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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28
Apri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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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____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WEB-RETRO
회상하는
인터넷 아트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지난 30여년간 커뮤니케이션, 이미지 생산과 소비, 예술적 실천이 발생하는 기술 환경 조건을 근본적으로 뒤바꿔온 ‘월드 와이드 웹’에 주목했다. 지난 30년 동안 네트워크망을 통해 시도되었던 새로운 미술들을 역사적으로 되짚어 보는 ‘WEB-RETRO’ 전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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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 전자정부, 2002(2019 재제작)

인터넷 아트는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를 맺어왔는가?

인터넷이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은 1989년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월드 와이드 웹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인터넷 서비스로, 지난 30년간 가장 보편적인 인터넷 서비스로 자리 잡아 왔다.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 월드 와이드 웹의 영향력은 예술계도 피하지 못했다.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예술가가 있는가 하면, 인터넷이라는 신문물을 통해 새로운 예술을 시도하는 작가들이 생겨났다. 이처럼 1990년대와 2000년대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함께 예술가들이 그 역할과 규칙, 가능성과 한계를 탐색해나갔던 시기였다. 월드 와이드 웹 3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12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WEB-RETRO(웹-레트로)’ 전을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예술의 관습이 인터넷을 통해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돌아보는 기획전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인터넷 아트의 특성을 세 가지 측면으로 재구성했다. 첫 번째 “인터넷 아트는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 맺어왔는가?” 두 번째 “인터넷 아트는 개인의 존재와 이미지에 대한 인지 변화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인터넷 아트는 당시 미술의 경계를 어떻게 확장해 왔는가?”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다음과 같은 작품들을 소개했다.

먼저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큰 화면에 웹 페이지가 떠 있다. 화면에는 개인정보를 의미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름과 성별,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라는 것이다. ‘전자정부’라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웹아티스트 양아치의 작품이다. 컴퓨터가 질문하는 대로 무심코 답을 적어 본다. 아버지와 어머니 직업까지 수십 개의 정보를 입력하고, 마지막 질문인 신용카드 정보에도 대답해보았다. 마침내 작은 창이 뜬다. “정보를 제출하고, 10달러만 내면 다른 이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죠. 당신의 정보를 지우겠습니까?” ‘YES’ 버튼을 누르면, 입력한 정보는 삭제되고, 초기 화면으로 돌아간다. 타인의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지만, ‘YES’ 버튼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이처럼 작가는 국가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타인의 정보를 살 수 있도록 작품을 설계했다. 이 때문에 관람객은 작품을 직접 구동해 보면서 정보에 대한 욕망과 감시, 통제 같은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발걸음을 조금만 옮기면, 까만 화면에 선과 점이 수없이 이어지는 영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디어 아티스트 뮌(MIOON)의 웹 사이트 ‘아트솔라리스 1980-2019’다. 이 작품은 ‘공적 자본이 투여된 공공영역에서 2번 이상 전시를 같이 진행한 큐레이터 작가’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한국 미술계의 사회적 권력과 폐쇄성, 그 유통의 일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다양한 해석과 파급을 낳았던 웹 사이트 ‘아트솔라리스’는 대량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 패턴을 파악하며 데이터를 추가, 개선할 수 있는 지속적인(on-going) 작업이 가능한 인터넷의 장점을 활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아트솔라리스 1980~2019’는 기존 작품에 ‘아시아 성’, ‘여성’, ‘이데올로기’ 등의 키워드를 추가했다. 이렇게 인터넷 아트 특성의 첫 번째 측면에 답하는 작품을 둘러보고, 다음 코너로 이동했다.

관람시간
10시 ~ 20시
(매주 월요일 휴관)

문화가 있는 수요일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10시 ~ 22시

관람료
무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을 담다2

네트워크망이라는 신문물을 통해 새롭게 시도되었던 미술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WEB-RETRO’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을 담다3

