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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3 201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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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Q. 근황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선산을 가꾸고, 수려한 경치를 바라보며 낚시도 하면서 말이지요. 농사를 지은 지 벌써 7년째, 이제는 나름의 농사 철학과 비법도 생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젊은 시절부터 쭉 도시에서 지냈음에도 이곳에서는 제가 작물을 가장 잘 기르는 사람으로 통한답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언제나 원리를 생각하고, 늘 해오던 것에서 개선할 점을 찾아내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제게는 아직도 연구원의 피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

아침나절부터 해질녘까지, 하루 여섯 시간 정도는 밭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복숭아, 오디 등의 과수를 심었는데, 화학비료를 일절 쓰지 않고 정성껏 돌보니 얼마나 맛이 좋은지 모릅니다. 이외에도 배추, 마늘 등 거의 한 해에 서른 종 이상의 작물을 키우는 것 같아요. 땀 흘려 얻은 결실을 나눔으로써 가족과 이웃들에게 가장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좌우명에 대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일을 하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언제나 자신만의 가치관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사람들이 농사짓는 일이 힘에 부치지 않느냐고 물어보곤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여름에 밭에 가서 풀을 뽑고 있으면 땀이 비 오듯 쏟아져서 금세 옷이 다 젖어버립니다. 여름 동안에 흘린 땀이 ETRI에서 20년 일하며 흘린 땀보다 더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하지만 신성한 노동으로 흘리는 땀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힘이 들지 않습니다. 이상(理想)이 있으면 지치지 않고, 산을 오를 때 정상을 정복하겠다는 목표가 있으면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Q. 다양한 약력을 갖고 계신데,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1961년, TV 방송국이 막 창설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했기에 관심이 생겨 KBS에 입사하게 되었지요. 초창기 방송통신을 리드했던 원로들과 함께 일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TBC로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송신기 등의 장비를 모두 만들어야 했었습니다. 방송기기를 하나하나 조립해서 제작하고 방송을 시작했지요. 무모한 도전이었을지 모르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만물박사처럼 여기저기 불려 다녔던 걸로 기억됩니다. KIST로 일터를 옮겨 전자장치연구실장을 맡기도 했고, 어린이과학관, 국립과학관 등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전시관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는 선박연구원에서 공작실장 발령을 받아 대덕연구단지의 선형시험수조를 만들었는데, 거의 모든 평가에서 ‘Excellent’ 평가를 받았었지요. 그리고 마침내 ETRI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1978년 ETRI에 기술지원실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해서 1998년 명예퇴직하기까지,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보직을 맡으며 자부심을 갖고 일했습니다.

Q. ETRI 재직시절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초창기 멤버로서, 오늘날 ETRI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일조했다는 점이 뿌듯함을 느끼게 합니다. 젊은 날을 회상해 보면 항상 일에만 몰두했던 것 같습니다. 전송연구부에서는 세 개 실장을 겸직하기도 했었지요. 예나 지금이나 저는 잠이 없는 편이고 늘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당시 국간 전송 장치, 아날로그 교환 장치 등의 개발에 참여해 성공적으로 과제를 완수했으며, 광전송기술(PCM 다중화장치 KD-4) 등 선진기술의 국산화에도 힘을 보탰지요. 그것이 이후 TDX-1 개발의 밑거름이 되어 더 뜻깊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 개발기기를 도입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는 생각이 만연해 기업・기관들의 기피현상이 심각했습니다. 그 인식을 바꾸기 위해 ETRI의 우수한 인력들과 함께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조금씩 조금씩 그 생각이 변화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ETRI에 맡기면 반드시 해낸다는 믿음을 주었던 것이 지금 생각해도 가장 보람된 일인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국민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제안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를 사업화하기 위한 자문을 제공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타운에서 ETRI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도 창업 및 중소기업・기술지원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새로 개발한 기술 서비스등의 사업화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경험도 많지요. 멘토로 등록하기 위한 절차가 복잡해서 아직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그동안의 경험담과 이를 통해 얻은 생생한 지식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Q. ETRI 동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려주세요.

ETRI에 몸담았던 것이 자랑스러울 정도로 지금 원장님을 비롯한 모든 임직원 여러분들께서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과를 내주고 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ICT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긍지를 느끼며, 우리 후배님들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여러분들의 활약에 새삼 경의를 표하고, 앞으로도 정상을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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