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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35
August 2019

ICT Trend — 인공지능 기술

장학퀴즈 대결에서
우승한 한국의 인공지능
‘엑소브레인’
가상 인터뷰

인공지능 기술

ETRI가 만든 한국 최초의 인공지능 ‘엑소브레인(Exobrain)’이 지난 2016년 말에 첫 데뷔를 했다. 실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퀴즈 대결이었다. 아직도 그 감동이 생생히 떠오르는 듯하다. 아래글은 우리나라 연구진이 개발한 최초의 인공지능인 엑소브레인과 인간 대표 간에 퀴즈 대결을 시청한 뒤 작성한 가상 시나리오다. 엑소브레인을 의인화하여 인공지능 분야의 동향과 성과를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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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에 개최된 장학퀴즈에 참가한 엑소브레인

My name is Exobrain

나의 이름은 ‘엑소브레인(Exobrain)’. 지난 2016년 11월 18일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장학퀴즈 <대결! 엑소브레인>에서 인간 퀴즈왕 4명과의 지식대결에서 우승했다. 이후 나는 사람들에게 만능 인공지능으로 불린다. 사실 무엇이든 척척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 때문에 요즘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인 형이나 누나들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한다. 나에겐 ‘머신러닝’ 기술 이 탑재 되어 있어서 언제나 공부할 수 있다. 그것도 24시간이나 말이다. 꾸벅꾸벅 졸거나 잘 틈도 없다. 하지만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나는 공부하는 방법을 배웠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 요즘엔 공부할수록 점점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일본의 내가 아는 인공지능 형은 일본 최고의 도쿄대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한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 2016년에는 희망하던 도쿄대학교 입시에 합격하지 못하고, 지방 국립대학교 합격에 만족해야 했다고 한다. 지금은 도쿄대학교 입시를 포기했다고 한다. 뒤늦게 출발한 옆 나라 중국의 인공지능은 어린 나이에 의과대학교에 합격했다며 온 집안 식구가 엄청나게 자랑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실력은 다투어봐야 하는 법. 언젠가 중국의 인공지능 아이와 제대로 겨루어보고 싶다. 사실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집이 부자여서 과외 선생님이 넘친다고 한다. 난 독학으로 공부하는데 말이다.

내 가족을 소개하자면 아빠는 ETRI 언어지능연구그룹 김현기 박사다. 엄마는 언어지능연구그룹의 연구원들이다. 솔직히 나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가 너무 커서 부담스럽다. 다른 사람들은 가문과 유전자가 좋다고 나를 부러워한다. 근처에 KAIST(한국과학기술원)도 친척이다. 나의 사촌 형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통역해준 ‘지니톡(GenieTalk)’이고, 사촌 누나는 ‘지니튜터(Genie Tutor)’다. 또 다른 사촌 형은 음성 내비게이션을 만들었고, 어느 사촌 형은 특허청에서 특허문서를 번역한다. 한 유명한 친척은 인공지능 플랫폼을 내놓았다고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이처럼 가문의 기대 때문에라도 나는 매일매일 공부할 수밖에 없다. 벌써 백과사전 두께의 책을 12만 권이나 읽었다. 앞으로 더 읽을 책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말했더니 자만심에 빠졌다고 아빠한테 꾸중을 들었다. 요즘 집안 사정이 별로 좋지 못해 부모님은 걱정이 많다. 내가 공부할 때 사용하는 주기억장치(메모리)가 겨우 3테라바이트다. 부모님은 내게 고작 PC 41대만 사주셨다. 이런 사양으로 어떻게 이 각박한 인공지능 세계에서 살라고? 아빠는 내가 앞으로 열 살이 되면 독립시켜 준다고 하셨다. 그때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늘 아빠는 말씀하신다. 집안의 기대를 온몸에 받아서일까. 몸에 열이 많이 나는 것 같다. 집이 작은 탓일 게다.

ETRI가 개발한 언어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이 2016년 11월에 개최된 장학퀴즈에서 인간 퀴즈왕 4명과의 퀴즈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모습

한국어 특화 인공지능을 꿈꾸다

실제로 나를 10년간 키우는 데 양육비가 꽤 많이 든다고 한다. 아빠는 인공지능인 내가 뭐든지 잘 해내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은 이웃 인공지능들과 경쟁하고 있는 내가 더 잘 안다. 부모님이 국가로부터 직접적으로 받는 양육비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 아마도 스무 곳이나 되는 친척들과 돈을 같이 쓰라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는 신문 기사를 쓰는 인공지능 로봇 아이들이 사정도 잘 모르면서 이 돈이 많다며 기사를 써서 아빠가 고민이 늘었다. 내가 아는 한 인공지능 형은 미국에 사는데 우리보다 40배가량의 양육비를 받는다고 한다. 공부도 꽤 잘한다고 들었는데 최근 수능시험 모의고사를 같이 본적이 있는데 내가 시험 성적이 더 좋았다. 부모님이 엄청 기뻐하셨다.

