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을 향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는 요즘이다. 혹자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기술로 블록체인의 가치를 높이 사는 한편, 혹자는 암호화폐로 인한 투자 열기가 과열되며 위험성을 강조한다. 블록체인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SK텔레콤의 박재현 전무가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라는 제목으로 IDX Tech 세미나 연단에 올랐다. 강연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이더리움 플랫폼의 작동원리’, ‘블록체인 비즈니스’, ‘이더리움 플랫폼의 미래’ 순으로 진행됐으며, 박 전무는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로 처음 등장하였으나, 이제는 암호화폐의 통용을 넘어선 무궁무진한 활용가치를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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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
기원전 오세아니아에서는 혼자 움직이기도 힘든 돌을 화폐로 썼다. 오늘날 우리는 종이로 만든 지폐를 화폐로 사용한다. 의미가 없던 매개체가 많은 사람의 합의를 통해 화폐로 사용된다. 암호화폐 역시 마찬가지다. 박재현 전무는 ‘은행과 같은 중간 기관의 간섭 없이 금융 거래를 한다’는 목적 달성을 위해 수많은 암호화폐 사용자와 거래소,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채굴자, 필요한 기능과 오류를 수정하기 위한 개발자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암호화폐 생태계를 구성하고 성장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블록체인은 여러 건의 거래내역이 일정 시간마다 하나의 블록으로 묶여, 기존 생성된 블록에 체인으로 연결되어 기록을 연속적으로 보관하는 기술이다. 어떤 거래기록이라도 블록 속에 들어가면 모든 노드 간에 거래기록이 공유되어 조작이 어려워진다. 각 블록은 헤더와 바디로 구성되어 있는데 헤더에는 현재의 블록뿐 아니라 이전 블록의 해시(Hash)값, 넌스(Nonce), 머클루트(Merkle Root)등까지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블록은 거래의 타당성을 먼저 검증받아야 생성될 수 있다. 이전 블록 헤더의 해시값을 기반으로 넌스 값을 입력하여 특정 값을 보다 작은 해시값을 구하면 블록이 생성되며, 그 대가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특정 값을 찾기 위해선 넌스를 반복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 과정을 채굴이라고 하며, 작업증명(PoW), 지분증명(PoS)등의 합의 방식이 활용된다. 컴퓨팅 파워만 있으면 특정 값을 찾아 블록을 생성하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으니 참여하는 채굴자들의 숫자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작업증명(PoW)은 열심히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수많은 채굴자 중 특정 값을 가장 빨리 찾는 채굴자를 믿고 블록 생성의 권한과 인센티브를 주는 합의 방식이다. 최근의 지분증명은(PoS)은 작업증명 방식이 워낙 많은 컴퓨팅 파워를 소모한다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등장했으며, 많은 지분을 가진 자가 블록을 생성할 확률을 높인 방식이다. 모두 악의적으로 손실을 끼치는 것보다 정직한 노드로서 블록을 생성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전제에서 작동한다.
박 전무는 이더리움 플랫폼의 작동원리를 설명하며, 블록체인에는생태계 구성유지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철학이 녹여져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플랫폼의 블록 안에는 사용자와 암호화폐의 계정정보 뿐 아니라 거래내역을 증명하는 정보, 거래가 실행됐을 때의 트랜잭션 비용으로 가스라는 토큰이 발행된다는 내용까지 담겨있다. 이러한 인센티브 방식을 통해 서로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거래에 대한 이상유무를 합의하고 이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 요소 외에도 채굴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행동경제학적인 요인, 심리학적 요인들이 블록체인의 생태계를 키워나가고 있다.
02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가 온다
박재현 전무는 최근 블록체인이 각광받는 이유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꼽는다.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를 유통시키기 위한 플랫폼을 1세대 블록체인이라면, p2p로 연결된 아키텍처 위에 소스코드를 공유하고 실행시키는 기술이 2세대 블록체인이다. 이 실행 프로그램을 스마트 컨트랙트라고 하는데, 중간 매개체를 자동화 시키는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부동산 중개로 치자면, 집을 거래할 때 대부분 부동산 계약에 대한 무결성을 법률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부동산 중개인을 찾는다. 하지만 스마트 컨트랙트는 중개인이 없어도 자동으로 계약의 무결성을 보장한다. 법률보다 우수한 보안성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더리움을 예로 들면, 스마트 컨트랙트는 이더리움의 상태(계정정보)를 변경할 수 있는 프로그램화된 코드로, 상태 변화 함수다. 이더리움의 P2P 네트워크상에서 배포되어 블록체인 내의 상태 정보로 존재하다가 노드 내의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Ethereum Virtual Machine)에서 작동되면서 이더리움의 상태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는 자바스크립트와 유사한 Solidity를 포함해 다양한 튜링완전언어로 개발할 수 있다.
박 전무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한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중앙집중식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인터넷 포털이나 호텔예약사이트, 차량이용서비스 등의 지금까지의 중앙집중식 플랫폼은 모두 콘텐츠와 서비스를 모아놓고 사용자로 혹은 광고주로부터 이용에 따른 대가를 받는다. 그 수익은 모두 플랫폼의 소유주에게로 돌아간다. 플랫폼이 작동하고 수익을 만드는 데에는 사용자들 역시 공헌한 바가 크지만 사용자들에게 그 가치가 공유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산형 플랫폼에서는 플랫폼에 참여하면 각자의 역할과 노력만큼 암호화폐가 보수로 제공된다. 거래는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에 대한 보수나 규칙들 역시 참여자들의 합의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웹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작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인터넷이 웹 브라우저를 통해 중앙에 있는 정보를 조회해서 보는 정보의 인터넷이었다면 블록체인 기반의 웹3.0은 분산 프로세싱을 활용하면서 가치 자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가치의 인터넷이 될 수 있다.
물론 블록체인에는 현재 극복해 나가야 할 단점들도 많다. 블록을 생성하는 채굴에만 막대한 양의 전력이 소비되어 운영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 또 채굴에 참여하는 수많은 노드 중에서 50% 이상이 결합해 잘못된 트랜잭션이 담긴 블록을 이어나가게 된다면 비트코인의 무결성이 파괴될 수 있다. 더 많은 정보를 넣을 수 있으면서 빠르게 블록을 생성하도록 만드는 성능 개선의 문제도 남아 있다. 박 전무는 그럼에도 현재 많은 블록체인이 지금까지의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으며, 플랫폼이 성장할수록 모든 참여자가 그 성장 가치를 공유한다는 블록체인 플랫폼의 특성을 다양한 산업 전반에 활용할 것을 고려해볼 만 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