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ETRI는 인공지능연구소 등 4개 연구소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신임 기관장의 경영 철학과 ETRI 대전환을 위한 TF(Via Novata, 혁신으로 가는 길)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 실천 계획을 도출하고, 나아가 조직의 비전도 ‘미래사회를 만들어 가는 국가 지능화 종합연구기관’으로 변경했다. 이처럼 ETRI는 대한민국 대표 출연연의 역할과 임무를 바로 잡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기획본부가 있다. 기관의 기획과 전략을 총괄하며, 경천위지(經天緯地)의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는 기획본부 김형준 본부장을 만나보았다.
ETRI 4개 연구소에는 각 소마다 지향하는 조직 비전이나 연구 목표가 있듯이 기획본부 또한 명확한 임무가 있습니다. 바로 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선봉에 서 있는 첨병이자 참모조직으로서 기관의 기획 및 전략을 도출하고 이를 이행하는 것입니다. 신임 기관장의 경영 철학을 잘 녹여 기관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기획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조직인 만큼 비전이라는 말보다는 임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획본부는 일을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다스린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경천위지(經天緯地)’의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또 낮은 자세로 행하되 중심과 균형을 잡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조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신임 기관장의 부임과 동시에 기획본부가 재구성되었습니다. 이후, 약 2개월 동안 100여 명의 구성원을 모아 TF를 운영했습니다. TF의 명칭은 ‘비아 노바타(Via Novata)’라는 라틴어로 ‘혁신으로 가는 길’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신임 기관장의 4대 경영전략에 발맞추어 기관의 대전환 방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와 어울리는 명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TF 운영 기간 중의 약 3주는 집중적으로 TF 회의에 매진했으며, 큰 선에서 ETRI의 방향성과 기관의 새로운 비전 및 목표, 그리고 사업구조 전환, 인사제도 혁신, 조직구조 재편, 조직문화 쇄신이라는 4대 전환 방향에 따라 총 99개의 액션 아이템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기획본부가 임무의식을 가지고 그간 진행해왔던 ‘경천위지’의 노력이었습니다.
기획본부에는 담당해야 할 여러 임무와 역할이 있습니다. 특히 기관장의 부임과 기획본부의 재구성, 그리고 TF를 통해 도출된 99개의 액션 아이템을 통해 기관 전환 방향을 이행해나가는 것입니다. 구성원들 스스로 지혜와 염원을 담아 만들어낸 99개의 액션 아이템은 기관 운영의 토대이며, 업무 수행 모든 과정에서의 방향성과 의사결정의 기초를 제공하는 원천이 됩니다. 99개의 액션 아이템 중에는 오롯이 기관 차원의 의사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항목도 있고, 외부 기관과의 관계 속에 ETRI만의 결정으로 이행될 수 없는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항목들도 다수 존재합니다. 이를 위해 단기, 중기, 장기로 분류하여 답을 내기 위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도출된 아이템들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관리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길이 바로 연구원이 가야 할 ‘바른길’이고, 기관 전환 방향에 있어 이행되어야 할 ‘가치’입니다.
ETRI의 소명은 국가와 국민의 소중한 자산인 공공연구기관으로서 신뢰받고 사랑받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TF를 통해 도출된 조직 내부의 목소리인 액션 아이템의 이행을 위해 기획본부는 지속적으로 귀 기울이며, 출연연으로서의 기관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집중할 것입니다.
경천위지(經天緯地)
일을 계획적(計劃的)으로 준비(準備)하고 다스림
기획본부는 기관의 경영 및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부서로써 업무는 매우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업무는 기관장의 손과 발이 되는 참모조직으로써의 역할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기관장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3년 임기 동안의 기관 운영 계획을 수립함은 물론, 향후 6년간의 연구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상위기관의 승인도 받아야 합니다. 아울러 기관의 R&R(역할과 책임)을 정립하고 향후 수년간의 연구사업이나 예산의 적정한 구조(포트폴리오)를 합리적으로 계획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마음껏 도전적이고 창의 혁신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정부 출연금 등 안정적 연구재원의 확보 노력도 주요 업무로 꼽을 수 있습니다. ETRI는 타 출연(연)에 비해 정부 출연금 비중이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기획본부는 원내 주요 직할부서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미래사회를 위한 도전적인 연구개발 방향과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기관의 점진적 안정예산 확대를 위한 대정부 대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물론이고 과기정통부, 연구회, 기재부, BH 등의 대외 창구를 기획본부가 총괄함으로써 기관 차원에서 일관성 있는 기획·전략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ETRI를 대표하는 대형 브랜드 연구과제 기획과 더불어 내부적인 기획-선정-수행관리-평가 등 전 과정에서의 효율과 경쟁을 제고하는 프로세스를 재구축하는 작업도 추진 중입니다. Stage-Gate Process, Moving target 제도 등이 포함되는 이른바 ‘전주기 통합사업관리체계’가 새롭게 자리를 잡는다면 ETRI가 발굴하고 수행하는 모든 연구과제나 성과가 품질력 측면에서 최고 수준임이 신뢰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중장기적인 관점으로는 ‘ETRI 기술로드맵 2035’ 수립을 통해 기관의 미래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경영진의 하이레벨 세일즈 및 기술 리더십 강화에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기술로드맵 2035는 미래 성장에 필요한 새로운 개념 창출은 물론, 전주기 통합사업 관리체계와 연계하여 핵심기술에 대한 글로벌 탑 수준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행 전략을 담아낼 계획입니다.
이밖에도 기관운영계획과 연계한 내부 직할부서 경영평가 계획 수립 및 이행 점검을 총괄하는 업무와 조직 운영의 효율성 확보를 위한 각종 제도 개선 대응, 반부패 청렴 실천을 조직의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과 반부패 정책 이행 등의 주요 업무들도 기획본부의 업무입니다. 또한 연구 결과의 품질 제고와 공유·협업 환경 구축을 통한 연구성과물의 통합 관리체계를 확립하고, 공유·협업이 기관의 조직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기획본부장 보임 후 6개월 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생소 하기만 했고 어느 하나 촌각을 다투지 않는 일이 없었습니다. 한 고비 두 고비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마음으로 많이 보고 배우는 값진 경험의 연속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로서의 제 자신의 행복에 앞서 ETRI 구성원 모두가 행복 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그들 모두가 소명감을 느끼며 조금은 더 신명나는 연구에 몰입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제 역할에 대한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고대합니다.
“ETRI의 새로운 비전은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국가 지능화 종합 연구기관입니다.” ETRI의 새로운 비전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는 김형준 본부장의 목소리에는 열정에 가득찬 힘이 느껴진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고, 디지털 탈바꿈을 위해 필요한 원천기술개발에 주력하는 ETRI의 새로운 비전 속에는 2,300명 연구진의 노고와 열정이 담겨 있다. 기관장의 경영철학을 잘 녹여, 조직이 전사적으로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도록 하는 일. 그 중심에서 낮은 자세로 임하되 곧은 방향을 잡아가는 기획본부의 역할이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