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의 발전에 힘입어 우리는 예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누리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눈과 귀가 되는 전자책 서비스,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언어장벽을 허무는 자동통역 기술 등은 우리 생활에 가까이 또는 속속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ICT는 우리 생활 전반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도 함께 호흡하는 소통의 지평 또한 넓혀가고 있다.
ICT의 발전은 분야에 한정 짓지 않고 다방면으로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지금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한 기술과 서비스는 점점 발전하고 우리 생활에 가까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신체적 장애로 불편을 겪는 계층에게 장애를 극복하거나 이를 돕기 위한 시도들이 활발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이 사람을 위하고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4월, ETRI 연구진은 시각장애인이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이로써 시각장애인들은 더 많은 도서를 전자책(e-Book)을 통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나 음성도서 ‘데이지’라는 시각장애인용 도서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별도의 재가공이 필요했기 때문에 연간 4~10%의 도서만 한정적으로 제공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최근 발간되는 도서 대부분이 전자책으로 동시 발간되는 것에 착안해 시각장애인에게 더 편리하고, 공평한 정보 접근성을 제공하는 ‘씨(SEA) 플랫폼’을 개발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수식이나 표 등과 같은 학습용 콘텐츠 표현을 위해 한국어에 특화된 독음 규칙도 만들었다. 따라서 그동안 난제로 여겨져 왔던 책 속의 표나 그림, 수식 등도 음성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중학교 수준의 수식이나 표를 전달하는 기술적 단계이지만, 향후 전문적인 서적까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ICT는 사회적 약자와의 소통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비록 완벽한 기능 구현을 위해서는 아직 보완되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각종 오류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씨(SEA)플랫폼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용으로 제작된 전자책 콘텐츠를 바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
“도로 위 운전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소통은 중요하다. 차와 사람 그리고 도로 시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정밀한 대용량 지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차가 가야 할 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ETRI 연구진은 지난해 7월, 음성으로 자율주행차를 불러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핵심기술을 개발해 시연에 성공했다. 바로 자율주행차가 도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밀지도(맵)를 자동으로 만들고, 업데이트하는 기술이다.
ETRI는 본 기술이 자율주행차가 센서 정보와 정밀지도를 기반으로 주변 도로 상황 인식을 통해 운행되며, 인식된 결과를 사용해 정밀하게 지도를 갱신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오차범위 또한 10cm 이내로 세계적 수준에 달한다.
연구진은 본 기술이 자율주행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SW 기술의 탁월성이 경쟁 개발자들과 비교 시 우수하다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차량 내 탑승자가 없는 빈 차를 불러 자율주행을 하는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연구진은 향후 운전을 못 하는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교통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대중교통 취약지역의 이동을 지원하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통신 3사(LG유플러스·KT·SK텔레콤) 또한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2월 경기도 화성시 ‘케이-시티’에서 자율주행차량이 서로 소통하며,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협력 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아울러 지형·지물을 센티미터(cm) 단위로 표시할 수 있는 정밀지도(맵)를 구축하는 등 자율주행 통신 플랫폼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KT는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자율주행 버스 시험 주행을 마쳤으며, LG유플러스는 5G망을 활용한 원격 운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렇듯 미래 자율주행서비스는 ICT를 이용해 단순히 목적지로의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자율주행은 다양한 도시, 이동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서비스의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사회적 약자가 함께 호흡하며 편리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같이 누리는 행복한 세상의 탄생도 기대해 본다.
다국어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사용되는 자동통역 기술은 최근 딥 러닝(Deep Learning)을 통한 성능 향상으로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ETRI 연구진은 2017년 프랑스 파리 표준협회에서 개최된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전자표준위원회에서 ‘제로 유아이(Zero UI)’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별도로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사용하는 기존 자동 통역기 활용 방식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동 통·번역 기술은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한 후 말을 하고, 상대방에게 통역 결과를 화면으로 보여주거나 스피커로 들려줘야만 하는 등 사용의 불편을 겪어 왔다. 유저 인터페이스(UI)가 불편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대화가 도중에 끊기거나 스마트폰을 어렵게 꺼내 보여줘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아 서비스 확산이 걸림돌이 되어 왔다. 하지만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은 사용자가 블루투스 헤드셋을 착용한 후 말을 하면 음성이 스마트폰으로 전달되어 무선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통역된다. 통역된 음성은 자연스럽게 상대방 스마트폰을 통해 헤드셋으로 전송되고, 이로써 상대방과 시선을 교환하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듯 언어소통이 가능하다. 가방이나 핸드백에 스마트폰을 넣어두고 통역이 가능하단 의미다. 더 이상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필요 없게 된 셈이다. 그래서 이름도 ‘제로 유아이’로 붙였다.
해외 사례로는 2017년 11월 구글이 실시간으로 40개 언어를 동시통역하는 무선 이어폰 ‘픽셀 버드(Pixel Buds)’를 출시했다. 구글이 내놓은 첫 번째 프리미엄 무선 이어폰으로, 스마트폰에 꽂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블루투스를 이용한다. 또한, 통역 기능을 비롯해 인공지능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호출하는 기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모든 정보통신기술이 향하는 종착역에는 궁극적으로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정답인 듯하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대화, 콘텐츠와 사람 간 원활한 소통, 그리고 ‘사람 중심 ICT’라는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제로 유아이(Zero UI)
스마트폰 터치나 버튼
조작 없이자연스러운
대화 가능한 통역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