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Data)와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 등을 일컫는 ‘DNA’와 연계해 각종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하지만, 마치 블록체인 기술이 투기 광풍의 대상인 암호화폐와 동격이 되어가는 듯한 논란의 열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꺼지지 않는 이슈, 블록체인 기술의 정확한 정의와 미래 디지털 경제의 거래 수단으로 떠오르는 암호화폐를 함께 알아보자.
올해는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에 나온 지 10번째 되는 해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가명)는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1월에는 비트코인 플랫폼을 구현하여 피자를 구매했고, 그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이것이 블록체인 기술의 시초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러한 플랫폼을 구축하게 됐을까요?
우리는 금전 거래를 할 때 주로 은행을 통합니다. 은행은 안전하게 내 돈을 보관해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높은 중계 비용, 수수료의 단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해외로 송금할 때 국내 은행과 직접 외환거래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과다한 송금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사토시 나카모토는 은행과 같은 중간관리자 없이 내 돈을 직접 송금할 수 없을까?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런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비트코인입니다. 그런데 이 암호화폐를 직접 송금하려고 했더니, 문제가 있었어요. 현재 인터넷 체계는 내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낼 때 복사본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화폐를 복사본으로 보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기술적으로 구현해(Double Spending, 문제 해결) 화폐를 직접 보낼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즉, 비트코인은 은행 없이 직접 화폐를 송수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전달 플랫폼입니다.
블록체인 정의는 모든 구성원이 포함되고, TTP(Trusted Third Party) 프리 기반의 모든 업무를 P2P(Peer to Peer) 상에서 직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지금은 모든 것들이 상위에서 관리하는 조직이 있어요. 그 조직을 기술적인 영어로 TTP(또는 Middleman)라고 합니다. 또 블록체인을 활용해 무엇을 보낼 것인가에 대한 이슈도 있어요. 비트코인이 돈을 보낼 수 있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 및 가치를 검증·저장·실행함으로써 특정인의 조작이 어렵고, 자동실행이 가능한 분산 신뢰 인프라 기술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같다고 잘못 생각하지만, 사실 기술적으로는 블록체인이 훨씬 더 큰 개념입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이루는 요소 기술 중 하나일 뿐입니다.
비트코인(Bitcoin)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의 개입 없이 온라인상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암호화된 화폐
최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논쟁이 한창입니다. 정부는 분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업계는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업계란 암호화폐 거래소가 대부분입니다.
현재 암호화폐는 규제하고 블록체인은 활성화하는 것이 우리나라 정부부처의 입장입니다. 암호화폐가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거래되면서 국민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코인과 물리적으로 사용되는 실제 화폐를 1:1로 환산해서 쓸 수 있다면 전혀 문제가 없겠죠. 이를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코인 자체가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사고, 팔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즉, 거래의 수단이 아닌 금과 같은 가치의 수단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플랫폼의 관점에서는 블록체인의 정의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암호화폐의 분리 여부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 Chain)의 경우 굳이 암호화폐를 사용하지 않아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란 기업 내부 등 기업 내 허가된 참여자들만 사용하는 블록체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하이퍼레저(Hyperledger) 플랫폼이 있습니다. 그러나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도 조만간 토큰 기반 기능들이 제공될 예정입니다.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 Chain)으로 넘어가게 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집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공개형 블록체인이라고 불리며, 거래 내역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는 행동이 모두 공유되어 있고, 합의를 위한 불특정인의 컴퓨팅 자원을 활용한 일종의 보상 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코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가 잘 아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있습니다.
이더리움(Ethereum)블록체인 기술을 여러 분야에 접목할 수 있도록 한 ‘2세대 블록체인’ 기술로 분산형 애플리케이션(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 개발 가능
기술적으로는 확장성, 보안, 탈중앙화 이 세 가지를 풀어야 합니다. 이것을 트릴레마(Trilemma)라고 합니다. 한 개가 좋아지면, 두 개가 나빠지고, 두 개가 좋아지면, 한 개가 나빠집니다.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풀어야 하는데, 현재 존재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중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해결한 플랫폼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한 개만 풀어서 거기에 맞는 서비스만 제공 중입니다.
