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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24
February 2019

Special  ____  오감으로 발전하는 미래의 ICT는 어떨까?

보고, 듣고, 만지고
오감으로 발전하는
미래의 ICT는 어떨까?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로 우리는 신기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사물인터넷(IoT), 컴퓨팅 등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ICT가 등장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을 오감을 통해 온몸으로 느끼며,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ICT를 함께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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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제품 조립, 도면 확인,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증강현실

오감 체험형 콘텐츠로 진화하는
VR·AR

공상과학(SF) 영화의 단골 소재로 쓰이던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기술로 주목받으면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두 기술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먼저 가상현실은 컴퓨터가 만든 가상환경 내에서 사용자의 오감 정보를 확장·공유함으로써 현실 세계에서 실질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을 실감나게 체험하는 기술이다. 현재 가상현실 기술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고객을 시장으로 유인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향후 관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는 콘텐츠 서비스가 생활 전반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가상현실 콘텐츠의 실감성과 몰입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촉각, 후각, 미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인터페이스 기술도 함께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콘텐츠를 기존, 단순한 관람에서 벗어나 ‘오감 체험’ 수준으로 견인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지리적으로 분산되어있는 사용자들이 같은 물리적 공간에 있는 것처럼 가상환경에서 실시간 협업(원격 가상회의, 원격 오케스트라 등)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강현실은 현실 공간과 사물에 증강된 콘텐츠를 활성화해 사용자에게 더 많은 체험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주로 마케팅,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의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증강현실은 의료나 제조 분야와 같이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실제적으로 활용되기 위해 대상 객체의 인식과 트래킹의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하지만 최근 작고 가벼우며, 배터리를 내장해 외부의 전원 없이 화면 투사가 가능한 피코 프로젝터(PICO Projector)가 출시됨에 따라 프로젝션 기반의 웨어러블 증강현실 분야의 기술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피코 프로젝터
(PICO Projector)

스마트 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와 연결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빔 프로젝트
화면으로 보여주는 소형 빔 프로젝터

가상현실 내에 있는 물체를 실제처럼 만져 크기와 모양까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글러브형 컨트롤러 © Dexmo /
가상의 영상을 실제 영상 위에 합성해 부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증강현실 의료 시뮬레이션

중국의 신흥 기업 ‘덱스터 로보틱스’에서 개발한 VR 시스템용 글러브 입력장치 ‘덱스모’ © Dexmo

누르지 않아도 터치되는 ‘촉감재현 기술’

2016년 초 미국 오큘러스는 고글처럼 착용하면 시야 전체를 가상 세계로 볼 수 있는 VR 기기를 상용화했다. 3년여가 흐른 현재 VR 기기는 각종 게임의 부속 장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는 촉각을 더한 혼합현실(MR, Mixed Reality)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혼합현실은 ‘현실-가상 연속성(Reality-Virtuality Continuum)’을 개념화한 용어다. 즉, 현실과 가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스마트 환경을 제공하여 사용자는 풍부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바닥의 가상 애완동물과 서로 만지면서 논다거나, 현실 공간에 가상의 게임 환경을 구축할 수도 있다. 또 게임 속에 나온 벽돌을 만지면 까끌까끌한 질감 표현이 나고, 물병을 들면 그 무게를 느끼게 된다.

일례로 2017년 1월 일본 기업 익시(exii)는 장갑 형태의 촉각재현장치(햅틱) ‘엑소스(EXOS)를 공개했다. 엑소스는 물건을 만질 때 근육의 긴장감을 재현했으며, 섬세한 힘 배분으로 이질감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게임사들은 엑소스에 큰 관심을 보이며, 일부 몇몇 자동차회사는 비숙련 작업자의 훈련 장비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중국 덱스터 로보틱스(DEXTER)도 장갑형 햅틱 ‘덱스모(Dexmo)’시제품을 선보였다. VR 세계에서 나무막대를 쥐면 손가락이 막대의 굵기 이상으로 쥐어지지 않고, 고무공을 잡으면 마치 실제처럼 손가락 움직임도 손을 움켜쥐듯이 느껴진다. 2018년 4월 미국에서는 디즈니 리서치(Disney Research)가 개발한 ‘포스재킷(Force Jacket)’ 시제품을 공개했다. 포스재킷은 에어백의 수축·팽창과 고주파 진동을 통해 상반신에 고주파와 힘을 전달해 준다. VR 게임 속 타격감이 사용자에게 전달되고, 가벼운 접촉은 물론, 포옹, 충돌, 뱀이 몸을 감는 정도의 섬세한 자극도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ETRI에서는 별도의 기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레이저를 이용한 촉감 생성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레이저의 열로 필름의 기계적 변형을 만들어낸다. 변형된 필름은 표면이 볼록해지거나 덜덜 떨리면서 사람이 촉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재현한다.

