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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23
February 2019

ICT Trend  ____  자동통역 기술

블루투스 기반
자동통역으로
스마트폰
노터치 시대
를 열다

자동통역 기술

ICT의 발전에 힘입어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지능화, 네트워크화되고 있다. 특히 다국간 언어장벽을 허무는 자동통역 기술은 지난해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했으며,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언어장벽을 허물고,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필요 없는 혁신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ETRI의 ‘제로 유아이(Zero UI)’ 기술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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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의 ‘제로 유아이’기술이 적용된 지니톡 시연 모습

국제표준화회의가 인정한 <제로 유아이>

기존에 통역 및 번역이 필요해서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는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통역을 원하는 언어로 설정한 뒤에 말을 해서 스피커를 통해 해당 국가의 언어로 음성을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 사람들은 불편해했다. 스마트폰을 터치한 뒤 스마트폰에 말하고 상대방에게 들려줘야 하는 것이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통·번역을 원할 때 더 이상 스마트폰의 터치가 필요 없게 되었다. 별도의 조작 버튼을 터치하지 않고 자동으로 상대방 국가의 언어를 인식해 통·번역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척척 알아서 세팅하고 자동으로 통·번역을 해준다는 말이다. 이것은 바로 ETRI의 ‘제로 유아이(Zero UI)’라고 불리는 기술인데, 여기서 UI(User Interface)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라는 뜻이다. 더 이상 스마트폰 액정을 보고 묻고 답하는 일련의 행위인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필요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동안 연구자들이 수차례 미래 기술이라고 칭했던 기술이다.

자동통역과 관련해서 향후 이런 터치하지 않는 기술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6년 전부터 해왔다. ETRI 연구진은 2017년 프랑스 파리 표준협회에서 개최된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표준회의(IEC)(이하 ‘국제표준화 회의’로 칭함)에서 ‘제로 유아이’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통과시켰다. 제로 유아이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이 기술방식으로 외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자동통역을 적용시키려면 이제부터는 돈을 지불하고 써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이를테면 블루투스 통신으로 통역 대상을 탐색하는 기술 등 핵심 기술 7건을 국제표준 특허로 출원해두었다. 핵심기술을 개발한 뒤 특허를 출원함으로써 다른 나라의 기술이 본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게 진입장벽을 높여두자는 의미다. 이런 방식은 일종의 길목을 가로막는다는 의미에서 ‘길목 특허’라고도 부른다.

한컴인터프리에서 출시한 지니톡은 음성인식통역, 문자입력번역, 이미지내 문자 번역 기능을 제공

자동통역으로 무너지는 언어장벽

ETRI의 제로 유아이 기술이 국제표준에 채택됨으로써 별도로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기존 자동통역기 활용 방식이 제로 유아이 기반의 자동통역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가방이나 핸드백, 옷의 주머니에 넣고도 블루투스로 연결된 무선통신을 이용하여 헤드셋으로 통역할 수 있게 된다. 음성인식 기능으로 음성이 스마트폰으로 전달되어 헤드셋으로 실시간 자동통역되는 것이다. 통역이 된 음성은 상대방의 스마트폰을 통해 착용하고 있는 헤드셋으로 옮겨져 통역된 결과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이번 국제표준이 된 ETRI의 핵심기술은 2채널 음성처리 기술과 바지인(Barge-in) 기술 등이 쓰였다. 여기서 2채널 음성처리 기술이란 사용자 음성에 대한 감지 채널과 입력 채널을 분리하여 처리하는 기술이며, 바지인 기술은 합성음 재생 중에도 언제든 음성인식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주목할 점은 스마트폰이 자동통역할 상대방을 인식하고 해당 국가의 언어를 자동 채택하여 상대방이 다가와 말하게 되면 즉시 통역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이 ‘지니톡’ 앱을 깔고 인천 국제공항에서 프랑스에서 온 고객을 만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고객은 지니톡이 아닌 구글의 자동통역 앱을 깔아 놓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주머니와 핸드백에 각각 스마트폰이 들어 있고 블루투스로 연결된 웨어러블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끼고 있다. 이런 경우 서로가 얼굴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3m(미터) 내로 접근하면 지니톡 앱이 작동하며 서로 어떤 언어로 소통해야 하는지 세팅이 된다. 이때 우리나라 사람이 프랑스인 고객을 만나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해도 스마트폰은 자동통역을 통해 상대방 헤드셋에 “봉주르(Bonjour)”라고 실시간으로 들려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동통역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이 조용해야 했다. 주변에 다른 소음이 있다면 스마트폰이 통역하는 데 애를 먹었다. 지니톡 앱은 제로 유아이 기술이 적용되어 대화하는 사람의 음성이 마이크에 최적화되어 거의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로써 소란스러운 곳에서 자동통역 앱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남궁민수가 통역기를 통해 외국인 승객들과 대화하는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과학기술이 현실화되는 시대

제로 유아이 기술은 언어장벽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 기술을 개발한 ETRI 김상훈 프로젝트 리더는 “국제표준으로 이끈 기술을 평창동계올림픽에 시범 적용해 큰 호응을 얻었다. 향후 국내 연구진의 우수한 기술로 자동통역 기술의 세계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TRI 연구진은 자동통역 앱 사용자들이 통역을 실행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습관이나 기술적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함으로써 다양한 통신 환경 등의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ETRI의 자동통역 기술에 관한 성과가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 포털들에 댓글이 수천 개가 넘게 달렸다. 필자는 네티즌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편이다. 이번 기술개발로 소위 선플이 70% 이상이 되어 댓글 보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했다. 또한, 네티즌의 자동통역 앱에 대한 평가나 이해도 수준이 높아 놀랍기도 했다. 이 같은 뜨거운 반응 가운데 아랍어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의 댓글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학생들이 많이 슬퍼합니다. 제발 아랍어만큼은 자동통역 앱을 만들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걱정이 담긴 글이었다. 아마 아랍어와 관련된 진로를 결정할 때 취업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이 글을 통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자 한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자동통역 앱이라도 기계가 통역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다양한 상황에 따라 반드시 아랍어 같은 다른 외국어를 전공하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남궁민수 역을 맡은 송강호가 목에 건 통역기를 통해 외국인 승객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2013년 8월에 개봉했는데 6년 만에 현실화된 셈이다. 자동통역 기술과 관련된 사례는 다른 영화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약 40년 전인 1978년에 <은하철도 999>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 철이가 공룡처럼 생긴 외계인과 대화할 때도 자동통역기가 등장한다. 이처럼 우리는 영화에서 펼쳐졌던 상상 속 아이디어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본 글은 ETRI가 2018년 발행한 Easy IT시리즈 “세상을 바꿀 테크놀로지,『디지털이 꿈꾸는 미래』”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디지털이 꿈꾸는 미래

저자  ETRI 성과홍보실·정길호    출판사  콘텐츠 하다

ETRI가 펴낸 『디지털이 꿈꾸는 미래』는 우리에게 제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알려주고, 다양한 ICT 트렌드를 소개하여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흥미롭게 조망해 보는 책입니다. 본 도서는 예측 불가능하고 더 빨라진 기술 세상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적응하고 미래의 위험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좋은 지침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