라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 발맞춰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는 문재경 책임연구원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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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펫을 설명 중인 문재경 책임연구원

힘센 반도체 ‘모스펫(MOSFET)’이란?

먼저 모스펫이라는 것은 반도체 디바이스인 트랜지스터의 일종입니다. 힘센 반도체라고 명명한 것은 사람도 힘이 세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듯이 반도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실리콘 트랜치 모스펫은 통상 200V 이하의 낮은 전압에서 파괴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산화갈륨 모스펫은 2300V의 아주 높은 전압에서도 견딜 수 있어, 힘센 반도체 혹은 극한 환경용 반도체라고 명명했습니다.

여기서 극한 환경용 반도체란 극고전압이나 고온·고압, 고충격, 고방사선 중 한 가지 이상이 존재하는 반도체를 말합니다. 예컨대 스마트 그리드, 철도수송, 풍력발전 터빈, 선박 및 산업용 모터, HEV/EV, 자동차 엔진, 태양광발전 인버터, 재난탐지, 원유탐사장비, 우주산업 등의 극한 조건의 환경을 견디는 반도체를 뜻합니다.

이러한 환경을 버티는 반도체로는 UWBG(Ultra-Wide Bandgap) 반도체라고 불리는 다이아몬드(Diamond) 반도체, 산화갈륨 반도체(Ga2O3), 질화알루미늄 반도체(AIN) 등이 있습니다.

산화갈륨 모스펫을 개발하기 전에도 2300V, 3300V를 견디는 반도체 디바이스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개발한 모스펫이 더욱 각광받고 관심을 끄는 중요한 이유는 더 작은 크기로 더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칩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칩을 사용하는 모듈이라던가 시스템 크기도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칩의 온-저항이 매우 낮아 에너지 효율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다른 형태의 반도체들이 존재했지만, 온-저항이 매우 커서 효율이 낮고 부피가 컸습니다. 이런 단점들을 없애기 위해선 기술개발을 통해 칩을 소형화하고, 성능을 높여가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이 중요합니다. 또한, 성능은 좋아지고, 크기는 줄어들고, 가격은 저렴해져야 하는 미래 신기술에 대한 현재 흐름에 발맞춰 차세대 반도체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트랜지스터
전류나 전압흐름을 조절하여 증폭하거나 스위치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자

질화갈륨 전력 모듈 예시와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모스펫 측정을 위한 셋업 모습

산화갈륨이 차세대 소자로 부상하는 이유?

산화갈륨 연구는 소재 강국인 일본에서 제일 먼저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반도체입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우리나라가 개발한 기술이 중요하고,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재료의 특성 때문입니다. 차세대 기술이란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해야 상용화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특성에 맞게 우리가 개발한 본 기술은 액상 성장(Melt-growth)법으로 만든 결정성이 매우 우수한 반도체를 사용합니다. 또 디바이스 성능이 우수하고, 기판의 대면적화가 쉬워 한 장의 반도체 기판에서 만들어지는 디바이스 수량이 더 많아 가격이 저렴합니다. 마치 큰 피자를 만들면, 작은 피자보다 조각당 가격을 싸게 팔 수 있는 원리와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고전압까지 견디면서 칩 단가를 더 낮출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자로 떠오르는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즉, 현재 있는 솔루션보다 더 성능도 좋고, 값싸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모스펫 디바이스 자체를 세계 최초로 만든 것은 아닙니다. 소재 자체가 일본에서 개발되었고, 모스펫 디바이스도 일본이 가장 먼저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차세대 기술개발에서는 성능을 점점 높여가는 것이 연구개발의 단계인데, 높여가는 과정에서 2000V 이상의 내압 (정확하게는 2321V)을 견디는 디바이스를 만든 것은 연구팀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산화갈륨 반도체 소재를 일본에서 전량독점판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소재를 국산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최근 대일무역 수출규제와 관련하여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액상 성장
(Melt-growth)
액체 상태의 반도체 소스 물질로부터 반도체 기판 단결정을 성장시키는 것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모스펫을 측정 중인 문재경 책임연구원

‘모스펫’이 적용 가능한 분야?

전력반도체는 사실 성능의 차이만 있을 뿐, 전기를 쓰는 곳 어디에나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기라는 것이 작게는 휴대용 제품에 사용하는 1.5V 배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는 없지만, 송전탑과 같이 극고전압을 전송하는 곳도 있습니다. 전압 레벨이 다를 뿐, 아주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이처럼 전력반도체 모스펫은 IT-컨슈머, 가전제품, 전기자동차, 태양광발전, 수력발전, 풍력발전, 고전압 전력전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모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산화갈륨(Ga2O3)은 기존 실리콘(Si), 질화갈륨(GaN),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보다 효율이 높고, 고전압까지 견딜 수 있어 소자와 모듈 그리고 시스템의 소형화와 저가화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최근 일본, 미국, 독일 등 반도체 강국들은 고온, 극고전압, 고방사선 등 극한 환경에 적용을 기대하고 소재, 소자, 모듈, 시스템 등 관련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기술 강화를 위해 추가될 연구?

산화갈륨 반도체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물성도 완전히 이해가 덜 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선진국처럼 대학, 연구소, 기업이 기초에서 응용까지 전 주기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정부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전력반도체 디바이스가 개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산화갈륨 소재와 부품 및 장비 기술의 국산화도 필요합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 디바이스 설계 기술, 제조공정 기술, 측정평가 기술, 신뢰성 향상 기술 등 체계적인 중장기적 프로젝트 기획과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또한, 세계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산화갈륨 소재의 고품질화, 대면적화가 진행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고전압, 고효율, 고성능 전력반도체 디바이스 개발이 빠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2017년 7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에피 소재와 전력 소자에 대한 씨앗 기술을 차근차근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제품에 사용될 수 있는 고전압, 대전류의 다양한 전력반도체 디바이스 기술을 추가적으로 새롭게 개발이 필요합니다.

에피
인조사파이어(Al2O3), 질화갈륨(GaN), 탄화규소(SiC), 실리콘(Si), 산화갈륨(Ga2O3) 등의 다양한 기판 위에 질화갈륨, 산화갈륨 등의 반도체 물질을 3차원적으로 원자스케일의 규칙성을 갖도록 얇은 막으로 성장한 핵심 소재

Editor epilogue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기술은 현재 글로벌 초기 단계에 있어 연구개발에 노력하면 선점의 기회가 많을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문재경 책임연구원의 목소리에는 세계 최초 상용화를 꿈꾸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는 2016년 국내 최초의 중장기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그는 2017년 12월 말 국책과제의 성공적 수행과 기술개발 가속화를 위하여 한국산화갈륨기술연구회를 설립하여 매년 2월 말에 전문학술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국내 산·학·연 관련 연구자들이 네트워킹과 개방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최근 발표된 모스펫의 우수한 연구 결과는 이러한 활동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도움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7월부터는 대학, 연구소 등 국내 연구기관에 산재하는 산화갈륨 원천 씨앗 기술을 융합하여 세계 최초로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일무역 및 수출규제와 관련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소재혁신프로젝트인 원천소재융합 기획과제에 ‘산화갈륨 소재 및 소자기술 개발’이라는 과제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그의 바람처럼 본 과제가 선정되어 우리나라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기술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