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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18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곳,
오스트리아 빈 아스페른 지구

오스트리아 빈의 아스페른 지구는 유럽 스마트 시티의 선두주자다.
오랫동안 방치된 도시를 부흥시킬 대대적인 프로젝트 통해,
스마트 시티로서의 모습을 갖춰가며 아스페른은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2023년을 맞이하며 도시 개발 마지막 단계에 돌입한 아스페른.
그곳을 찾아가 유럽형 스마트 시티를 눈에 담아보았다.

아스페른 지구 전경

유럽형 스마트 시티의 본보기, 아스페른

유럽에서는 전체 인구의 약 3/4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어, 인구 집중 현상에 의해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 유럽 도시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의 70 %,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전체의 75 %다.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듯, 유럽 도시에서는 교통·환경·주거·시설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비효율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럽에서는 도시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시티’의 필요성이 떠올랐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재빨리 포착해 탄소 감축을 위한 ‘스마트 시티 빈’ 프로젝트를 수립했고, 해당 계획을 빈에 있는 아스페른 지구에 적용했다. 아스페른은 오스트리아 빈 시청에서 전철로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곳으로, 1970년대에 공항이 폐쇄되며 오랜 기간 방치되었다. 그러나 2028년까지 전력 공급·빌딩 시스템 등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상호 연계하는 ‘스마트 시티’로서의 계획을 이행하며, 많은 유럽 내 국가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아스페른의 스마트시티는 지금 어느 정도 개발되었을까? 에너지 효율·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수립된 해당 계획은 총 3단계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기본적인 스마트 시티의 인프라·시설·주거 공간을 설립하는 1단계를 끝냈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교통망을 확대하고 사무용 지구와 시설을 설립하는 2차 계획도 마무리되었다. 이번 2023년부터는 현재 설립된 건축물 내 상가를 분양하고 역 주변 상권을 강화하는 3차 계획에 돌입했다.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도시

아스페른 내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태양광 패널 / 출처 : https://www.aspern-seestadt.at/ 소개영상 캡쳐

이제 개발 막바지 단계에 들어간 아스페른을 구석구석 살펴보자. 처음부터 에너지 효율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도시가 만들어졌기 때문일까. 아스페른은 예상치도 못한 신선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 우선 아스페른의 건물들은 ‘패시브 하우스’다. 패시브 하우스란 추가적인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냉난방이 가능한 에너지 절약형 건물을 뜻한다. 그렇다고 SF 영화 속 건물같이 유별나진 않다. 외부는 일반 빌딩과 다를 바 없지만, 내부에서 에너지 효율을 최대로 살렸다.

아스페른의 건물들은 조명과 기본적인 난방에 사용될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빛이 건물 내로 최대한 들어오게끔 설계됐다. 또한 쓰레기 소각열로 난방을 하고,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열기와 지열을 에너지로 바꾸어 냉방·온수·정수에 활용한다. 옥상에 태양열 패널과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한다. 물론 에너지 절약을 위한 모니터링도 빠질 수 없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 사용 내역이 기록되어, 주민 스스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사용량을 확인·제어한다.

더 주목할 점은 에너지를 만들고 사용하는 이런 똑똑한 건물은 일부 건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아스페른의 모든 건물이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아스페른 내 주거공간이자 생산시설·학생기숙사·유치원·학교 같은 곳에도 관련 설비가 설치되어 건물 스스로 에너지 조달이 가능하다. 일례로 빈에서 가장 큰 학교 캠퍼스인 캄푸스 제슈타트는 자급자족 캠퍼스로 부른다.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및 태양광 패널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이 에너지를 온수와 난방에 사용하고 있기에 붙은 별명이다.

자연과 사람을 위해, 초록과 공생하는 도시

녹지화 중인 아스페른 건물 벽

아스페른 호수를 중심으로 도시 개발을 시작했지만 녹지는 보존됐다

아스페른이 더욱 특별한 점은, 한정된 공간에서 더 많은 녹지를 생산하기 위해 건물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햇볕을 직접적으로 받는 건물 옥상이나 건물 벽 등에 식물을 심어뒀다. 건물 1층에는 넝쿨 식물로 구성된 녹지 키트를 설치해 1층에서 자란 식물이 구조물을 타고 올라가 건물 벽을 덮을 수 있게 했다. 이는 햇볕이 강렬한 여름에 건물의 온도를 2-3도 정도 낮추는 효과를 준다.

사실 아스페른에는 애초에 에너지를 쓸 일이 없다.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최초 도시 계획 때부터 지하철 노선이 도입됐고, 이 외에도 버스·공유자전거 등 편리한 대중교통이 구축됐다. 더불어 지자체는 보행로, 자전거·자가용 도로의 폭을 모두 같은 넓이로 조성했고, 임대 주택에는 별도의 주차 공간을 마련하지 않는 등 조금은 파격적인 정책도 적용했다. 이 모든 노력 덕에, 주차장이 마련된 주택에서조차도 가구당 차 보유량이 0.7대 정도인, 낮은 수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 자급자족을 실천하고, 자동차가 많지 않으며, 온 사방이 초록으로 물든 건물들이 들어선 모습은 어쩐지 잘 상상되지 않는다. 만화나 영화 속에서나 실현이 가능한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을 깨준 도시가 유럽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아스페른이 우리가 꿈꾸던 이상향을 그려낼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언젠가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들도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