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성(城)은 당대 기술과 예술의 결정체다. 우리나라에서 완성도와 예술성을 고려해 최고의 성을 꼽자면 단연 ‘수원화성’이다. 수원화성은 1794년 1월에 착공해 1796년 9월에 완공된 수원의 읍성이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원침을 수원 화산으로 옮기면서 화산 아래에 있던 관청과 민가를 팔달산 아래로 이전시키고 이곳에 행궁과 함께 화성을 축성하였다. 성곽은 둘레가 약 5.7km, 높이가 4~6m로, 실학자 유형원의 이론을 바탕으로 정약용이 설계하였고, 석재와 벽돌의 병용, 화살과 창검, 총포를 방어하는 근대적 성곽 구조를 가졌다.
수원화성은 거중기와 유형거 등의 신식 장비로 공사가 이루어졌고, 전국에서 최고의 기술을 지닌 장인들이 소집돼 지어졌다. 동원된 인원만 70여만 명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사였다. 또한, 수원화성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정약용의 거중기와 유형거다. 실학자 정약용이 수원화성을 축조할 때 고안해 사용한 유형거는 일반 수레 100대가 324일 걸려 운반해야 할 짐을 70대로 154일 만에 운반하였다. 또한 거중기 11대를 이용해 10년이 걸릴 화성의 건축 기간을 2년 9개월로 단축한 기록이 있다.
화성은 대부분 화강암을 쌓아 축조됐다. 중요 방어시설은 벽돌로 쌓아 올렸다. 돌과 목재와 함께 벽돌이 건축 재료로 본격 활용되면서 이전의 재료에서 만들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조형물이 탄생한 것이다.
화성은 4개의 성문과 5개의 암문, 2개의 수문, 2개의 은구, 2개의 장대, 2개의 노대, 3개의 공심돈, 4개의 각루, 1개의 봉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 후기, 정조는 우리의 전통을 지켜가되 외래문화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성을 만들었다. 그래서 화성은 동·서양의 군사시설 이론이 잘 반영되어 있으면서 방어기능이 뛰어나, ‘성곽의 꽃’이라고 불린다. 또한 축성에 관한 모든 기록을 「화성성역의궤」에 남겼고, 이 책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수원화성 축성 종합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화성성역의궤」는 그 내용만으로도 중요한 학술자료가 되지만, 정교한 활자나 높은 수준의 인쇄술을 잘 나타낸 표본적인 서적으로도 귀중하다고 한다. 더욱이 이 책은 1997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에 큰 역할을 하였으며, 책 자체로 2007년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행궁에서 올려다보니 팔달산 정상에 서장대(성 안팎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지휘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서장대에 올라 내려다보면 수원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서장대를 바라보고 난 후, 화성의 북쪽문인 장안문으로 향했다. 장안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문으로, 서울의 숭례문보다도 큰 규모다. 수원화성의 또 하나의 특징은 보통 다른 성들은 남문을 정문으로 쓰는데, 북문인 장안문이 정문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서울에서 출발해 수원에 도착 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문이 바로 장안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안문에서 나와 수원천을 지나면서 화홍문을 만날 수 있었다. 7개의 수문에서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흐르면 무지개가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화홍문을 지나 성벽을 따라 걸었는데, 성벽에도 조선의 과학과 건축 기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특징 중 하나가 건축 자재로써 처음으로 벽돌을 도입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벽을 쌓았던 화강암과 함께 검은 빛 벽돌을 성벽 건축에 사용하면서 화성의 곡선미를 살려 더욱 견고하고 위엄 있게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방화수류정 바로 밑에서 만난, 화성에서 새로운 성곽의 축조정신을 가장 상징적으로 대변하며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겨 주는 망루인 ‘공심돈’.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수원화성(華城)에서만 볼 수 있는 공심돈은 다른 망루와 달리 툭 튀어나오고, 가운데가 비어있는 것이 독특했다.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인 ‘방화수류정’. 51개소에 이르는 화성의 각종 시설물 중에서 백미는 적의 침입을 감시하는 망루의 하나인 방화수류정이다. ‘꽃을 찾고 버드나무를 따르는’이라는 이름처럼 성벽에 우뚝 솟은 방화수류정 아래 인공연못이 자리한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로 손색이 없었다. 주변을 감시하고 군사를 지휘하는 지휘소 기능과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정자의 기능을 함께 지닌 이곳은 독특한 평면과 지붕형태를 갖고 있어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