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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28
Apri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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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____  월드 와이드웹 세계를 하나로 묶는 연결의 시작

월드 와이드 웹
(World Wide Web)
세계를 하나로 묶는
연결의 시작

인터넷은 전 세계를 연결하는 거대한 컴퓨터 네트워크다. 월드 와이드 웹은 이처럼 정보를 연결하고,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 기술은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보게되는 웹 페이지들의 모음이다. 전 세계를 하나의 고리로 묶어줘 마음대로 원하는 곳 어디든 항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월드 와이드 웹이 지난달 12일, 30번째 생일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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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와이드 웹의 창립자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

월드 와이드 웹의 창립자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 © CERN

월드 와이드 웹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우리가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의 화면을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월드 와이드 웹’ 기술 덕분이다. 웹이 없던 시절에는 일반적으로 ‘PC 통신’이라고 불리던 전화선(PSTN)과 전화 모뎀을 활용해 인터넷을 사용했다. 대표 서비스로는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이 있었다. 주로 0141x와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어 사용했던 이 서비스의 속도는 2,400bps~14,400bps였다. 대략 1년 조금 넘는 수준인 2017년 기준 127.45Mbps 인터넷과 비교했을 때 당시 인터넷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불과 몇 초면 영화 한 편을 내려 받을 수 있는 5G 시대를 살고 있지만, 당시에는 이미지 파일 하나를 다운받는데도 많은 인내심이 요구되곤 했다. 또한, 인터넷 통신료가 전화요금과 동일했기 때문에 시외전화번호를 이용한 경우 수십만 원의 요금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텍스트 기반 PC 통신환경에서 월드 와이드 웹 기반으로 전환된 지 어느덧 30년이 되었다.

월드 와이드 웹은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연구원이던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에 의해 개발됐다. 그는 1989년 자신이 구상했던 월드 와이드 웹 개념을 도입해 최초로 웹페이지를 작성했다. 당시 전 세계는 입자 가속기 연구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컴퓨터와 운영체제로 일을 하다 보니 소통이 되지 않는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이에 팀 버너스 리는 컴퓨터와 운영체제에 상관없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제안서 곳곳의 컴퓨터에 저장되어있는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연결했다. 이는 정보의 소유권은 소유자에게 그대로 둔 채 활용도만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언제 어디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월드 와이드 웹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하이퍼 텍스트(Hyper Text) 기능이다. 링크를 클릭하여 다른 페이지와 연결되는 개념을 말한다. 즉, 웹 브라우저를 통해 텍스트, 비디오, 이미지, 멀티미디어를 하이퍼 링크(Hyper Link)를 통해 서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지금은 너무 익숙한 기술이지만 당시에는 혁신적이었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우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CERN
(Conseil Européen pour la Recherche Nucléaire,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월드 와이드 웹을 개발한 기관으로,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사이의 국경에 있는 현재 세계 최대의 입자물리학 연구소

모두를 위한 웹을 위해 다시 한 걸음

팀 버너스 리는 자신의 발명품에 ‘World Wide Web(세계를 연결하는 망)’이란 멋진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누구나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특허권으로 본인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인류가 인터넷 혁명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정보 공유’를 꿈꿨던 그의 신념 덕분이 아닐까? 그러나 월드 와이드 웹이 발명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팀 버너스 리는 “현재의 웹은 우리가 원했던 모습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모든 이들이 자유롭고 공평하게 정보에 접근하고, 권력의 탈중앙화를 가져오리라는 비전으로 만들어진 월드 와이드 웹은 더 이상 선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팀 버너스 리는 오늘날 웹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측면에서 말한다. 첫 번째,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행동이다. 특히 국가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는 해킹이나 온라인 괴롭힘을 언급했다. 그는 인터넷이 가진 개방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러한 부당한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ICT 공룡들의 광고 기반 수입 모델을 지적한다. 이러한 전략 탓에 클릭을 유도하는 미끼성 기사가 늘어나고,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개인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어온 거대 기업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마지막으로 고의성은 없지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극단화된 논쟁을 지적했다. 바로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와 사이버 불링(괴롭힘)이다. 물론,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플랫폼에서 모욕적인 콘텐츠들을 없애기 위해 나름 노력하는 등 조치를 취하곤 있다.

자신이 만든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바라보며 우려를 표하는 팀 버너스 리의 발언은 월드 와이드 웹 30주년을 마냥 축하할 수만은 없게 만든다. 현재 팀 버너스 리는 모두를 위한 웹을 위해 MIT(매사추세츠공대)와 함께 ‘솔리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는 웹의 모든 데이터에 주소를 주고,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정보를 부여한다. 그리고 연결성을 높인 ‘링크드 데이터(Linked Data)’를 이용해 웹을 특정한 기업이나 국가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그는 또 한 번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명확히 주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월드 와이드 웹 탄생 30주년을 앞둔 6일, CERN에서 열린 기념 학술대회에서 웹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모습

월드 와이드 웹 탄생 30주년을 앞둔 6일, CERN에서 열린 기념 학술대회에서 웹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모습 © CERN

월드 와이드 웹의 탄생 역사와 과정 © CERN

월드 와이드 웹은 또 다른 혁신을 불러올까?

월드 와이드 웹의 개발은 전기의 발명만큼이나 인류에게 큰 진보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웹도 모바일 혁명으로 인해 정체기를 맞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전격 출시했다. 미국 발 금융위기에 전 세계가 허우적거리던 2008년에는 3G 통신망에 대응하는 아이폰 3G 모델이 나왔다. 그리고 2009년 모바일 혁명으로 세상을 바꿔놓은 3GS가 등장했다. 마침내 그해 11월에는 가상에 존재할 것만 같았던 아이폰이 우리나라에 상륙하게 되었다.

모바일 혁명 이후 웹(Web)과 앱(App)에 대한 논쟁이 촉발됐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앱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웹브라우저를 실행하는 비중이 PC를 넘어섰고, 검색도 웹브라우저가 아닌 포털 앱을 사용했다. 카페에서 사이렌 오더로 음료를 주문하고, 음식도 앱으로 시켜 먹는다. 물론 앱 서비스에 웹 기술이 사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웹브라우저로 상징되는 웹은 모바일 혁명과 함께 정체기에 들어서게 된 건 사실이다.

웹브라우저로는 음식을 주문할 수 없고, 택시를 부를 수도 없다. 그러나 웹이 주는 본질적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웹은 한 번만 개발하면 이용자가 어떤 운영체제나 브라우저를 사용하던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웹은 검색이라는 통로를 통해 이용자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앱은 이용자의 환경에 따라 별도로 개발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ETRI 서비스표준연구실 책임연구원이자 W3C 대한민국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승윤 박사는 “웹은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변화될 수도 있다”라며, “따라서 지금이라도 새로운 웹의 30년을 준비하고, 미래의 방향을 심각히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월드 와이드 웹의 탄생으로 정보의 이동이 자유로워졌고, 새로운 형태의 기업도 속속 등장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났으며, 지식의 공유가 활발해져 집단지성의 활용이 강화되기도 했다. 덕분에 정보와 지식 장벽이 없는 소통의 시대도 함께 열린 셈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팀 버너스 리가 우려하는 사생활 침해, 웹의 오·남용 등 문제도 상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의 혁신적인 발명품 월드 와이드 웹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미래 우리 삶에 유용한 도구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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