트릴레마를 풀기 위한 기술적인 요소로 신 합의 알고리즘, 개인정보 또는 데이터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동형암호화, ZKP(Zero Knowledge Proof) 등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또 실시간 P2P 네트워킹 기술, 데이터베이스기술, 이 기술을 포함한 플랫폼 기술 및 블록체인 기술·서비스를 검증할 수 있는 평가기술도 요구되는 바입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국내외 모든 연구자가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블록체인을 흔히 ‘똑같은 정보를 여러 개로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1세대 블록체인에 해당합니다. 2세대 블록체인은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이는 계약서를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기술로,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서 “27도가 넘어가면 에어컨을 작동해줘”라는 명령을 보낼 수 있습니다. 코드를 써서 보내는 과정에서 사물과 사물이 알아서 움직이는 상태를 구현하는 것이죠. 하지만, 스마트 컨트랙트는 보안에 취약합니다. 명령어를 잘못 써서 오작동이 될 수도 있고, 해킹에도 취약합니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
(Smart Contract)
블록체인 플랫폼에 실현되어있는 일련의 소프트웨어 코드로서, 미리 결정된 조건이 성취되는 경우, 블록체인에 담겨진 자산에 대하여 계약의 내용이 자동적으로 이행되는 것을 보장되는 기술
언론을 통해 보셨다시피 2018년에는 디지털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이유는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증명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술적으로 미성숙한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너무 일찍 활용하려 했던 점이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했겠죠.
2018년은 한마디로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나타난 한해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매스컴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좋다고 하니까, 우리도 이 기술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또는 “블록체인을 적용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현상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내부에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무차별적으로 일어났죠. 사용자는 이 기술이 정말 효율성이 있고, 투명하고, 보안 및 프라이버시 개선 등 목표 달성 여부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나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평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직 블록체인의 성능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단, 로컬에서 작게 쓰는 것은 가능하죠.
블록체인 기술 정의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기술은 중간관리자 없이 직거래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어요. 또 현재 인터넷은 데이터의 복사본을 상호 전달하는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는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정보 또는 가치를 전달하는 인터넷 체계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블록체인이 신뢰를 보증할 수 있는 인프라 기술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은 여전히 파급효과가 큰 기술입니다. 비록 암호화폐의 가격은 떨어졌지만, 이러한 가능성만으로도 블록체인은 충분히 가치 있는 기술입니다. 어쩌면 2019년에는 블록체인에 대한 극적인 헤드라인 뉴스가 거의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내부적으로 봤을 때 트릴레마라는 확장성, 보안, 탈중앙화 이 세 가지 기술을 해결하기 위해 내부의 물밑작업이 활발하게 일어날 예정입니다. 따라서 2019년에는 기술이 좀 더 뒷받침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습니다.
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 분산 어플리케이션)
이더리움, 큐텀, 이오스 같은 플랫폼 코인 위에서 작동하는 탈중앙 분산 애플리케이션
ETRI는 블록체인 기술을 단순히 분산된 정보를 서로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분산장부 공유기술을 활용해 보안성을 강화하는 측면으로만 보질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 되면 모든 디지털 데이터 및 전달에 신뢰성을 보증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디지털 데이터 정보를 사고팔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산(돈, 부동산, 현물, 개인 데이터 등)의 토큰화 기반으로 거래 프로세스 혁신 및 새로운 비즈니스 혁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ETRI는 기존 인터넷을 넘어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블록체인 인터넷으로 바꾸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박종대 센터장은 “가치 인터넷 체계로 변화를 위한 네트워킹과 컴퓨팅 기능이 융합된 블록체인 인터넷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목표입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