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국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주요 기술을 중심으로 국가 경제·산업의 성장과 사회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새롭게 개편된 ‘지능화융합연구소’는 국가지능화종합계획 수립, 사실기반 국제표준화 확보, 잠재적 사이버 위협을 원천 차단하는 지능형 사이버 보안 솔루션 제공 등 국가지능화 기반을 마련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도시·교통, 복지·의료, 에너지·환경, 국방·안전 등 분야별 지능화 솔루션 기술을 개발하여 공공 및 국민 생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국민 생활문제 해결 및 지역혁신을 주체로 스마트하고 안전한 미래 지능사회 실현을 선도해 나가고자 다짐하는 지능화융합연구소 박종현 소장을 만나보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30~40년간 정보화 강국이었으나, 지능화 시대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디지털 국가 혁신 전략인 I-KOREA 4.0이라는 제4차 산업혁명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전략적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ETRI는 지난 6월 27일 『국가 지능화 종합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ETRI는 그동안 CDMA, 와이브로와 같은 정보통신산업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을 담당하며 국가사회에 이바지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산업 기술을 이전해서 그 기술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ETRI가 원천기술 연구와 공공의 문제, 산업 안전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지능화융합연구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가 지능화를 위한 기반마련과 융합기술의 연구개발입니다. 특히 우리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지능화 기술은 많은 국민이 관심이 있어하는 연구분야입니다.
새롭게 개편한 지능화융합연구소의 비전은 “공공·국민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지능화융합연구소” 입니다. 그동안 사회, 공공분야에 산재한 문제들을 지능화 기술로 해결하는 조직이 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 국가지능화기반마련을 위한 3개 본부(기술정책연구본부, 표준연구본부, 정보보호연구본부)와 분야별 지능화 솔루션 기술개발을 위한 5개의 연구단(스마트ICT융합, 도시·교통, 복지·의료, 에너지·환경, 국방·안전ICT연구단)을 만들었습니다. 스마트ICT융합연구단에서는 스마트 제조, 스마트 공장 등 기존 제조 산업에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국방·안전ICT연구단에서는 국방, 공공산업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지능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도시교통, 스마트시티 등 연구를 통해 국민과 함께하며 국민의 입장에서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의 영위를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I-KOREA 4.0
2017년 11월 30일 정부가 발표한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
지능화융합연구소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먼저 정보보호 기술을 들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정보보호가 비교적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정보보호를 위해서는 고가의 부품과 장비를 설치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지능화융합연구소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보안기술을 개발하여, 정보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즉, ‘주문형 맞춤 보안기술’을 공급하려 합니다. 이 기술은 클라우드 기반 형태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처럼 현재 ETRI에서는 저비용·고효율의 맞춤형 보안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복지·의료ICT연구단에서는 ‘인공지능 주치의’ 와 같은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분야는 일종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령 감기에만 걸려도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을 방문하는 현상들입니다. 이 같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동네병원에서도 대형병원과 같은 의료서비스를 실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협진을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협진이란, 특정 병원이 보유한 의료데이터를 다른 병원에서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ETRI는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현상을 해소하고,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차원에서 기술개발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병원마다 보유한 데이터가 서로 형식이 달라 호환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ETRI가 개발한 인공지능 주치의 기술은 협진을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처럼 연구진은 동네병원에서도 중요한 의료정보를 활용하여 중소병원과 대형병원이 협업, 상생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구축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학교병원이 ETRI와 함께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진과 의료진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방·안전분야입니다. ETRI는 시공간을 초월한 첨단 국방 훈련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훈련돔 내에서 펼쳐지는 미지의 예상 작전 공간에서 걷고, 달리고, 기는 등의 물리적인 훈련과 팀 전술훈련이 동시에 가능합니다. 가령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한다면 훈련돔에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똑같은 환경을 만들고 훈련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군인들에게 즐거움과 훈련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미국 육군연구소와 함께 공동으로 추진 중이며, 소형화되고 가벼운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국방·안전분야에서는 과학화된 훈련시스템을 통해 병사나 예비군에게 재미있으면서도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복지·의료분야에서는 동네병원과 대학병원의 의료서비스 차이를 줄이는 것입니다. 즉, 동네병원이 활용할 수 있는 대학병원 수준의 협진형 인공지능 주치의를 만들 것입니다. 정보보호분야에서는 현재 ETRI가 기획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랜섬웨어’입니다. 현재는 랜섬웨어 공격을 받으면, 해커에게 돈을 주지 않고는 파괴된 정보를 복구할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이에 연구진은 랜섬웨어 공격을 방어하고 파괴된 정보를 복구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ETRI는 국민 생활과 공공 부문에 집중하여 기술개발에 앞장서고자 합니다. 즉, 정부가 꼭 해결할 필요가 있는 부문에 ETRI의 역량을 모아 연구개발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지능화 혁명’을 의미합니다. 지능화 기술을 개발해서 공공, 국민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연구소의 최대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융합연구가 필수입니다. 단독기술이 아닌 융합기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ICT와 의료, ICT와 국방, ICT와 교통 이런 형태로 융합을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가령 교통문제는 그동안 교통관련 전문연구원이 다뤄왔지만, 연구진이 보유한 ICT를 접목해 관련 연구원과 협업하면서 교통관련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전문 특정분야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융합연구단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글로벌 오픈소스 커미터(Open Source Committer)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뜻합니다. 요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오픈소스 없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정도로 오픈소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구글이 내놓은 텐서플로우를 사용하지 않고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에 지능화융합연구소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개발자 즉, 커미터를 적극 양성하고자 합니다.
세 번째 목표는 스타 연구원과 스타 연구실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연구원에는 성공한 롤모델 연구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그 기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연구업적을 가진 스타 연구원이 있어야 ETRI도 더욱 발전할 수 있고, 기술적 진보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스타 연구원과 스타 연구실이 1년에 하나씩 만들어진다면, 10년 후에는 10명, 10개 연구실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스타 연구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연구원을 적극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미래의 연구자 꿈나무들도 이를 거울삼아 “나도 ETRI 스타 연구원이 될거야”라는 생각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최고의 스타 연구원을 롤모델로 삼아 연구수행에 필요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마지막 목표입니다.
오픈소스 커미터
(Open Source Committer)
오픈소스 프로젝트(Open Source Project)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개발자로서, 코드 수정 권한을 갖고 해당 프로젝트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연구를 더 집중적으로 수행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박종현 소장은 “ETRI 내 다른 연구소의 50% 이상이 원천연구를 수행한다면, 우리는 그 기술을 가져다가 실생활에 바로 접목할 수 있도록 응용하고, 고도화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는 원천연구를 15% 수행하고, 나머지 85%는 응용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실생활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는 지능화융합연구소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