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별마당도서관이 2번째 생일을 맞았다. ‘꿈’을 의미하는 ‘별’과 열린 공간을 의미하는 ‘마당’을 합친 이 도서관은 지난 2017년 5월 31일 신세계가 일본의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13m 높이의 대형 서가 3곳을 비롯해 경제·취미·인문·실용 등 분야별 도서를 모아놓은 공간이다. 최신 잡지는 물론이거니와 태블릿 PC로 읽을 수 있는 E-Book도 구비되어있다. 강남 한복판 그것도 번잡한 코엑스몰에 쉼터가 생기니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리고 순식간에 별마당도서관은 강남의 명소 또는 만남의 광장이 되었다.
또 이 공간은 월별, 요일별 테마를 정해 고객들에게 문화적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다. 지난 6월 6일에는 별마당도서관 2주년 스페셜을 맞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북 콘서트 시간을 가졌다. 이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상력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또 지난 6월 7일에는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연극배우 손숙이 ‘연극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6월 14일에는 공지영 소설가가 ‘사랑 영감 예술’이라는 주제로 독자들과 소통했다. 이 공간에서는 명사 초청 강연, 북 콘서트뿐만 아니라 도서관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재즈 피아노, 첼로, 드럼, 더블베이스, 오케스트라, 색소폰 등 각양각색의 화음이 어우러지는 이곳은 낭만이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6월의 별마당도서관에 아직 멋진 초청 강연과 콘서트가 기다리고 있다. 6월 21일 유홍준 교수의 ‘안목-미를 보는 눈’, 6월 28일 유현준 교수의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도서관 콘서트로는 마제스틱 청소년 오케스트라, 소울스타 별들의 콘서트가 기다리고 있다. 자세한 스케쥴표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도서관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아무도 책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별마당도서관은 누군가 책을 몰래 가져가는 것을 인지할 수단도, 막을 방법도 구비되어있지 않다. 오직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을 지향한다는 이유에서다. 반신반의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 코엑스몰, 그것도 가장 중심부 공간에 도서관을 짓는 것도 모자라 책을 관리하지 않는다니. 개관 전부터 무모한 실험이라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별마당도서관의 초창기는 쉽지 않았다. 책을 꼭 읽고 싶지만, 사들일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한두 권씩 가져가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가방 속에 책 여러 권을 챙겨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정말 무모한 도전이다.”라는 실망 섞인 반응이 현장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책이 분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 비치된 책은 줄지 않았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민들이 별마당도서관의 실험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함께 책을 읽고 싶다며, 책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아이들이 추천한 책을 기부하는 주부, 모두가 함께 부자가 되자며 재테크 책을 흔쾌히 기부하는 직장인, 또 1,000여 권의 책을 내놓은 신세계 직원의 이야기도 있다.
5만 권의 책으로 시작한 별마당도서관은 많은 사람의 관심과 보탬으로 책의 성전이 되었다. 기부가 워낙 많아 도서관 직원들의 주 업무가 기부도서를 받는 일이 됐을 정도이니 말이다. 현재 별마당도서관은 영풍문고가 신세계프라퍼티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아 서점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책과 기증받은 책을 관리하면서 부족한 책은 채워 넣는 식이다. 물론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별마당도서관에는 여러 가지 특색과 매력이 있다. 다양한 문화, 신뢰, 지식, 교양 중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자율성에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이 뜻밖의 공간을 만나 멈추어 가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도 한다. 자유롭게 책을 읽고, 살 수도 있다. 음료나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이 매력적인 공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픈되어 있다. 온종일 이 공간에 머무는 것에 대해 전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다른 백화점이나 쇼핑몰들도 이 같은 이벤트를 때때로 제공한다. 하지만 공간이 주는 테마나 컨셉과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별마당도서관은 공간 자체가 주는 인문학적인 이미지와 그 상징성 덕분에 문화 콘텐츠를 제공할 때의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반증하듯 초청 강연이나 도서관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무수히 많은 해시태그와 장소 태그가 SNS를 타고 세계에 소개된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공간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물론 마음 까지 움직였다. 바로 별마당도서관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