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과 블록체인(NFT)
지난 2021년 3월, 영국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약 6,930만 달러(약 785억 원)에 낙찰된 작품이 있다.
JPG 파일로 제작된 비플의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다.
경매에서 거래된 최초의 NFT 아트로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소유권을 증명하기 어려웠던 디지털 아트가 대체 불가능한 토큰,
NFT를 만나 소유권 증명이 가능해지자 NFT 아트 시장의 문이 열렸다.
NFT(Non Fungible Token)는 단어를 직역하면 ‘대체할 수 없는 토큰’이다. 각각의 NFT는 토큰마다 고유한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다. 1:1 교환이 가능한 비트코인과는 달리 NFT는 교환할 수 없는 것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자산 토큰이다. NFT는 소유권과 판매 기록, 수정기록 등이 모두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되기 때문에 복제나 위조할 수 없다.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보장하고, ‘희소성’과 ‘고유성’을 충족시켜 주는 NFT 덕분에 디지털 콘텐츠에도 원본의 개념이 분명해졌다.
NFT 아트는 NFT에 작품명, 작가명, 작품과 관련된 계약조건, 원본 접근 URL 등에 대한 메타데이터만 저장된다. 작품의 진품 보증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비플의 작품 경매를 시작으로 NFT에 음악, 그림,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의 메타데이터가 저장됐고, 판매되기 시작했다.
2021년 NFT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2024년 아트 바젤(Art Basel) 보고서에 따르면 NFT 아트 시장의 판매율이 점점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1년 NFT 아트 판매금은 29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년 동안 감소해 2023년 12억 달러로 전년 대비 51% 감소한 금액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락세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피해 사례의 여파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NFT 아트는 디지털 아트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준 계기로 볼 수 있다.
NFT아트의 시초라 볼 수 있는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는 ‘비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마이크 윈켈만(Mike Winkelmann)이 2007년부터 매일 하나씩 그린 본인의 작품을 하나의 콜라주로 이어 붙여 만든 NFT 작품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5,000일 동안 업로드된 그림을, 애초에 하나로 이어 붙일 목적으로 제작했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벤트를 그린 작품부터 격동하는 사회상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으로 작품 소재의 범위를 확장해 나갔다. 추상적이고, 기괴하기도 한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는 5,000일을 뛰어넘어 지금도 진행 중이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비플의 작품은 그의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관람할 수 있다.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의 작품도 NFT화 됐다. 블록체인 회사인 인젝티브프로토콜은 뱅크시의 ‘Morons’를 NFT로 변환한 뒤 경매에 올렸다. 이후 실물 그림은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작품명인 ‘Morons’는 멍청이를 뜻한다. 그림 속에는 미술 경매장에 모인 구매자들이 그려져 있고, ‘이 멍청이들이 정말 이런 쓰레기를 사다니 믿을 수가 없어(I Can’t believe you morons actually buy this shit)’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그림의 오마주가 된 배경은 1987년 영국 크스리스티 경매장에서 진행됐던 반 고흐의 ‘해바라기’ 경매장이다. 이날은 경매 역사에 남을 최고가에 ‘해바라기’가 낙찰됐다. 그림에 거액의 돈을 쓰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뱅크시의 메시지가 뚜렷하게 담겨있는 작품이다.
박제 상어로 미술계에 충격을 안겨줬던 데미안 허스트의 ‘The Currency’ NFT 프로젝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예술 작품도 화폐처럼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을 실험하고자 10,000개의 페인팅 작품을 판매했다. 구매자는 1년 안에 실물 페인팅 작품과 디지털화된 NFT 형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NFT 형식을 선택한 사람은 4,851명이었고(이 중 1,000장은 작가 본인의 소유였다.), 4,851장의 실물 작품은 소각됐다. NFT를 만나 선보여진 작품들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NFT 아트들이 앞으로 세상 속에서 어떤 형태로 발전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