이러한 촉감재현 기술은 최근 가상현실·증강현실·혼합현실 분야에서 활발하게 접목되고 있다. 향후 제품을 미리 만져볼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이나 원격수술, 홀로그램 구현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현실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실제로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의 체험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국내·외 연구진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한 걸음으로 다방면의 시도를 거치며, 촉감 생성기술을 개발 중이다.

혼합현실
현실 세계에 가상 현실(VR)이 접목되어 현실의 물리적 객체와 가상
객체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환경

시각과 청각을 넘어 후각과 미각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 중인 VR 엔터테인먼트

센서웨이크(Sensorwake)에서 개발한 후각 알람 시계 © 2018 terry johns All rights reserved.

‘전기자극’으로 느끼는 후각·미각

ICT는 시각, 청각, 촉각뿐만 아니라 최근 미각과 후각에도 도전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혀나 코 같은 인간의 감각기관을 미세한 전기로 자극해 특정 음식을 맛보거나 냄새를 맡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 기술들이 상용화되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감각을 전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말레이시아 이미지니어링(Imagineering) 연구소는 최근 사람의 후각을 자극해 특정 냄새를 맡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디지털 냄새’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사람 코에 전극과 카메라가 달린 케이블을 집어넣고, 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코 안에 있는 후각 상피 세포에 전기 자극을 줬다. 코는 냄새를 내는 화학 물질이 후각 세포와 결합하면서 감각을 알아낸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전기자극으로 대신했다. 일본 메이지대학 미야시타 요시아키 교수는 맛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바로 압전(壓電)효과를 이용해 오래 씹어도 향이 사라지지 않는 ‘전기 껌’이다. 압전효과는 물체의 형태가 바뀌면 전류가 생산되고, 반대로 전류를 흘리면 물체의 형태가 달라진다. 연구진은 압전 소재로 이뤄진 얇은 플라스틱 필름을 개발했다. 이 필름은 1분 이상 껌처럼 씹으면 전류가 조금씩 흘러나와 혀의 미각세포를 자극한다. 아울러 일본 스타트업 레키모토랩(Rekimoto Lab)은 2016년 도쿄대와 함께 소금 없이 짠맛을 내는 ‘전기 포크’를 선보인 바 있다. 포크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앞부분에 약한 전류가 흐른다. 혀가 미세한 전기자극을 받으면 짠맛을 느낄 수 있으며, 전류의 세기에 따라 짠맛을 5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연구진은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 조절 걱정 없이 마음껏 단맛을 볼 수 있는 전기 사탕을 개발한다고 전했다.

ETRI 감성인터랙션연구그룹에서는 VR 영상의 내용에 맞춰 그에 맞는 향을 내보내는 후각 이미지 인식 기반 발향 장치를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HMD(Head Mounted Display) 장치에 장착된 발향장치가 영상의 Time Frame에 동기화된 향기의 분사 흐름을 제어한다. 이 시스템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발향과 관련된 영상 이미지를 수집한 뒤 이를 분류한다. 그 뒤 특정 영상이 입력되면 이미지를 인식해 발향 콘텐츠로 변환한 뒤 이미 장착해놓은 발향 카트리지에서 자동으로 향이 생성된다. 현재 기술로 커피, 오렌지, 장미 등의 향을 자동으로 내보낼 수 있다. 사람이 원하는 순간이나, 원하는 냄새와 맛을 정확히 느끼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시간에 맞춰 냄새를 전달하고, 다른 냄새를 전달하기 전에 먼저 제공됐던 향기는 사라지게 하는 섬세한 과정은 아직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또 냄새의 전달을 시청각 콘텐츠와 동기화시키는 기술도 필요하다. 넘어야 할 난관이 많지만, 오감을 정교하게 체험할 수 있는 가상 경험을 향한 연구진의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HMD
(Head Mounted Display)

안경처럼 머리에 착용 후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즐길 수 있는 영상표시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