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비행연구실 차지훈 실장
ETRI가 드론 연구를 시작한 지 대략 8년이 지났다.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된 드론 연구는 짧은 시간이지만 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항공 역학적인 기술, 제어에 대한 기술, 3차원 그래픽스 기술,
AI 기술 등 작은 드론엔 생각보다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이를 기반으로 자율비행 드론 개발이 한창이라는 소식에 자율비행연구실을 방문했다.
드론 연구에 많은 제약과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차지훈 실장.
그러나 경찰과 군과 같은 공공 분야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며 묵묵히, 최선을 다해 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이 기술은 숲속과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드론이 자율적으로 비행하며 실종자를 탐색하는 기술입니다. 저희 실은 2017년부터 드론의 ‘안전’과 ‘자율’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드론에 자율성과 지능을 부과하기 위한 SW 중심으로 연구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근래에는 GPS를 사용할 수 없는 복잡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비행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 개발에 집중하고 있죠.
경찰은 2020년부터 전국적으로 드론을 활용한 수색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공공기관 중 가장 활발하게 드론을 활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실종자는 계곡이나 숲과 같은 GPS 사용이 어렵고, 가림이 많은 곳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기존의 높은 고도에서 개활지를 탐색하는 드론만으로는 수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어요. 수색 전문 경찰들로부터 이런 고충을 듣고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필요성을 절감해 이 기술을 개발하게 됐어요.
SLAM은 ‘동시 위치 추정 및 지도작성’ 정도로 풀이될 수 있어요. 자율적으로 운행하는 모든 로봇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기술이죠. 가깝게는 자동 청소기, 서빙 로봇 등에도 단순화된 SLAM 기술이 탑재되어 있어요. 실외에서 운행하는 이동기기는 이미 확보된 지도를 기반으로 GPS를 이용해 자기의 위치를 추정하고 그다음에 진행할 방향을 정한다고 보면 돼요.
하지만 숲속과 같은 미지 공간은 지도가 없고, GPS 신호 수신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LiDAR를 이용해 3차원 환경지도를 구축하고 IMU의 보조를 받아 자신의 위치를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하죠. SLAM으로 지도 작성과 위치 추정이 되면 이후에 경로계획을 해요. 그리고 도출한 경로대로 비행 궤적을 만들어 제어를 통해 해당 궤적대로 비행하게 됩니다.
숲속, 실내와 같은 공간은 GPS를 사용할 수 없어요. 그래서 드론이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추정하는 기술을 탑재하고 있어야 하죠. 그래서 LiDAR를 사용해 공간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추정하고, 움직임 정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IMU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LiDAR와 IMU 모두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주야간 모두 사용 가능해요.
LiDAR는 레이저를 사용해 주변 사물(환경)의 거리를 측정하고, 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를 생성하는 센서예요. 레이저 펄스를 발사하고 목표물에 반사된 빛을 수신해 거리를 계산하죠. 이를 통해 고해상도의 3D 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LiDAR는 현존 센서 중 가장 정밀하게 거리를 측정(수 mm 수준의 오차)할 수 있고 시야각(FoV: Field of View)도 넓으며 조명의 영향도 크게 받지 않아요.
IMU는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를 포함한 센서로, 물체의 가속도, 회전 속도, 그리고 방향 변화를 측정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비행 중인 드론의 자세, 방향, 속도 등을 추적할 수 있죠. IMU는 초당 수백 Hz 이상의 업데이트 속도로 동작 변화를 감지해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다른 센서 값에 대한 보완이 가능하죠. 이런 특징은 고속 이동 중에도 자세 변화와 회전을 비교적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게 하고, 움직임을 감지하는 자체 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 환경 변화에 상관없이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어요.
LiDAR와 IMU를 동시에 활용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요. 이동체(드론)의 움직임 특성 등을 고려해 매우 신중하고 정교하게 구현돼 활용하고 있습니다.
