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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V급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등장

양자센서연구실 문재경 책임연구원

ETRI가 3000V급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소재와 소자 기술을 국산화 하는데 성공했다.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개발 단계는 아직 세계적으로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이번 기술의 국산화는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모스펫(MOSFET) 소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MOSFET은 게이트 전극에 인가되는 전압에 따라 트랜지스트 채널이 온-상태(On-state)와 오프-상태(Off-state)로 바꿔 줄 수 있는 스위칭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 소자입니다. 좋은 전력 MOSFET 소자일수록 전력 변환 손실이 적고, 고효율을 자랑해요. 전류가 흐르는 온-상태에서는 온-저항(Ron)이 낮고, 오프-상태에서는 항복전압(VBD)이 높아요. 그리고 온-상태에서 오프-상태로 또는 오프-상태에서 온-상태로 변할 때는 스위칭 속도가 빠릅니다.

3000V급 성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적 원리는 무엇인가요?

전력반도체가 고전압 상태에서 항복파괴(Breakdown Failure)가 일어나는 원인을 최소화했습니다. 우선 MOSFET 소자의 항복전압(Breakdown Voltage; VBD)*을 높여야 했어요. 이를 위해선 누설전류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했죠. 에피소재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버퍼 누설전류(Buffer Leakage)’와 전력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표면 누설전류(Surface Leakage)’를 최대한 줄여야 했는데요. MOSFET 소자용 에피소재 성장 시 도핑된 버퍼층**을 제거하고, 소자 공정 수행 시 산화알루미늄(Al2O3)과 산화규소(SiO2) 박막을 하이브리드 구조로 고온에서 증착해 표면을 보호하는 방법을 사용했어요. 이 방법을 통해 누설전류를 피코암페어(pA)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누설전류 감소기술 이외에도 임계 항복 전계(Critical Breakdown Field)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소오스 전극에 연결된 필드 플레이트 기술을 채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피 성장된 고농도 도핑층을 소오스와 드레인 전극에 선택적으로 채택해 모스펫 소자의 온-저항(On-resistance: Ron)을 줄였습니다. 그 결과 항복전압이 2배 이상 크게 향상됐고, 전류밀도도 50% 이상 증가됐죠.
* 항복전압(Breakdown voltage; VBD): 채널층을 블로킹한 상태(오프-상태, Off-state)에서 드레인 전압(Vds)을 점점 증가시키면서 소오스-드레인 누설전류(Leakage Current)가 1 마이크로 암페어 이상 흐르기 시작하는 소오스-드레인 전압(Vds)의 크기를 말한다. 항복전압이 높을수록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는 디바이스를 제작할 수 있다.
** 버퍼층: 반도체 기판과 채널층 에피소재를 성장시키는 사이에 존재하는 층을 말한다. 이 버퍼층에서 채널층 누설 전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제작시 주의를 요한다.

산화갈륨 에피소재 기술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에피는 에피택시(Epitaxy)를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에피택시는 그리스 문자 epi(on, 위에)와 taxis(Arrange, 배열)의 합성어로 단결정 기판 위에 기판과 같거나, 또는 다른 결정구조를 갖는 결정 박막을 성장시키는 기술을 뜻해요.

특히 이번 기술에서는 전력반도체 MOSFET 소자로 동작시키기 위해 성장된 단결정 산화갈륨 반도체 박막을 의미합니다. 에피소재의 두께와 도핑 특성을 조절하여 소자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재 기술이에요. 인조 사파이어(Al203), 질화갈륨(GaN), 탄화규소(SiC), 실리콘(Si), 산화갈륨(Ga203) 등 다양한 기판 위에 질화갈륨, 산화갈륨 등의 반도체 물질을 3차원적으로 원자 스케일의 규칙성을 갖도록 얇은 막으로 성장한 핵심 반도체 소재를 말하죠.

이번에 개발한 에피소재는 기존의 R&D 레벨에서 적용해 오던 mist-CVD, MBE(Molecular Beam Epitaxy) 또는 HVPE(Hydride Vapor Phase Epitaxy) 성장법이 아닌 MOCVD(Metal Organic Chemical Vapor Deposition)* 성장법을 적용했어요. 국내 최초로 에피소재의 대량 생산과 상용화가 가능한 MOCVD 성장 장비로 국산화를 구현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 MOCVD(Metal Organic Chemical Vapor Deposition): 에피소재 박막의 두께, 조성 및 도핑농도를 정밀하게 조절·제어할 수 있는 성장장비로, 대량생산과 양산이 가능한 현존하는 최고의 성장장비다.

산화갈륨 소재가 기존 반도체 소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나요?

산화갈륨 소재는 밴드갭 에너지(Energy Gap; Eg)가 4.8eV로 기존 전력반도체 소재인 실리콘(Si: 1.1eV), 질화갈륨(GaN: 3.4eV), 탄화규소(SiC: 3.3eV)에 비해 매우 크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밴드갭 에너지가 크다는 것은 온도, 빛, 방사선 등 외부 환경에 견디는 저항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해요. 전력반도체 소자를 응용할 때 더 높은 전압에서도 견딜 수 있기도 하죠. 따라서 자동차 엔진과 같은 고온 환경이나 원자력 발전, 우주환경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동작이 가능한 장점도 가집니다.

