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콘텐츠 바로가기


Special

“그 많은 데이터, 어디에서 어떻게 올까?”

세계의 모든 데이터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20여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과 같은 무선통신기기가 일반인에게 보편화되지 않았다. 대신 공중전화나 가정에서 유선전화를 통해 통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화는 물론 전 세계에 연결된 인터넷을 이용해 유무선에 관계 없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통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 세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통신을 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됐을까? 데이터가 우리에게 오는 과정과 그 사이에 필요한 기술을 함께 알아보자.

우리는 장소를 불문하고 클릭 한 번으로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사이트에서 데이터와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만든 영상을 어떻게 1초 만에 볼 수 있을까? 무선 기술의 발전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전 세계는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무선 송수신기 기술의 발달로 무선으로도 빠른 인터넷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거리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가정이나 학교에 설치된 무선공유기의 경우, 공유기와 멀어질수록 통신 속도가 느려지다가 결국에는 접속이 끊기는 현상이 일어난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인터넷(3G, LTE)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깊은 산속이나 바다 한가운데에서는 통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 세계 여러 나라와도 인터넷을 통한 통신이 가능할까? 바로 나라와 나라 간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해저케이블’ 덕분이다.
육지에서는 통신선을 연결할 때 주로 전봇대나 철탑(전기)을 이용한다. 이러한 선들은 사람이나 차량 등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선을 높이 들어주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전봇대는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바다의 경우 높은 전봇대를 세우기 어려울뿐더러 관리도 무척 어렵다. 특히 강한 파도나 선박에 의해 파손될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바다 밑에 통신선을 묻는다면? 이런 단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

01

데이터가 바다 건너 우리에게 오기까지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예를 들면, 뉴욕에서 만든 영상을 서울에서 클릭했을 때 로딩 시간은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데이터가 뉴욕에서 서울까지 오는 시간이 1초라는 뜻일까? 답은 “No!”다. 데이터가 클릭 한 번에 몇 십만km를 달려 우리에게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보고자 혹은 듣고자 하는 데이터는 대륙 간 해저케이블을 거쳐 이미 우리 주변의 데이터센터에 저장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즉, ‘해저케이블 → 데이터센터 →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은 맞지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들은 우리 근처에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처음 자료를 클릭한 사람의 로딩 시간이 10초였다면, 다음 사람은 1초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자료 검색용어 순위를 보고 미국 데이터센터에서 한국 또는 주변 국가의 데이터센터로 자료를 복사해 놓기 때문이다.이처럼 수많은 데이터는 지능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센터도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폭발적인 트래픽 증가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 센터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전달하는 망 자체도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 “데이터센터가 작아서일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잠실운동장의 3배 정도되는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미국의 주마다 설치되어 있다.

02

속도 역할을 하는 핵심 기술

정보를 저장하고, 연결하는 데이터센터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단연 연결 속도도 중요하다. 데이터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자동차 도로’ 역할을 하는 ‘광섬유’가 바로 그 핵심기술이다. ‘광섬유’는 바다 깊숙이 묻힌 해저케이블에도 들어있다. 광섬유는 빛을 이용해 통신신호를 전달한다. 여러 가닥의 광섬유로 구성된 해저케이블은 단선되거나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구리, 폴리카보네이트, 알루미늄, 금속 와이어 등으로 감싸져 있다.
광섬유는 신호가 손실되고, 무겁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 장비들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술이다. 또한 유리와 같은 성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빛을 광섬유 속에 일정한 각도로 쏘면 전반사가 일어나며 광신호의 손실 없이 아무리 먼 곳이라도 빛의 속도로 나아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수천 ~ 수만km 떨어져 있는 나라와도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 광 송 · 수신을 위한 부품들을 수입에 의존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이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국산화 주역은 바로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의 연구진들이다.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에서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현재보다 4배 이상 트래픽이 폭증해도 광케이블의 추가 증설 없이 통신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03

새로운 ‘광’ 시장이 열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 세계를 이어주는 케이블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이와 같은 해저케이블의 발달로  세계 각국과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데이터 센터 IP 트래픽은 2016년 연간 6.8ZB(제타바이트)에서 2021년 연간 20.6ZB로 연평균 24.7%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데이터센터 광트랜시버 시장은 연평균 10%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TRI는 지난 4월 용량과 규모가 큰 메가 데이터센터 내 스위칭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광수신기 모듈을 개발한 바 있다. 손톱 크기(1.3 x 1.1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 광 수신기 모듈은 기존 전송속도보다 4배 이상 빠르게 만들어 준다. 이 기술은 데이터 빅뱅으로 인한 트래픽 문제해결을 위해 개발되었다.
ETRI가 채택한 방식은 한 번에 1bit(비트)를 보내는 기존의 2단 변조(NRZ) 방식 대신 한 번에 2bit를 보내는 차세대 고효율 전송방식인 4단 고차변조(PAM-4) 방식이다. 또한 빛을 잘 모아주고, 잘 전달하기 위한 기술을 최적화해 제품의 차별성을 뒀다. 이로써 국내 기술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ETRI는 2~3년 내 400Gbps PAM-4 광트랜시버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곧 광수신기 기술 선점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볼 수 있다.
현재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업체들에게 해외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ETRI는 기술이전을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협업 파트너로서 사업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외국 수출 계획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된 기술이 묵혀지는 것이 아니라, 사업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첫 번째 관문을 ETRI가 활짝 열어가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