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 기술이 우리 생활에 더 가까워지길
주로 영화 속 단골 소재였던 VR/AR 기술이 언젠가부터 우리 생활 가까이 스며들고 있다. 전시회나 박물관에서 VR을 이용한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고, VR 전용 오락실도 생겨났다. VR을 오락으로 체험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VR/AR 기술연구그룹 조동식 선임연구원은 이제 VR 기술이 단순한 오락적 요소를 넘어 인간 능력의 확장으로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한다. 실제로 체험하기 힘든 것을 가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VR 기술. 앞으로 우리는 VR 기술을 통해 어떤 능력을 확장할 수 있을까? 조동식 선임연구원과 함께 VR/AR 기술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가상현실의 시작
가상현실은 ‘실제 주변 상황,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인터페이스’를 일컫습니다. VR 기술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혁신적인 기술이었는데, 최근에는 비교적 많은 장소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과정 중에 가상현실 연구실에서 학업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VR 기술을 앞으로 사용하게 될까?’ 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VR 관련 장비는 전선이 매우 복잡했고, 고가의 컴퓨팅 장치에,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아주 복잡한 코드 기반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처음 접한 안경형 디스플레이 장치를 착용하면 너무 무거워서 고개가 기울어지기도 하고, 어지러움 때문에 육체적, 심리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고통에 가까운 불편함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 때문에 주로 영화의 소재로 접했던 VR/AR 기술은 Palmer Luckey가 개발한 Oculus라는 가상현실 안경형 디스플레이 장치 덕분에 급격히 달라집니다. Oculus는 기존 장치보다 가볍고, 인간의 시야각에 가까운 가시화 영상을 제공했습니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VR이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을 예상하고 Oculus를 인수했습니다. 이후, 국내외 글로벌 IT 업계에서는 VR을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하고,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미래 기술로 VR/AR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실제 세계에 있는 모든 상황과 현상에 대한 체험과 사람들이 체험하기 힘든 모든 상황에 대한 경험, 위험하고 어려운 일들에 대처하는 방법, 과거와 미래에 대한 지식 습득, 인간의 건강을 증진하려는 방법, 주변 혹은 물리적으로 떨어진 사람들과 대인 관계의 확장 등 실제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과 동일하게 VR/AR 공간에서 인간의 새로운 욕구와 욕망을 충족하는 수단이 되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VR/AR 기술에 대한 인식이 오락적 요소에 한정되어 있어서, 이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것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하게 활용되는 VR/AR 기술
ETRI 입사 때부터 줄곧 VR/AR 연구 기술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VR/AR에 대한 우리나라 역사의 중심에 ETRI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TRI 내에 다양한 연구팀에서 VR/AR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VR/AR 기술연구그룹은 초창기에 산업과 관련한 VR 기술을 주로 개발했습니다.
그 중 ‘조선 산업 적용을 위한 페인트 도장/용접 훈련 시뮬레이터’는 조선소 현장에서 효율적이고 안전한 작업을 위해 사전 훈련이 가능한 기술입니다. 조선소에서는 선박에 스프레이 형태의 페인트를 균일하게 칠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훈련하는 자원이 협소했습니다. 한 번 페인트칠하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용접 훈련도 위험 상황에 노출될 우려가 있죠. VR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와 같은 가상의 공간에서 여러 번 페인트칠 훈련을 할 수 있고, 용접 훈련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국내 순수 기술로 최초로 현장에 적용되어 국내 산업에 기여한 순간이었는데 그때의 벅차올랐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외에도 디자이너들이 편리하게 핸드폰 디자인을 만들 수 있도록 가상현실을 통해 디자인을 구현하는 과제를 진행했습니다.
최근에는 연구팀에서 가상현실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시관, 박물관에서 더욱 실감 나는 체험을 위해 시뮬레이터와 연동하는 가상현실 기술입니다. 예를 들면, 사파리를 체험할 수 있는 차량에 탑승한 형태로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체험자가 제스처를 취하면 기린이 와서 먹이를 먹는다든지, 반딧불을 모을 수 있다든지 하는 등,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활동을 가상현실을 통해 체험할 수 있습니다. 또, 롤러코스터에 VR 기기를 접목해 VR 기기를 통해 공룡이나 용이 날아다니는 콘텐츠를 보면서 롤러코스터의 흥미를 극대화하는 기술을 연구팀에서 개발했습니다.
오락을 넘어 인간 능력의 확장으로 이어지길
대부분의 사람은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업무나 친구와의 대화,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스마트폰의 사용과 같이 VR/AR 기술을 새로운 미디어 형태로 많은 시간 이용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찾을 때 360도 공간을 활용해서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고, 교육방송을 들을 때 직접 수업을 듣는 것처럼 몰입감이 느껴지게 하거나 해외여행을 가기 전 VR/AR로 여행지를 사전 답사하고, 디지털 아바타 형태의 트레이너를 이용한 몰입형 운동 시스템으로 가정에서도 쉽게 운동 능력을 향상한다든지, 자기 전에 음악을 들을 때도 원격지의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VR 오케스트라 공연이 눈앞에 펼쳐진다든지 일상생활 여러 부분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회의를 할 때에도 장거리 이동할 필요 없이 아바타를 통해 나와 닮은 모습을 가상공간에 전송해서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 중 하나는 ‘텔레프레즌스 아바타’ 기술로, 증강현실 상에서 나의 아바타가 실세계에 돌아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말을 할 수 있어 기존 2D 모니터를 이용한 영상회의보다 더 자연스러울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렇게 VR/AR 기술이 발전하려면 ‘퀀텀 점프(Quantum Jump)’가 필요합니다. 기존 VR기기의 어지럼증과 무거운 하드웨어 시스템, 킬러콘텐츠 등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꾸준히 연구 개발해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 해외 사례나 논문, 전시회를 찾아보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한 체험의 확장은 인간의 능력 확장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학자들은 ‘증강형 인간(augmented human)’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능적 능력이 확장하는데 VR/AR 기술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상현실이 한 번 오락거리로 즐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필요로 해서 사용할 수 있는 날을 꿈꿉니다. 스마트폰과 유사하게 생활에 꼭 필요한 미디어 디바이스로 발전했으면 좋겠고, 연구자로서 VR/AR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