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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3 201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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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Q. 먼저 근황을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50명 남짓한 학생들에게 ICT 융합으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왔고, 또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를 함께 고민하고 가르치고 있어요. 2014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총괄자문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5G포럼자문위원장, 창조경제 위한 스마트뉴딜 실천연합(창실련) 공동의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한국전력 사외이사를 맡아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스마트그리드의 구축을 역설하고 있지요. 그 외에도 여러 협회에서 활동하는 등 공사다망하게 지내고 있어 일주일이 아주 순식간에, 재미있게 지나간답니다.

Q. 창실련 의장으로서 창조경제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에 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가요?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의 중요성에 착안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인 ICT를 육성하고 산업 전반에 융합시켜 벤처창업의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물론 맹목적인 육성은 지양해야겠지요.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은 100분의 1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를 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창업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 저도 많은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Q. 원장님의 좌우명이 궁금합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를 인생의 신조로 삼고 늘 되새기고 있습니다. 삶이란 파도와 같아서 언제나 굴곡이 있지요. 저는 이공계 전공을 한 사람인지라 ‘인생은 사인 웨이브(sine wave)와 같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하는데, 힘든 일이 생겼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자만해서도 안되겠지요. 우리 연구원 여러분들께도 말 못할 우여곡절들이 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마세요. 지금이 최악의 순간이고 앞으로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 보세요. 또한 지금의 상태가 더할 나위 없이 좋게 느껴지더라도 항상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비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소한 꿈에 대해서 들려주세요.

이순(耳順)을 넘겨보니 생산 활동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얼마나 활력을 주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구마 한 상자라도 누군가에게 베풀 수가 있으니 또 얼마나 좋아요. 지금 맡고 있는 일들이 잦아들면 시골로 이사를 가고 싶습니다. 노부부가 살아갈 수 있는 아담한 집을 짓고 태양광전지 지붕도 올리고, 밭도 가꾸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움직이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내 손으로 키워낸 결실을 나누며 그렇게 지내고 싶습니다.

Q. ETRI 재임 시절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를 들려주세요.

재임기간 동안 와이브로(WiBro), 지상파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기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을 찾아다녔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추억해 보아도 참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날들이었지요.
삼성전자와 함께 연구한 와이브로는 2004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는데, 당시 삼성전자로부터 15억 원 상당의 상여금을 받았습니다. 그 중 절반은 연구원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나머지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했습니다. IMF의 여파로 팔아야 했던 연구원 콘도를 다시 구입했지요. 우리 임직원들에게 세계 1등 연구기관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연구원들이 긍지를 갖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풍토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상파 DMB 기술의 경우 당시 혁신적인 성과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습니다. 유럽의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 포럼 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해 전화기 속에 TV를 통째로 집어넣었다며 깜짝 놀라더군요. 그리고 바로 우리의 기술이 DAB 포럼의 표준으로 채택되었죠.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에는 독일에 직접 가서 DMB 시범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 손 안의 TV’를 본 유럽인들이 동그란 눈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을 보며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일주일 중 이틀은 텃밭에 갑니다. 양평에 밭을 빌려 스무 종 이상의 작물을 키우고 있어요. 각종 잎채소부터 고추, 완두콩,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 직접 기르고 수확한 작물로 아침식사를 하고 이웃과 나누기도 하지요.
물론 농사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일이랍니다. 상당한 노하우도 필요한데, 제가 중학교까지 시골에서 다니면서 농사일을 많이 해봤던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농사의 즐거움을 표현하라면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6월에 고구마를 심어 최근에 수확을 했는데, 줄기 하나만 땅에 꽂아두어도 금세 뿌리를 내리고 알 굵은 고구마가 주렁주렁 매달리는 것이 놀랍고도 감격적이에요. 식물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능력이 있는지!
땀을 흘린 후 털썩 앉아 막걸리 한 잔을 마시는 재미, 작은 새싹이 무거운 흙을 뚫고 올라오는 것을 봤을 때의 경이로움, 정성으로 키운 작물들이 열매를 맺는 보람, 그 결실을 베어 물었을 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가 없어요.
흙을 가까이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지내니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는 잘 알지 못했던 소박한 즐거움을 느끼며, 하루하루 생명에 대한 애착과 경외심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ETRI 임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느라 잠도 잘 못 이루고, 연구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견인해야 한다는 미션을 압박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더 열심히 해서 발전해나갈 수 있는 동력으로 삼아 대한민국의 경제를 일으키는데 앞장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TRI는 우리나라 ICT 발전의 근원지라는 자부심을 잊지 말고 창조경제에 이바지하여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ETRI인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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