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PEOPLE

즐겁게, 신나게, 지금처럼 이렇게

백준현 ETRI 자문변호사(법무법인 신화)

요즘 같은 세상,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다.
뉴스에 반가운 소식은 없고, 매일 똑같이 보는 얼굴, 매일 똑같은 출근,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이렇게 불평만 하는 사람에게 백준현 변호사는 말한다.
‘부정’이란 단어는 쉽게 전염되기 때문에 힘들어도 조금은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호탕한 웃음과 함께 그가 전한 즐거운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들어보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

저는 ETRI 자문변호사로, 주로 인사·노무·감사에 관련된 일을 맡고 있습니다. ETRI와의 인연은 2003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밤 10시까지 재판을 한 적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추억이네요.
변호사는 크게 세 가지 일을 합니다. 첫 번째는 변호, 두 번째는 변론, 세 번째는 판례, 계약서 등을 작성해 지식을 제공하는 일이지요. 변호사라는 직업은 굉장히 꼼꼼해야 합니다. ETRI 연구원처럼 한 분야를 앞장서 가는 직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남들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대체로 변호사를 찾는 분들은 무언가 실수를 했거나 억울함을 바로잡기 위해 찾거든요.
ETRI는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지요. 그런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술은 ETRI의 소관이 아닙니다. 이는 인문계열이나 문과 계열이 해야 할 일이지요. 변호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술을 발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연구원도 있겠지만, 좀 더 세심하고 인문학적인 고민을 하는 일은 인문계열 같은 다른 분야에 있지 않을까요. 따라서 ETRI의 변화와 발전을 시도한다면, 새로운 분야를 이해하고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어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100km, 슈퍼울트라마라톤

변호사는 슈퍼울트라마라톤 100km를 세 번 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완주를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죠. 주위 변호사 중 안타깝게 사무실을 문 닫은 동료가 많습니다. 이는 환경에서 오는 문제도 있겠지만, 두 번째 마라톤을 달리다 포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00km씩 세 번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은 몹시 지치고 힘든 일입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지금 내가 노력한 것보다 더 노력하고, 더 부지런하게 생활해야지요. 모든 것을 상황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세상은 한 사람을 도태되라고 부추기지 않습니다. 스스로 도태되는 것입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열정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 지식은 어디에서 올까요? 바로, 책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평소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합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생각나는 구절이 있습니다. ‘leading the train, not a riding', 인생에 관한 이야기인데, 관광객처럼 기차에 타는 사람이 되지 말고, 당신이 기차를 끌고 가는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기차에 얹혀 다니는 세상입니다. 편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인생의 지식을 책으로 습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 R&D나 발명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현재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런데 창조를 위해서는 밑바탕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어제 읽은 책, 어제 공부한 것에서 나옵니다. 10권을 읽으면, 8권은 나에게 쓸모가 없을 지라도 2권은 분명 나보다 더 나은 생각을 깨달을 수 있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지식을 공유하는 일

한 강연에서 누군가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영문 계약서는 어떻게 쓰나요?’ 저는 이 질문을 듣고 말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쓰세요.’ 너무도 당연한 말인가요?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일화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3/4 파운드의 닭을 사는데, 원가 절감에 매달려 계속해서 값을 깎으니 영계를 납품하는 양계장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점점 납품 양계장의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양계장에서 파격적인 가격으로 납품을 제안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계가 아닌 노계의 무게를 줄여 3/4 파운드로 판매한 것이었죠. 회사는 곧바로 소송을 걸었지만, 판결은 양계장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유는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에 영계를 판매하라는 조건은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나쁜 사람은 영계를 너무 낮은 가격에 사려는 사람이 아닐까요? 미국의 실제 사례입니다.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지만 사례를 통해 한 가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쓰라는 의미도 전달하고 싶습니다.
ETRI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출장을 자주 다니던 친구였는데, 콘퍼런스 전문 영어를 배울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ETRI에 근무하는 수많은 직원 중 콘퍼런스 영어 도사분도 계실 것입니다. 프레젠테이션 도사도 있을 것이고, 출장 기획 도사도 있을 것이고요. 한 달에 한 번씩 자신만의 지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팀장, 부장급 선임들이 오랜 시간 노력과 경험으로 체득한 지식을 많은 사람과 나누면 더 발전하는 ETRI가 되지 않을까요. 후배들과 향후 ETRI의 발전을 위해 지식을 공유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라

언젠가 친구가 제게 한 말이 와 닿아 저의 소신 중 하나로 삼은 말이 있습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잘해라.’ 사람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에게 호감이 갑니다.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과는 무슨 일이든 하고 싶지 않죠. 모든 사람이 이 메시지를 기억하고, 자신 앞에 있는 사람에 잘한다면 조금 더 긍정적인 사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뉴스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태와 관련해서 저는 평소 ‘긍정적으로 살자’라는 것이 삶의 신조였습니다. 부정은 주위 사람에게 전염되고,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조직을 해친다고요. 고객 중 몇 천 억대 자산가가 있는데 주된 고민이 돈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재산을 가치로 환산하면 몇조 원이 넘는데도 말이죠. 우리 모두의 고민은 단위만 다를 뿐이지 당장 물질적인 것만 따르진 않나요? 저는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즐거운 일을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스라엘의 어떤 작가가 쓴 책을 보니 나라 전체에 죽음과 전쟁이 만연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심성이 망가졌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 받으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면에서 공학도가 절대 빈곤과 사회문제를 해소하고, 도움이 되는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도 하면서 신나는 일을 하세요. 스스로 작은 일이라도 즐거운 일을 찾아보세요. 즐거운 연구원 분위기는 선배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만들 수 있습니다. 먼저,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며 앞에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죠. 그러면 연구원도, 가정도, 더 나아가 사회도 더 즐거운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