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8
October
ENG
SPECIAL 2

보는 기술에서
경험하는 기술로

방송은 더 생생한 경험을 향해 발전해왔다.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지상파에서 케이블·위성으로, 그리고 디지털 방송과 DMB, IPTV, UHDTV에 이르기까지 방송의 역사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과 함께 확장됐다. ETRI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디지털 방송의 기반 기술부터 실감미디어와 콘텐츠 기술까지 연구하며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왔다. 방송을 ‘보는 것’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바꾸는 기술의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더 선명하게,
더 자유롭게 —
디지털 방송 시대를 열다

1990년대 들어 케이블TV와 위성TV가 등장하며 우리나라의 방송 환경은 다매체·다채널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시기 ETRI는 1993년 디지털 위성방송 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디지털 방송미디어 기술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지상파 디지털방송 송수신 및 중계 기술, 신호처리 기술 등을 개발하며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

디지털 위성방송 헤드엔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에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했다. 영상과 음성을 효율적으로 압축하고 전송하기 위한 코덱 기술과 비디오·오디오 부호화 기술,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환경에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MPEG-21 기반 멀티미디어 프레임워크 등이 함께 요구됐다. ETRI는 이러한 핵심기술의 개발과 표준화에도 집중했고, 다수의 국제특허를 확보하며 기술 경쟁력을 쌓았다.

새로운 방송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ETRI의 연구도 이어졌다. 2002년 정부가 고정형 DTV는 미국의 ATSC 방식으로, 이동형 DTV는 지상파 DMB로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ETRI도 DMB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2001년부터 축적해 온 DAB 송수신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를 이어간 결과, 2003년 10월 세계 최초로 지상파 DMB 개발에 성공했고 2005년 12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DMB 방송이 시작됐다.

방송은 이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미디어에서 이용자와 상호작용 하는 미디어로 영역을 넓혀갔다. ETRI는 데이터·맞춤형 방송 서비스를 개발하고, 양방향 및 방송·통신의 융합으로 등장한 IPTV 관련 기술에도 연구 역량을 집중했다. 품질보장형 IPTV 네트워크를 이용한 초고화질 방송을 구현하는 등 새로운 방송 환경에 필요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방송을 둘러싼 기술의 범위를 넓혀왔다.

(왼쪽) MPEG-2 기반 고선명 TV 인코더 / (가운데) 지상파 DMB 수신 SoC 및 DMB 단말기 / (오른쪽) 차세대 IPTV 기술을 시스템에 적용한 시연서비스

화면을 넘어 현실로 — 실감미디어에 도전하다

방송의 진화는 화질과 전송 방식의 변화에만 머물지 않았다. 3DTV와 UHDTV를 비롯해 화면 속 장면을 더욱 현실감 있게 전달하기 위한 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ETRI는 1990년대 말부터 3DTV 방송 기술개발을 시작해 양안식 3DTV 방송 기술, 3차원 AV 기반기술, 무안경 다시점 3D 지원 UHDTV 방송 기술 등을 연속적으로 개발했다.

이러한 연구는 새로운 방송 서비스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2013년 11월 세계 최초로 3DTV 지상파 본방송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ETRI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1년부터 무안경 다시점 3D 지원 UHDTV 방송 기술과 모바일 완전입체 콘텐츠 기술, 초실감 테라미디어를 위한 AV 부호화 및 LF 미디어 기술 등을 연구했다. 같은 시기 디지털 홀로그래피 분야 국가대표과제를 추진하며 홀로그래피 획득생성·압축·재현 핵심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방송미디어의 변화는 TV라는 기기 자체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ETRI는 2011년부터 기존 스마트TV를 넘어서는 ‘스마트TV 2.0’ 기술개발을 추진하며 TV 산업을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중심의 새로운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했다. 또한 12K×2K급 대화면 파노라마 영상(UWV) 실황중계 기술을 개발했고, 차세대 디지털방송 표준인 ATSC 3.0 표준기술 개발도 선도했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도 더 흐려졌다. IP 기반 OTT 서비스가 성장하고 VR·AR과 같은 양방향 실감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기존 방송 기술에도 새로운 변화가 요구됐다. ETRI는 케이블방송을 위한 RoIP 기술과 동일대역 전이중 전송 기술을 개발하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했다. 이처럼 방송미디어 기술은 지상파와 케이블, 위성을 넘어 IPTV와 OTT, 그리고 VR·AR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으로 연구의 영역을 넓혀왔다.

ETRI가 개발한 3DTV용 카메라와 70인치 프로젝터

기술에 상상을 더하다 —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방송이 전달하는 경험이 풍부해질수록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 기술의 중요성도 커졌다. 1990년대 이후 디지털 콘텐츠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콘텐츠는 복제와 가공이 쉽고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산업적 가능성을 가진 분야로 주목받았다. ETRI 역시 199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 콘텐츠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 디지털 액터, 3D 게임엔진, 홀로그램 재현, 인터랙티브 VR 등의 기술을 연구했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에서는 디지털 액터와 유체시뮬레이션, 디지털 크리처, 인터랙티브 리얼 3D 기술 등을 개발했다. 2005년 개발한 디지털 액터는 여러 영화에 활용됐으며, 국내 연구기관 최초로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제에서 기술상을 받았다. 영화와 같은 콘텐츠 산업에서 활용되는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을 국내에서 직접 개발하며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기술 기반을 넓혀간 것이다.

(왼쪽) 대역 배우의 얼굴만 실제 배우로 대체한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 (오른쪽) 군중 시뮬레이션으로 탄생한 영화 ‘중천’의 한 장면

콘텐츠 기술의 영역은 게임과 교육으로도 확장됐다. 온라인·3D 게임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ETRI는 서버, 네트워크, 단말기, 컴퓨터 그래픽스 등 여러 기술을 통합해 온라인 3D 게임엔진을 개발했다. 2003년부터 ‘Dream 3D’와 ‘크로스 플랫폼’ 등의 게임엔진을 개발했고, 2008년에는 게임 서버의 성능과 안정성을 테스트하는 ‘비너스 블루’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3D 인터랙티브 학습 콘텐츠와 체험형 동화구연 서비스, AR·VR·딥러닝 기반 참여형 이러닝 기술, VR 스포츠 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이후에는 사람이 실제로 보고 체험하는 것과 가까운 실감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이어졌다. 도심형 VR 테마파크 기술과 디지털 문화재 콘텐츠를 비롯해 초다시점 영상 고속 생성·처리, 홀로그램 고속 생성, 초다시점·홀로그램 실감 상호작용, 초다시점 영상제작 도구 등을 연구했다. 앞으로 ETRI는 인공지능, VR·AR, 오감 콘텐츠 기술 등을 결합한 초실감 몰입형 콘텐츠 기술을 통해 인간과 문화가 중심이 된 디지털 라이프를 구현하고자 한다. 방송과 콘텐츠를 둘러싼 기술의 변화가 결국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왼쪽) 석조건축물 조립체험학습 콘텐츠 ‘엑스탑’ / (오른쪽) 공간증강 시스템을 활용한 EBS ‘딩동댕유치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