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는 드론(Drone, 무인 비행체)이 급성장하고 있다. 아마존(Amazon)이나 보잉(Boeing)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다양한 영역에 드론을 활용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드론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드론을 활용한 범죄·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미확인 드론을 탐지하고, 추적해 무력화하는 안티 드론(Anti Drone) 산업의 필요성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호에서는 드론 잡는 안티 드론을 파헤쳐보자.
무인 비행체인 드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안티 드론’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안티 드론이란 사생활 침해 등 범죄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렇다면 안티 드론의 기술이 급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드론’으로 널리 알려진 무인 비행체는 1990년대 중반, 군사용 정찰 임무를 시작하면서부터 활용됐다. 2000년 이후에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부품의 경량화, 저가화로 민간 부문에서 다양한 산업용과 레저용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조작의 편이성과 경제성 측면이 다양해지면서 현재는 영화 및 방송 촬영, 측량, 재난, 재해, 구호 등 다양한 산업에 응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이면의 문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무인 비행체를 이용한 불법 촬영으로 사생활 침해를 당하는 사건뿐만 아니라 테러에 준하는 위협 사례들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 12월 런던 개트윅 공항(Gatwick Airport) 폐쇄 사태는 안티 드론 시스템의 필요성을 깨닫게 했다. 미확인 소형 드론이 개트윅 공항으로 침입하면서 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회항 또는 다른 공항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확인 드론이 활주로 인근에 출현하는 바람에 항공기 700여 편이 36시간 동안 운항에 차질을 맺었고, 12만 명 승객의 발이 묶였다. 이에 따라 저고도에서 침입하는 무인 비행체를 탐지하고 무력화하기 위해 여러 기술을 종합한 무인 비행체 대응용 대공 방어 솔루션을 갖춘 시스템(Anti Drone Technology)이 여러 나라에서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경찰청의 수요로 ETRI가 2017년 4월부터 ‘무인 비행장치의 불법 비행 감지를 위한 EO/IR 연동 레이다 개발 및 실증시험’이라는 과제명으로 무인 비행체의 침입을 탐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드론 산업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안티 드론 산업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영국 국방부는 개트윅 공항 폐쇄 사태 이후 이스라엘 보안 기업 라파엘(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이 개발한 드론 방어 시스템 ‘드론 돔(Drone Dome)’을 공항 옥상에 배치했다. 드론 돔은 4개의 레이더를 사용해 시설 주변 지역의 드론 비행을 감시한다. 레이더 탐지 거리는 16km이며, 3.2km 떨어진 곳에서 최소 0.002㎡ 크기의 표적까지 탐지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열화상 카메라, 드론과 조종사의 위치를 찾는 추적기, 방해 전파를 쏘아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췄다. 이처럼 드론에 대처하는 기술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미 육군은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사용방법을 가진 40mm 안티 드론 수류탄을 개발했다. 특허 출원 중인 안티 드론 수류탄은 전면 제어부, 중앙에 그물, 후면에 추진부로 구성되어 있다. 안티 드론 탄환을 유탄 발사기에 장전하여 적군 드론 방향으로 총을 쏘면, 제어부는 드론 위치를 추격하여 회전하며 날아간다. 그리고 일정 거리에서 제어부와 분리되어 내부 그물이 펼쳐지면서 드론을 포획하는 원리다. 이렇게 안티 드론 수류탄은 드론 프로펠러를 무력화시켜 드론을 추락시킨다. 또 미국에서 날고 있는 드론에 악성코드를 심어 고장을 내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앞서 말한 ETRI와 방산 기업인 한화시스템이 드론 감시 레이더 센서 개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로 ‘무인 비행장치의 불법 비행 감지를 위한 드론 감지 레이더’ 프로젝트다. 본 프로젝트는 ETRI 주관으로 2021년까지 사업비 120억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군용 레이더에 비해 가볍고 전력 소모가 적으며 장소에 제한 없이 2인 1조로 운반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또한, 현재 세계적 수준의 장비는 소형 드론 탐지 거리 2.5km와 레이더 패널 무게가 30kg인데 이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로 개발 중이다. 민수용 레이더는 고성능·고기능을 요구하는 군용과는 전혀 다른 설계개념과 기술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ETRI는 관련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함으로써 국내 민수용 레이더의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민수용 레이더
군수용으로 사용하는
레이더보다 훨씬 미세한 신호를 캐치하는 레이더
현재 안티 드론 시스템은 무력화 기술, 탐지 기술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다. 먼저 무력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RC(Radio Control) 대역과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대역의 재머(Jammer)다. 무인 비행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종자의 개입이나 GNSS 신호 수신 없이 탑재된 관성 합법 장치와 영상 센서, 기압계 등을 활용해 목적지까지 비행시키는 기술이 종종 소개되고 있다. 무인 비행체의 기술 발전을 고려할 때 재머를 활용한 무력화는 확실한 대응 수단이 될 수 없다. 또한, 포획 그물망은 사용할 수 있는 거리가 매우 짧고, 다수의 무인 비행체를 활용한 군집비행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레이저 빔을 활용한 요격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안티 드론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레이더를 기반으로 영상 센서, RF 탐지 센서 등이 보조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레이더 장비는 민간에서 도입하기에 가격이 비싸다. 이 때문에 장비의 가격을 낮추고, 탐지 성능 요구조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야간용 영상 획득을 위한 열상 장비 또한 비용이 매우 높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모색 중이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무인 비행체의 기술이 발전하고, 보급이 활성화됨에 따라 이를 활용한 테러나 불법행위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안티 드론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새로운 드론도 등장하는 추세다. ETRI 무인자율운행연구그룹 이용민 책임연구원은 “지상에서 따로 전파를 수신하지 않고,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비행해 방해 전파로도 잡기 힘든 드론이 개발됐다.”라며, “방패에 해당하는 안티 드론에 맞서 드론의 창도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드론이 인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이제 드론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손에 달렸다. 어쩌면, 드론 산업의 발전보다 공익에 도움이 되는 안전한 드론 개발과 환경 조성에 힘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 로드맵에 따른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주파수 할당,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마련, 무인 비행체 요격 기준 등)이 수반되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재머(Jammer)
GPS 수신을 방해해
위치와 시간 정보를 먹통으로 만드는 장치. 전투기나 군함, 미사일 운용에 치명적 차질을 초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