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꿈을 위한 공간
과거 드림랜드가 넓게 펼쳐져 있던 공간. 위아래로 솟구치는 놀이기구가 있던 서울 번동의 거대한 부지는, 2009년 녹음을 품은 싱그러운 공간으로 변모했다. 지금의 북서울 꿈의숲 공원이 조성된 것이다. 더불어 공원 한 자락에는 자연과 하나 된 꿈의숲 아트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마치 그랜드 피아노를 연상시키는 입체적인 건물. 그곳에는 시민들의 눈과 귀를 위한 그림과 선율이 날마다 울리고 있다.
누구나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어디나 빼곡하고 복잡한 서울.
여유로운 숨길 한 번 돌릴 곳 없다고 여겨지는 이곳에 20만 평의 녹지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꽤 큰 규모의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만 온다’는 북서울 꿈의숲.
마치 거대한 비밀의 화원처럼 넓게 펼쳐진 이곳에는 시민을 위한 자연의 공간이 펼쳐져 있다.
북서울 꿈의숲을 천천히 산책하다보면 어느 순간 생경한 건물이 산자락을 따라 흐르는 광경을 발견할 수 있다.
꿈의숲 아트센터다.
마치 그랜드피아노가 산 한가운데 세워진 듯, ‘콘서트홀’과 ‘퍼포먼스홀’, ‘상상톡톡미술관’과 ‘드림갤러리’가
산턱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고 또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모두 독립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먼 곳에서 바라보면 마치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는 설계구조가 독특하다.
아트센터 입구에서부터 가장 위쪽에 자리 잡은 전망대까지 한 선으로 죽- 연결하다보면
자연의 소리를 머금은 거대한 악기를 상상할 수 있다.
2009년부터 서울시민의 대표적인 쉼터가 된 꿈의숲 아트센터는 총 네 개의 예술 공간과 전망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콘서트홀’과 ‘퍼포먼스홀’, ‘상상톡톡미술관’과 ‘드림갤러리’ 등으로 이곳에서는 클래식 연주와 오페라, 다양한 그림을 접할 수 있다.
더욱 많은 시민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예술 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예술의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음향사석 ‘제로(zero)’를 위한 무대
최대한 자연과 하나 된 자태를 선보일 수 있게 설계된 공간. 시민들은 이곳에서 예술과 자연, 두 가지 모두를 얻어갈 수 있다.
외부에서 공연장을 바라보는 경험은 현대문명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알게 해주고,
내부의 공연 공간에서는 예술이 사람의 감각을 어떻게 깨우는지 알게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실제로, 꿈의숲 아트센터의 진가는 내부 공연 시설에서 발휘된다.
특히 ‘콘서트홀’과 ‘퍼포먼스홀’ 두 개의 공연장은 음향사석이 없는 공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콘서트홀’은 클래식 전문 공연장으로 연주자의 소리가 관객에게 최적으로 전달될 수 있게 고려해 만들어졌다.
특히 최적의 잔향시간을 확보한 곳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잔향시간이란 음원이 정지된 후 음압 레벨이 60dB까지 떨어지는 시간으로,
즉 음원의 메아리가 자연스럽게 남아있는 최적의 시간으로 보면 된다.
음향의 왜곡과 장애를 제어한 공간인 만큼, 이를 유지하기 위한 공간 내부의 조절도 비교적 유연하다.
음향 반사판 높이와 각도를 변형해 음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덕분에 음향사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퍼포먼스홀 역시 적정반사와 흡음마감을 통해 음향 왜곡과 장애를 제어했다.
적정반사란 용어 그대로 음원이 객석에게 가장 적정한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을 경우 객석은 소리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꿈의숲 아트센터 퍼포먼스홀은 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우려를 제거했다.
뿐만 아니라 천고를 9.7m 까지 높여 다양한 무대설치가 가능하게 했고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최대한 가까이 놓는 구조로 공연자와 관객이 서로의 숨결을 느끼게 했다.
이외에도 상상톡톡미술관은 ‘국내유일 자연 속 어린이 미술관’ 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탁트인 공간에서 자유로운 상상을 유도하며,
드림갤러리는 전문 작가 뿐 아니라 시민들도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뽐낼 수 있도록 사진전과 회화전, 공예전, 설치미술전 등을 선보이고 있다.
시민들의 쉼터… 녹지와 문화재를 한 번에
꿈의숲아트센터가 더 소중한 이유는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지리적 요건 때문이다.
미술관과 갤러리, 공연장을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전망대까지 이르게 되는데,이곳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숲으로 우거진 주변 환경이 함께하는 덕분에 전망대에 선 시민들 역시 탁 트인 마음과 시야를 가질 수 있다.
사계절마다 모습을 바꾸는 숲과 나무 사이에 존재하는 이곳. 3월의 이곳은 모든 것이 돋아나는 싱그러운 봄이다.
잎과 싹이 움트는 작은 봉오리를 머금은 나무들.
그 사이마다 햇빛이 포근하게 내려앉았고, 시민들은 그 빛을 쐬며 한가롭게 오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트센터 주위를 조금만 산책하다보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까지 접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목조가옥, 높은 장대석 기단으로 감싸고 있는 창녕위궁재사다.
등록문화재 40호로 지정된 이곳은 ‘재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조상의 묘에 제사를 지낼 때 여러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조선 23대 왕인 순조의 둘째딸 복온공주와 부마인 창녕위 김병주의 제사를 지내기 위한 공간이다.
공원을 산책하다가 낮은 담을 보는 순간 한옥의 활짝 열린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건물로,
툇마루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담하고 소박한 앞마당의 정취가 마음을 매만지는 듯하다.
요란하지 않지만 무게감이 있고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욱 안정적으로 다가온다.
과거 우리 조상들의 정취와 정서가 물씬 풍기는 소중한 공간이다.
공간을 바라볼수록 고즈넉하고 소박하게 다가온다.
사람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자연’의 모습을 머금고 있기에, 어쩌면 이곳은 해가 더할수록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모두를 넉넉히 품는 공간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