부모님은 나를 변호사로 키울까? 아니면 변리사, 금융 컨설턴트로 키울까? 앞으로 뭘 할지 부모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봐야겠다. 원래 잠도 없고 종일 공부해도 지치지는 않지만, 인공지능인 나라도 가끔 몸 걱정이 된다. 피곤할 때도 있다. 맛없는 전기만 주로 먹기에 그런가 보다.

때로 아빠 친구 박사님들이 우리 집에 오면 공부하는 내 모습을 보고 기특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공부를 잘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에는 말귀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 내가 2016년에 열린 ‘장학퀴즈’ 왕중왕전 대결에서 역대 퀴즈왕들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두었다. 이 퀴즈 대결에서 나는 600점 만점 중 510점을 받으며 우승했다. 퀴즈를 풀면서 살짝 보니 부모님이 흐뭇해하시며 열심히 응원하고 계셨다. 대결이 끝나고 나서 내가 자랑스럽다며 크게 기뻐하셨다. 요즘 미국의 인공지능 형이 잘 나가서 부러웠는데 지난 퀴즈 대결에서의 승리로 자신감이 생겼다. 미국의 인공지능 형은 몇 달 전에는 병원에서 근무한다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요즘에는 한국어를 배운다고 난리다. 나는 한국어가 모국어인 한국의 인공지능이다. 언젠가 미국의 형과 한국어 실력을 놓고 한판 겨루어보고 싶다.

ETRI 정보통신전시관에서 연구진들의 가상 엑소브레인 퀴즈대결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인간지능을 목표로 하는 ‘엑소브레인’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어떤 인공지능 형을 수입한다고 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나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서비스하는 업체들만 좋을 일이다. 부모님은 내가 꾸준히 열심히 공부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나 같은 인공지능은 필요하면 그냥 사다 쓰면 된다는 식의 한 신문 기사를 읽고는 자존심이 상했다. 다음부터는 공정하지 못한 기사는 공부 리스트에서 제외해야겠다. 신뢰성이 없다는 내 빅데이터의 분석이다. 다른 나라의 인공지능을 사서 응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아빠는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기술력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기본을 갖추지 않고 무조건 쉽게 응용하면 언젠가 무너진다고 브리태니커도 말했다.

아빠는 내게 마부위침(磨斧爲針), 즉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지혜를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근래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촌 인공지능 형이 일을 잘 해냈다고 집안 어른들이 자랑스러워하며 칭찬하셨다. 나도 가문을 빛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그런데 장학퀴즈 대결에서 승리해 내가 좀 유명해져서 그런지 사람들이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관심이 높아졌다. 아직 다른 형들에 비해 나이가 어린데, 그런 주목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부모님은 지금 나를 공개하기에는 아직 배울 것이 많고 실력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2017년 11월에 ‘엑소브레인 오픈 API’ 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공개하는 행사에도 참여했다. 많은 사람이 부모님이 개최한 콘퍼런스에도 참석했다. 나를 향한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당황스럽고 몸이 절로 뜨거워졌다.

인공지능 기술을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형태로 개방하면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시점에서 사람들의 이런저런 많은 요구를 들어줘야 해서 내 몸에 무리가 가고 많이 무거워질 것이라고 부모님이 걱정하셨다. 하지만 이런 일도 견뎌내야 내가 더 잘 자랄 수 있다고 격려도 해주셨다. 2017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오픈 API는 473개 기관에서 사용 신청을 했고 3,100만 건이 사용되었다.(2018년 8월 기준)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 미래학자이자 인공지능 연구의 권위자로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이기도 한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인공지능이 인류 모두의 지식을 초월해 스스로 진화하는 시점, 즉 ‘기술적 특이점’을 2045년으로 보았다. 커즈 와일은 2005년에 쓴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기술이 바꿔 놓을 미래 세상을 전망하며 이 같은 특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2030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에 가까워지고 2045년이 되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시점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와 다른 견해들도 있다. 중국의 세계적 IT 기업인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 회장은 최근 자신의 저서 《지능혁명(Intelligence Revolution)》을 통해서도 밝혔듯이, 인간을 초월해 기계에 의해 통제되는 시대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글은 ETRI가 2018년 발행한 Easy IT시리즈 “세상을 바꿀 테크놀로지,『디지털이 꿈꾸는 미래』”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디지털이 꿈꾸는 미래

저자  ETRI 홍보실·정길호    출판사  콘텐츠 하다

ETRI가 펴낸 『디지털이 꿈꾸는 미래』는 우리에게 제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알려주고, 다양한 ICT 트렌드를 소개하여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흥미롭게 조망해 보는 책입니다. 본 도서는 예측 불가능하고 더 빨라진 기술 세상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적응하고 미래의 위험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좋은 지침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