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여름이 가장 빛난다. 어느 곳을 가도 투명한 바다 빛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은색의 구멍이 숭숭 뚫린 까만 돌과 유리같이 투명한 바다는 누구나 제주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제주의 매력은 독특한 자연경관에서도 돋보인다.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와 쇠소깍은 제주의 자연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어서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주상절리대는 용암이 바다와 만나 빠르게 식으면서 사각형이나 육각형의 돌기둥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 대포해안 주상절리는 높이 30~40m, 폭이 약 1km 정도로 우리나라에 있는 주상절리 중에서 최대 규모이다. 석주들의 모양 또한 제각각이어서, 정말 신이 정교하게 다듬어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신들의 궁전'이라는 별칭은 설문대할망에 관한 전설에서 유래했다. 설문대할망은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센' 전설 속 여신으로, 자다가 벌떡 일어나 방귀를 뀌면 천지가 창조되고, 바다 속의 흙을 삽으로 떠서 부지런히 한라산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한번은 설문대할망이 제주 백성들에게 '속옷 한 벌을 만들어주면 육지까지 이어지는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하여, 백성들은 제주 섬 안에 있는 명주를 모두 모아 속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설문대할망의 몸집이 너무 커서 결국 속옷을 완성할 수 없었다. 제주 백성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화가 난 설문대할망은 옥황상제만 즐길 수 있는 천하제일의 경승지들을 만들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곳 주상절리대라는 것이다.
설문대할망의 탁월한 솜씨로 옥황상제도 반하게 만든 주상절리대는 영험한 기운을 뿜어내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전하고 있다.
전망대에 서서 주상절리를 바라보니, 돌기둥에 부딪히는 파도가 햇빛에 반사되어 부서진다. 바람이 데려온 파도 소리가 귓가를 시원하게 스친다.
주상절리의 비경을 뒤로하고, 제주의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서귀포시에 있는 또 다른 명소인 쇠소깍으로 향했다. 쇠소깍은 자연의 신비로움이 가득한 곳이다.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골짜기로 한라산 백록담부터 내려오는 효돈천의 물줄기가 깊은 계곡을 만들었다.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풍경이다. 이곳은 본래 하효마을 사람들이 이용했던 포구이기도 한데, 잔잔한 물 위에 떠 있는 테우가 이를 증명한다. 테우는 일곱 개에서 열한 개의 통나무를 사용해 만드는 제주도 전통 뗏목이다. 제주 사람들은 이 배를 타고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이동수단으로도 사용하였다. 쇠소깍의 테우는 계곡 끝과 초입을 오가기 위해 줄을 끌어 이동하는 방식이다. 열 명쯤 탈 수 있는데, 테우에 몸을 싣고 편안하게 쇠소깍 유람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쇠소깍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투명 카약을 타는 것이다. 짙푸른 수림 속 청량한 물살을 가르는 카약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수면과 눈높이가 거의 비슷해 자연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짙은 에메랄드빛 물 위에서 카약과 테우에 앉아 유유자적 몸을 실은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신선 같다.
테우와 카약을 타다 보면 장관처럼 펼쳐지는 쇠소깍의 풍경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다양한 모양의 협곡과 나무를 보면 마치 비밀의 낙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옆으로는 협곡과 나무가 만들어낸 자연의 그림이 펼쳐지고, 발아래에는 민물과 용천수, 바닷물이 어우러진 맑은 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