*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 점 군, 점들의 집합이라고도 한다. LiDAR가 쏜 레이저 점을 3D의 공간 좌푯값으로 정리해 어떤 형상인지 판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로계획 기술은 ‘어느 것이 정답이다’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요. 응용 임무마다 효율적인 관점을 따져보면 다른 경로계획이 요구되기 때문이죠. 해당 응용 임무의 특성을 면밀하게 살펴야 효율적인 비행과 임무 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동굴 탐사의 경로계획은 제한적인 숫자의 유효 통로 중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에요. 반면 숲의 특정 면적을 꼼꼼하게 수색하는 임무에서는 모든 비어 있는 공간이 잠재적 유효 통로가 될 수 있으므로 보다 복잡한 경로계획이 요구되죠.
숲속 탐색은 기본적으로 ‘다음에 어디로 옮겨가야 더 많은 미지의 공간을 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경로계획을 수행하고 있어요.
자연(숲속)에서 반복적인 실험이 진행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참 많아요. 세계적으로 우리가 하는 것 같이 자연림에서 자율비행 연구를 수행하는 팀은 거의 없어요. 몇몇 그룹들이 식재(植栽)해 육성한 산림 지역에서 자율비행을 하거나 비교적 촘촘한 대나무숲에서 특정 방향으로 충돌회피에 중점을 두고 비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연림의 경우는 숲의 밀도를 계산하는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조림학에서 사용하는 육성을 위한 숲의 밀도 계산 공식을 3차원으로 확장해 자연림의 특정 구간 복잡도를 계산하는 산식을 도출했어요. 또한 직접 해당 공간을 LiDAR로 스캔해 숲의 밀도를 계산했죠.
현재는 드론 자율비행이 1단계 완성에 다다르고 있어요. 저희가 구역을 정해주면 드론이 지정된 구역을 실시간으로 자율 비행해요. 드론이 비행 정보와 Point Cloud, 전방 촬영 영상을 지상으로 전송하면, 지상에서는 실시간으로 3차원 Point Cloud 지도를 그리고, 경로계획 진행 상황을 보여주며 전송된 영상으로 인공지능 추론을 통해 사람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있어요.
상시로 쉽게 실험이 가능한 비행을 할 만한 넓은 숲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업무의 하나가 되었는데요. 다행히 ETRI는 캠퍼스 내에 몇몇 산책로를 보유한 숲이 있어서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늘 야외에서 실험을 수행하니 계절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여름의 무더위와 모기, 겨울의 추위는 상시적인 어려움이죠. 이러한 제약으로 1년에 몇 달밖에 야외 실험을 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인력난이 가장 어려웠어요. 우리나라에서 드론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ETRI에서도 2017년에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으니 빠른 편은 아니거든요.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다행히도 매년 우수한 인력을 충원해 현재는 15명의 연구원이 합심해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진행 중인 과제는 2026년까지 연구개발이 진행됩니다. 2026년까지 현장 수색 담당 경찰 및 관련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두 차례 실증을 거치고, 경찰로부터 현장 실무 투입에 적격 판정을 받으면 2027년에 시범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에요. 시범사업의 결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용화가 진행되리라 예상합니다.
이 기술은 실종자뿐만 아니라 국립공원 같은 넓은 공간에서 구조 대상자를 찾는 데 활용될 수 있어요. 그리고 군부대에서 수색을 나갈 때 파악이 필요한 숲이 나오면 드론만 보내서 해당 구역을 파악해 작전 수행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요.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죠.
현재 숲속과 같은 비정형의 복잡한 환경에서 임무 계획부터 자율비행을 통한 임무 수행까지 모든 일련의 작업이 자동 및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팀은 거의 없어요. 이러한 end-to-end 시스템 개발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향후 기술적으로는 더욱 복잡한 환경에서 더 드론같이 부드럽게 비행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 개발에 노력하고 싶어요. 특히 국민 안전 등 공적인 임무에 활용되는 기술개발에 기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