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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4 · October 20 · 2017 · Korean

Wide Interview  ______  최병수 ETRI 양자창의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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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양자컴퓨터 시대를 향한 준비

중국 송대의 유학자 주자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될 후회 열 가지를 ‘주자십회훈’으로 제시했다. 그중 ‘춘불경종추후회’는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곡식이 없다는 뜻이다. 미래를 위해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최근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가 ‘꿈의 컴퓨터’라고 불리며 양자역학이 주목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본격화할 기반기술로 양자컴퓨터는 새로운 컴퓨터의 시대를 이끌어낼 핵심기술로 손꼽힌다. ETRI 양자창의연구실은 양자 원천기술이라는 씨를 뿌려다가 올 양자컴퓨터 시대에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양자컴퓨터

양자역학은 기본적으로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에서 나타나는 물리적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현재 사용되는 컴퓨터는 ‘비트(bit)’라는 정보 표현방식에 기반한 연산법칙을 사용하여 0과 1의 나열과 조합으로 데이터를 처리합니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antum bit, qubit)’를 기반으로 0과 1이 중첩되거나 얽혀 훨씬 다양한 데이터 조합을 병렬적으로 처리합니다. 또한 다수의 큐비트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상관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자정보의 특성이 정보보호와 컴퓨팅분야에서 두드러지게 활용되도록 연구 개발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정보통신의 주요 키워드는 인공지능과 같은 초지능, IoT네트워크와 같은 초연결, AR/VR과 같은 초실감입니다. 이에 따라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서 통신량이 폭증하며 정보 보안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기존에 사용되어온 비트기반 정보보안기술은 양자컴퓨터가 나타나면 해킹될 여지가 높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큐비트를 활용하면 양자컴퓨터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자정보에 기반한 ICT인프라는 높은 보안성과 높은 계산성을 동시에 갖도록 합니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정보처리 부분에서 높은 계산성과 더불어 보안성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에 ETRI에서는 양자정보가 갖는 높은 잠재성을 실제로 활용하기 위한 알고리즘, 시스템집적화, 그리고 빌딩 블록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양자컴퓨터 관련 원천기술개발과 동시에 실제로 사용가능하도록 하는 양자컴퓨팅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ICT 분야에 활용될 양자컴퓨터

200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 대기업들이 양자 연구에 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통신 인프라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관련 기업인 구글이나 MS 등에서 활발한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대부분 차세대 핵심기술로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양자정보통신 기술 수준은 해외에 비해 격차가 있는 편이지만, 최근 해외 기업의 개발 사례를 보고 국내 기업도 관련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관련한 연구 개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대형 사업을 기획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구글에서는 이미 양자컴퓨팅 관련 활용분야에서의 세일즈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양자컴퓨터와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국내에는 아직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할 기업이 없기 때문에, 국내 고성능 컴퓨팅 사용자들은 해외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 할 것이고, 외국기술의 플랫폼에 고착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글로벌 기업과 비슷한 기술 수준을 확보해야 관련분야에서의 기술적 종속 관계를 피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나 양자암호체계는 비단 ICT 뿐 아니라 국방, 의료, 제조 분야에서도 많이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방과 같이 매우 중요한 분야에서 해외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 판단됩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조금은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관련한 연구개발을 진행하여 기술경쟁력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ETRI에서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하여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양자컴퓨터로 광합성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통해서 태양전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식물에서 일어나는 질소고정의 원리를 증명하여, 비료 등의 효율성을 높이고, 최종적으로 식량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데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상온 초전도 현상을 해석하여 전력망에서의 누수전력량을 최소화, 전력전송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4차 산업혁명 단계에서 고려해야 하는 초실감, 초연결, 초지능 요구고전을 고려하면, 양자센서나 디스플레이, 양자통신, 그리고 양자컴퓨터 등이 주로 활용될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단기적으로 확보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는다

2000년대부터 국내외에서 연구 생활을 하며 양자정보통신, 특히 양자컴퓨팅 관련 연구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양자컴퓨팅이 실제로 어느 정도 위력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양자컴퓨팅의 계산능력 및 알고리즘 관련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2000년 초반까지 유럽에서도 양자컴퓨팅 관련 연구가 초창기여서 관련 연구자들과 함께 양자컴퓨팅이 무엇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많이 배웠습니다. 양자컴퓨터가 실질적으로 매우 위력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구현하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연구 생활을 할 때에는 미국의 연구 문화를 동시에 배웠습니다. 미국은 정부기관, 연구소, 기업들이 모두 매우 효율적으로 협업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서로 간 긴밀히 협력하지 않으면 성공을 바라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양자컴퓨팅 부품, 특히 양자프로세서와 관련한 것은 일본에서의 연구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세한 물리적 대상을 다루기 때문에 매우 정교하게 제어해야 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알고리즘, 시스템, 부품까지로 이어지는 양자컴퓨터의 모든 구성요소들에 대해 전체적으로 연구개발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에서의 연구개발 내용, 범위, 속도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기술적 격차가 점진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한 것은 양자정보통신이 국방등과 같은 분야에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더 늦게 관련 연구를 하게 되면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특히, 정보통신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차세대 양자정보통신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의 산업경쟁력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걱정되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국내에서 ETRI는 양자정보통신 부품, 시스템, 그리고 양자컴퓨팅 활용까지 모두를 연구 개발할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었다고 판단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ETRI에서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양자정보통신 분야는 기술적으로 상승 곡선을 지나가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므로 지금이 관련 연구개발에 투자할 최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에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외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2020년까지 우리나라 뿐 아니라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에서의 연구개발용 양자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관련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과 실용적 관점에서의 활용에 초점을 맞춰 비트기반 슈퍼컴퓨터를 대체하고 싶습니다. 이 과정에서 ETRI가 중심점 역할을 하여 국내 양자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ETRI 연구개발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여서, 글로벌 무대에서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에 따라서, 다른 나라 연구진이 우리나라를 찾아오게끔 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도 양자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이어졌으면 좋겠고, 기존의 ICT 관련 연구개발 종사자 분들이 양자정보통신에 대한 많은 관심이 모아졌으면 합니다. 지금이 최적시기이며, 정보통신강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양자정보통신과 관련하여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기 때문에 관련 종사자 분들이 양자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으면 합니다. 우리나라는 좋은 기회에 있습니다. 양자 역학과 관련한 신생 회사들이 생겨나 글로벌 벤처 사례처럼 작은 규모의 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양자 기술을 통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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