특히 반도체 소재로써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어요. 기존 질화갈륨(GaN)이나 탄화규소(SiC)와 같은 와이드밴드갭 반도체와는 달리 고품질 단결정 기판을 대구경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까지도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실리콘(Si) 반도체가 전력반도체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주된 이유는 고품질의 대구경 단결정 기판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게다가 산화갈륨 반도체는 저가로 생산되는 실리콘 반도체 소재와 유사한 액상 단결정 성장 방식이 적용돼요. 이런 것들을 따져봤을 때, 산화갈륨 반도체는 미래 고전압용 전력반도체 핵심 소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기술의 국산화를 통해 기대할 만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국내 최초로 개발된 산화갈륨 에피소재의 품질과 전력반도체 모스펫 소자의 성능은 학계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기술 국산화를 통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점은 크게 3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에피소재 국산화 부분입니다. 지금까지는 에피소재를 전량 일본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다양한 스펙과 성능의 전력반도체 소자의 연구개발을 발 빠르게 진행하는데 제약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부터 국내 소자 연구개발자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에피소재를 빠르게 제공하고, 제작된 소자의 특성을 에피소재 연구팀에게 피드백해 소재와 소자의 성능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로는 소자공정 부분입니다.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소자 공정은 조각 사이즈에서 2인치 및 4인치 웨이퍼 스케일까지 모두 국산화가 됐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고전압 대전류 성능을 갖는 산화갈륨 대면적 소자의 국산화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글로벌 초기단계에 있는 산화갈륨 반도체 국내 연구개발 기관에서도 에피소재와 소자공정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빠른 속도로 전력반도체와 다른 응용분야, 가령 단파장 자외선 광소자, 내방사선 센서 등 다양한 연구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해당 기술은 어느 분야에 사용될 예정이며, 상용화는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주로 사용될 분야는 전기자동차, 스마트 그리드, 고속철도, 풍력발전, 산업용 로봇, 선박 등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극고온과 극저온, 내방사선 특성을 필요로 하는 우주항공, 원자력 산업 등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해당 전력반도체 MOSFET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연구개발 초기 단계 기술입니다. 그래서 누가 가장 먼저 상용화를 하느냐가 전 세계적인 초관심사죠.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에피소재와 소자공정 기술이 동시에 국산화가 됨으로써 가장 빠르게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여러 연구개발 상황을 고려하면 2027년 정도에는 기술 상용화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연구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요? 있으셨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산화갈륨 반도체 기술은 기판과 에피소재가 엄청 고가예요. 에피소재 1cmx1.5cm 조각 1개 가격이 750만 원 수준이죠. 게다가 구매 납기가 4개월 이상으로 길어요. 초기단계는 다양한 실험조건에서 공정을 반복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비용과 공급기간 측면에서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컨소시엄 공동 연구기관이 에피소재 기술 개발을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MOCVD 장비구매를 위한 우선적 연구비 배정 등 유연한 과제관리를 했어요. 결국 이 방법이 에피소재의 국산화를 가속화 해 지금과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산화갈륨 샘플이 부족해 소자용 단위공정 개발 측면에서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컨소시엄 연구기관으로부터 아직 최적화가 완료되지 않은 저품질의 에피소재를 공급받아 초기 공정조건 개발용으로 사용했어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갈륨비소(GaAs), 질화갈륨(GaN) 반도체용 리쏘 패터닝 레시피를 산화갈륨(Ga2O3) 반도체에는 사용할 수 없어 ETRI 반도체 실험실 오퍼레이터 직원분들과 함께 단위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전체 집적화 공정을 개발할 때가 생각나네요.

산화갈륨 반도체는 재료가 매우 단단해 서브 마이크론(<㎛) 미세패턴 식각공정 개발이나 수 나노미터(few nm) 정밀식각 공정개발도 쉽지 않았어요. 식각기술 개발을 위해 국내외 식각 전문가들의 자문, 전문가 초청 등 적극적인 기술토의 과정을 통해 관련 기술의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산화갈륨 반도체 기술이라 많은 부분에서 어려웠지만 적합한 솔루션을 찾았을 때는 정말 기쁘고 좋았습니다.

박사님과 연구소의 추후 연구 계획과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올해는 항복전압뿐만 아니라 전류의 크기도 수 암페어(few A)급으로 높은 대면적 소자 개발을 위해 에피소재 및 소자공정 기술을 고도화시킬 예정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축적된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소자설계 및 제조공정 기술과 기존 질화갈륨(GaN) 등 와이드밴드갭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MOSFET 소자 상용화를 성공시키고 싶어요.

2017년에 한국산화갈륨기술연구회를 설립했는데요. 지금까지 매년 산화갈륨전문학술워크숍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산·학·연 관련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네트워킹과 개방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산화갈륨 기술 중요성 전파와 함께 정부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개발된 3000V MOSFET의 우수한 연구결과는 개방형 연구활동과 과기부 지원 ‘GO전력반도체연구단’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산화갈륨 관련 산학연 연구개발자들의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기술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