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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3 201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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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옛날엔 급식 없었어요?”

아이가 묻는다. “엄마, 저게 뭐에요?” 엄마를 향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동시에 아이의 손가락은 교실 한가운데 놓여있는 난로를 가리키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아이의 손가락은 난로 위에 켜켜이 쌓여 있는 양철 도시락을 향해 있다. “저거? 도시락”이라고 답하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한다. 그리고이내 다시 돌아오는 물음. “엄마, 급식 없었어요?”

이렇게나 세월이 흘렀다니.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급식으로 학교에서의 점심을 먹고 있지만 사실 이 급식이란 것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거늘, 도시락을 갖고 다녔던 그때가 왜 그토록 멀게만 느껴지는 걸까. 엄마는 문득 세월의 속도를 체감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추억박물관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에 아이와 함께 온 부모님들에게서는 공통적인 눈빛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자신의 아이들이나 앉을 수 있을 법한 책상과 걸상의 크기, 더불어 붓으로 덧칠한 상호와 친구들과 낄낄대며 사 먹었던 학교 앞 불량식품들. 이 모든 것을 보면서 부모님들의 눈빛은 한 층 추억에 젖는다.

이곳은 그런 곳이다. 폐교된 학교인 산성중학교에 어른들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부터 몽글몽글 추억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되리라 짐작했다. 현재의 학교에서 과거의 학교를 보여준다는 것이 다소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추억을 상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한 켠 마련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사실 이 곳에 들어서면 아이들보다 더 신난 이들은 부모님이다. “자기 학교 다닐 때도 그랬어?”라며,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고, 함께했던 과거보다 더 앞선 과거를 이야기하며 아이들은 공유할 수 없는 그들만의 웃음을 나눈다. 동시에 그들은 새삼 세월을 실감하고 부쩍 자란 아이들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벽화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그곳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는 군위 화본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벽화를 따라 조금만 걷다보면 어느새 폐교된 학교인 산성중학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해 동절기에는 오후 5시, 하절기에는 오후 6시까지 개방되는 이곳은 얼굴에 스치는 바람마저 6070, 그 시대로부터 날아온 느낌이다. 분위기가 제공하는 정감 때문인지 이곳에서 맞는 모든 것은 과거의 느낌과 동일하다.

또한 박물관은 친절하게도 관람객이 눈으로 하는 감상에서 그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체험 도구들을 비치해 놓았다. 88올림픽에서나 접했을 법한 굴렁쇠, 아이가 혼자 탈 수 있는 네 발 자전거와 늘 인기 만점이었던 ‘스카이 콩콩’ 등 6070 시대의 장난감들이 한가득이다.

동네 구멍가게, 문방구, 소리사, 사진관, 연탄집, 책방, 공중화장실, 만화가게, 이발소 등이 줄지어 있는 골목길을 걷고 있으면 마치 드라마 세트장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는 엄마 아빠가 잠시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동안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과거를 보고, 듣고,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추억은 우리의 기억보다 더 아름답다

사실 이곳 추억박물관에서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진짜’ 이유는 박물관이 위치한 화본역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작고 아담한 화본역은 주변의 수려한 자연 경관과 잘 어우러져 있어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중앙선에 위치한 화본역은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과 건물 등 1930년대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간이역의 향수에 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준다. 특히 역전상회 등이 있는 광장의 모습은 시대를 거슬러 오른 느낌을 받을 정도로 과거의 향수를 듬뿍 담고 있다.

봄에는 화사한 꽃들이, 여름에는 푸른 나무가 만개하고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살랑거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곳. 과거의 소소한 기억에 기대 싱그러운 미소를 한번 짓고 싶다면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아마 자신의 학창시절이 스스로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더 익살스러웠다는 것을 알게 되는 하루가 될지 모른다.

그러고 보면, 웃음 지을 수 있는 학창시절을 지닌 우리 모두의 과거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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