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전공은 본래 조각이었습니다. 1997년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중 학생들의 애니메이션 수업에서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때 미디어아트에 대한 동기를 얻었습니다. 현대는 미디어의 세대라 할 수 있을 만큼 미디어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는 대중에게 밀접한 요소라는 부분에서 예술로 접근해보자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저의 작품에는 한국화, 명화에 기반을 둔 작품이 많습니다. 현대는 급변하고 있어 고전 작품과 디지털의 만남을 통해 시대가 디지털화 되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명화의 여유를 전달해보고자 하였죠. 또 고전 명화를 주로 작업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전 명화가 주는 '아우라' 때문입니다. 항상 명작이 주는 아우라, 환상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명작이 주는 아우라는 과연 진실인지, 환상인지, 디지털을 통해 재해석되어도 명작이 주는 아우라를 표현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를 평가하길, 전통 미술 역사 속에 끼어드는 것 같다고도 하지만, 저의 개입이 혼란, 무질서로 보이더라도 세상은 혼돈 중에 창조 되었듯, 저의 행위가 새로운 탄생을 위한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원작을 단순히 소생시키려는 것에만 얽매이기보다, 원작과 함께 공존하고 싶습니다.
이이남이라는 이름을 국내외에 본격적으로 알릴 수 있었던 작품 중 하나는 '디지털 병풍'입니다. 바람을 막는 용도에 지나지 않던 병풍을 디지털화해 움직임과 사운드를 입혔습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고전과 현대를 크로스오버한 것이죠. 처음 작품을 선보였을 당시 생소하지만, 이 낯섦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움과 놀라움을 전한 것 같습니다.
작업한 작품들 중 애착이 가는 것이 많지만, 그 중 특히 2007년도 작품인 '8폭병풍1'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고전과 현대를 크로스오버 한 첫 시도이기에 어려움이 많았고, 작업하는 과정 중에 얻을 수 있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당시, 단순히 하나의 모니터만으로 작품을 구현하는 것이 아닌 병풍 식으로 여러 개를 연결하는 작업이라 기술적인 고민이 있었습니다. 디스플레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지요. 다행스럽게 현재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처음 작업할 당시보다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중동 카타르에서 첫 개인전을 했습니다. 작품 전시로 홍콩, 스위스, 런던 등 많은 나라에서 저의 작품을 관심 있게 봅니다. 그 이유는 디지털을 통한 명화의 재해석으로 차별화된 아우라를 풍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고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오묘한 느낌 때문이 아닐까요. 특히 외국인들의 시각에서 동양예술에 대한 신비로움은 여전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정적이면서도 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현지인들도 많지요. 미디어 안에 감성이 공유되는 작품들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미디어아트 역시 발전될 것입니다. 다양한 매체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범위 역시 넓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저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VR 기술을 기반으로 한 컨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향후 계획은 4월에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특별전'과 베를린 '안도파인아트 개인전', 5월 7일부터 노르웨이 베스트포센 미술관에 있을 '한국아티스트 그룹전', 5월 13일로 예정된 스위스 취리히 '리트베르크 뮤지엄 - 세계의 정원 전'에 한국 대표 작가로 참여합니다. 또 오스트리아 'Cultural Quarter of Upper Austria', 'OK Center for Contemporary Art'에서의 전시, 7월 29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되는 '2016 조지타운페스티벌', 9월에 있을 '북경 화이트 박스 개인전', 11월에 있을 벨기에 'ZEBRASTRAAT GHENT BELGIUM'에서의 개인전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통과 공감을 이루고자 노력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전의 작업들이 명화를 재해석했다면, 앞으로의 작업은 나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