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현재 위치로 이동하겠습니다.” ETRI 민경욱 책임연구원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개발을 마친 자율주행차를 호출했다. 2분 후 자율주행차가 민 연구원 앞에 멈춰 섰다. 차량에 올라선 민 연구원이 “출발”이라고 말하자 앱에 미리 입력한 목적지로 자율주행차가 움직였다. 임시로 설치한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자 차량이 멈춰 서고, 갑자기 차량이 끼어들자 자율주행차도 멈췄다. 이 상황은 현재 연구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영화 속 상상하던 일들이 어떻게 현실에서 가능해졌을지 궁금해진다.
먼저 해외사례를 말씀드리자면, 미국은 이미 자율주행차를 통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웨이모 택시입니다. 사람이 호출하면 자율주행해서 목적지까지 가고, 돈을 지불하는 비즈니스모델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자율주행 비즈니스모델이나 진행 중인 사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아직까진 어렵게 보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술은 후발주자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학교가 가장 먼저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시작했으며, ETRI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술개발에 돌입했습니다. 현재 국내는 해외의 자율주행 기술에 비해 5년 정도 뒤처진 상황입니다. 현재, 연구진은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이며, 이를 위해 선진 기술들을 참고 중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구글의 웨이모가 우리나라에 와서 사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환경과 미국 환경은 매우 다릅니다. 가령 교통 표지판이나 신호등 형태 및 도로 모양이 물리적으로 다르고, 법적으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해서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자율주행에 초점을 두고 연구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아직 실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국내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게 된다면, ETRI 기술이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
먼저 자율주행에 있어 카메라 센서는 사람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연구진은 카메라 센서를 이용하여, 사람 눈처럼 인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의 역할은 주변에 차선이나 도로를 알아내어 차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합니다. 고성능 GPS를 쓸 수 있지만, 아직까지 오차범위가 굉장히 큽니다. 1억 원에 가까운 GPS도 도심지에 가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자율주행은 기본적으로 운전자가 탑승한 차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ETRI는 개발한 카메라 센서를 이용하여 차량의 위치를 인식하기 위해 차선과 주변 마크를 알게 만들어 줍니다. 신호등 인식도 카메라 센서를 이용하지만, 향후 5G 기술을 통해 정보를 받으려고 합니다.
또 라이다(Lidar)는 주변 장애물이 사람인지 차인지를 인식하게 해줍니다. 만약 차라면, 버스인지 트럭인지 인지하고, 운전자와 충돌 위험 여부를 제어합니다. 이처럼 주변에 있는 이동 장애물을 인식하는 역할로 라이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카메라를 통해 할 수 있지만, 라이다가 좀 더 정확합니다. 현재 라이다로 장애물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중에 있습니다. 아마 독자들은 라이다가 좀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자면, 라이다는 360도로 빛을 쏘았을 때 반사해서 오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때 쏘아진 빛을 통해 앞에 있는 물체를 감지하는 원리입니다. 라이다의 성능은 360도에서 16채널, 32채널, 64채널이 있습니다. 한 바퀴 돌면서 주변에 있는 포인트 데이터는 장애물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그 형태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알아내는 원리입니다. 즉, 첫 번째는 종류를 구분하고, 두 번째는 크기를 정확하게 인공지능으로 추론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추론하는 이유는 앞에 물체와 충돌이 예상될 때, 사람일 때와 차일 때 각각 액션이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자율주행의 인식·제어는 사람의 눈이라 보면 되고, 판단은 뇌의 역할로 생각하면 됩니다. 뇌 역할을 하는 기술이 주행 전략을 수립하는 셈이지요. 사람은 운전할 때 ‘신호등이 빨간 불이니까 어디에 서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는 ‘저 차가 내 차와 충돌할 것 같으니 정지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처럼 자율주행차도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뇌에 해당하는 부분의 연구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지나가니까 선을 밟지 말고 서야겠다.’, ‘교차로에서 좌회전해야 하니까 차선을 변경해야겠다.’ 이런 부분이 모두 주행 전략에 해당합니다. 물론 보완해야 할 부분도, 고민해야 할 변수도 많습니다. 현재 연구진은 부족한 것들을 추가로 차근차근 개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의 핵심은 결국 인공지능입니다. 그동안 인공지능 없이 자율주행 실험을 해봤지만, 그때 해결하지 못했었던 부분을 인공지능으로 점차 해결해 가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2년 전부터 자율주행 기술에 인공지능을 접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호등 인식입니다. 말씀드린 바 있는 라이다로 장애물을 예측하는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으로 가능해집니다.
인공지능의 핵심은 학습입니다. 학습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데이터라는 것이 무조건 수급해서 쓰는 것은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학습하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 값을 입력해 줘야 합니다. 가령 영상의 경우 이건 ‘차’라고 입력해 주고, 라이다의 경우 실제 차 형태를 입력하는 작업을 거쳐 기계학습 하는 것입니다. 결국, 인공지능의 핵심이 데이터이다 보니 데이터 수집이 가장 관건입니다. 우리가 데이터를 수집하는 연구용 차량에만 카메라가 10대, 라이다가 1대 부착되어 있습니다. 데이터가 정말 어마 어마 합니다. 라벨링을 통해 기계학습을 하고 있지만,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해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가까운 목표로는 자율주행 5단계까지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 단계는 3단계 수준입니다. 3·4·5단계 정도 되어야 자율주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 국내는 3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연구진은 차량 손잡이(Steering Wheel)는 물론 브레이크도 없는 완전 자율주행을 목표로 합니다. 이런 차가 도시에서 완전히 운행될 수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학습이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장기적 목표로는 연구진을 통해 완전한 자율주행차 기술이 개발되었을 때, 공공목적에 맞춰 교통 약자를 위해서도 운행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대중교통을 맘껏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연구진의 작은 목표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라벨링(Labelling)
알고리즘이 학습할 데이터셋의 악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
현재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에 있어 운전석을 비울 수 없다. 따라서 자율주행 기술로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처럼 기술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있는 자율주행 관련 법률이 내년 5월에 최종 결정된다. 민경욱 책임연구원은 “만약 제정 법률이 상용화 측면에서 유리한 쪽으로 완화만 되어진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웨이모 택시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짧은 시간 내에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이 나오진 않겠지만, 1차적으로는 제한된 구간에서 저속으로 주행하는 자율주행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동시에 셔틀 서비스가 공공목적으로 운행되면 더 보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서비스 도입 초기에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밤에는 운행할 수 없다거나 속도 제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이다. 그러나 다른 기술도 도입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시범서비스를 통해 개선점을 하나, 둘 찾아가듯이 연구진 또한 완전한 자율주행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