노재운 - 버려진, 2009

인터넷 아트는 이미지에 대한 인지 변화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두 번째 측면에 답하는 작품들은 스크린, 가상현실, 실시간 원격 존재 등이 만들어낸 새로운 감각이나 과거 예술 매체를 재고안한 실험들이다. 먼저 1990년대 웹 기반의 예술형식을 추구한 조디의 작업은 넷 아트 프로젝트의 전형으로 여겨진다. 조디는 1994년 네덜란드에서 결성된 팀으로 협동 작업을 통해 순수한 기술적 추상을 시도했다.
전시된 ‘wwwwwwwww.jodi.org’에 접속하자 디지털 파편들이 있는 화면이 나타났다. 그러나 소스 코드를 들여다보면 첫 페이지가 에러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돌발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스 코드 안에 식별 가능한 이미지를 숨기고, 우리가 보는 첫 페이지에 지시어를 숨김으로써 소스 코드를 회화적으로 전환하고 실행 작업의 판독을 어렵게 한다. 이 작업은 인터넷이란 매개의 본질적인 성격에 대한 형식주의적 연구로도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기획된 것이라는 점에서 개념 미술적 특징이 드러남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노재운 작가의 ‘버려진’(2009)은 작가가 ‘웹-극장’이라 일컬었던 ‘비말라키넷’ (vimalaki.net, 2000년 런칭)을 통해 상영되는 작품이다. 영화는 과거 극장에서 하나의 스크린을 대면하는 수많은 관객이라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영화는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이 되어간다. 이는 데스크톱과 노트북에 이어 핸드폰 등 개인 미디어가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웹 환경은 이런 미디어의 가장 기본적인 플랫폼으로서 다시 한번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업은 웹 기반 프로젝트로서 영화나 영상작업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수용방식을 지양하는 하나의 간결하고 시적인 방법을 고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각각의 영상클립은 클래식 느와르 영화들에서 발췌된 장면들로, 불안과 분열, 분노, 환상, 꿈, 공포, 이상심리, 타자 의식, 폭주 같은 주로 인간들의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체험을 통해 재밌게 알아보는 흥미와 재능

MTAA - 일 년 동안의 퍼포먼스 비디오(aka samHsiehUpdate), 2004~2005

체험을 통해 재밌게 알아보는 흥미와 재능

설은아 - 설은아닷컴, 1999

인터넷 아트는 당시 미술의 경계를
어떻게 확장 시켜 왔는가?

온라인상에서는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아트의 특성에서는 언더의 문화나 상업적, 대중적 소통도 포괄하였던 개방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당시 인터넷의 단편적 활용에 대한 비평을 보여주고 있다. 제일 먼저 “어떤 작품일까?”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작품 앞으로 향했다. 책상 위에 놓여진 컴퓨터와 프린트 그리고 책상 등이 놓여있다. 너무 평범해 보이는 이 작품은 마이클 맨디버그의 작품 ‘AfterSherrieLevin.com’이다. 웹 사이트상에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다운로드하고, 인쇄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여 책 혹은 종이 아카이브의 전통적 가치에 이의를 제기한다. ‘AfterSherrieLevin.com’ 속 세리 레빈(Sherrie Levin)은 미국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워커 에반스(Walker Evans) 처럼 이미 잘 알려진 예술가들의 작품을 사진으로 그대로 복사하여 자신의 작품임을 주장했다. 이는 예술작품의 독창성과 예술가의 권위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동시에 남성 중심의 예술 제도에 대한 반발의 의미를 내포한다. 마이클 맨디버그(Michael Mandiberg)는 ‘AfterSherrieLevin.com’라는 쉐리 레빈의 이름을 딴 가상 갤러리를 창조했다. 이를 통해 이미지 배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웹상에서의 정보 접근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킨다. 관람객은 웹 사이트에 접속하여 이미지를 직접 다운로드하고 인쇄할 수 있으며, 진품 인증서 작성 및 서명을 위한 방법 또한 함께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99개의 방’은 킴 퀘스터(Kim Köster) 등으로 구성된 로스트라웁(Rostlaub)이 선보인 방 탈출 형식의 웹 기반 게임으로 벽화와 사진, 애니메이션과 사운드가 결합한 인터넷 아트 프로젝트다. 2004년 6월 개설된 이후,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99개의 방’의 웹 사이트를 방문하여 작품을 관람했다. 웹 사이트 속 99개의 방은 동베를린 산업 공장의 무수히 많은 빈 건물을 촬영한 사진으로, 디지털 형식으로 촬영되어 리처드 슈만(Richard Schumann)과 스테판 슐츠(Stephan Schulz)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거친 후, 조나스 뷰만(Johannes Bünemann)의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완성되었다. 관람객은 웹 사이트에 방문하여 화면을 클릭하는 행위를 통해 ‘99개의 방’을 관람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설은아, 목진요, 정성윤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으니 직접 인터넷 아트를 체험해보길 바란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 미술에서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인터넷 아트에 대한 연구의 시발점이자 비물질적인 특성을 가진 인터넷 아트의 수집 및 보존 문제를 짚어보았다. 그리고 현재의 포스트 인터넷 아트가 내포하고 있는 속성까지도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 ‘WEB-RETRO’ 전은 6월9일(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Information

  • 서울 노원구 동일로 1238
    02 - 2124 - 5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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