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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Vol.218

탄소 저감의 핵심,
FEMS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새로운 에너지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다.
한국 또한 2030년까지 탄소 저감,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설정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 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계의 탄소 배출을 조절할 핵심 기술, 펨스(FEMS)

우리나라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50년 탄소 중립 실현을 최종 목표로 삼고, 2030년 탄소 감축이라는 중간 목표를 설정했다. 2018년 기준 탄소 배출량은 727.6백만 톤. 여기서 40 %를 감축해, 2030년에는 탄소 배출량을 436.6백만 톤까지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관련 법령 등을 수립했고, 여러 주체들이 탄소 배출 방안을 연구·도입하여 탄소 배출량은 점차 줄고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심해져 그 원인인 탄소를 파격적으로 줄일 기술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산업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줄 기술,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일명 펨스(FEMS)가 떠올랐다. 펨스는 공장 설비의 에너지 사용량 등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여, 에너지를 절감하고 원가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한 마디로 ‘필요할 때 에너지를 쓰고, 필요 없을 때 에너지를 차단하는’ 것이다. 화장실 세면대에 부착된 센서가 손을 인식해, 사용자 유무에 따라 자동으로 수도를 틀고 잠가 물을 아끼는 시스템과 같다.

집과 건물을 넘어서,
국가 성장 동력 공장의 에너지 효율화에 도전하다.

펨스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알아보자. HEMS(House Energy Management System)는 사용자가 집 밖에서도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가스를 끄거나 실내 공기 오염도와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건물 단위 시스템인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도 있다. 건물 각 구역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어느 부분에서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는지를 관리자에게 알려주면서, 이를 기반으로 건물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펨스는 집이나 건물 이외의 에너지 다소비 공간인 공장의 에너지 관리를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펨스의 고압 전기를 변전·공급하는 수변전설비, 공기 관련 설비, 위생 설비, 조명 설비를 포함한 각종 기본 설비 관리 기능은 이미 벰스(BEMS)에서도 구현되어있다. 그러나 공장엔 기본적인 설비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산 설비도 존재한다. 이들의 전력 소모량이 상당하기에, 관리자가 에너지 사용 현황을 확인하는 것만으론 전력 효율성을 크게 증대시킬 수 없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며 에너지 효율화를 높이기 위해, 펨스는 ▲모니터링 ▲현황 분석 ▲수요 예측 ▲수요 공급 최적화 단계를 거치도록 설계됐다. ‘모니터링’은 각 설비에 설치된 계측 장치로 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작업이다. ‘현황 분석’은 모인 데이터를 분석해 현 시스템의 문제점을 도출하는 단계다. 제품 생산량과 에너지 소비량을 대조해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원단위로 계산하여 현재 제조 시스템이 최적화됐는지 파악한다. 이어지는 ‘수요 예측’ 단계에서는, 도출된 데이터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제공하며 에너지 절감을 극대화한다. 나아가 ‘수요 공급 최적화 단계’에선 구축된 데이터로 제품 생산 공정이나 설비에 필요한 만큼만 에너지를 공급하여 낭비를 최소화한다.

펨스는 공장 설비가 필요 이상으로 가동되는 경우나 아무도 없는 구역에 불이 켜진 상태 등을 자동으로 감지한다. 펨스를 이용하면, 이러한 상황들이 자동으로 조율되며 에너지 효율을 살리고, 궁극적으로는 제품 원가를 낮출 수 있다. 펨스는 기업이 탄소저감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인 동시에 기업이 제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펨스 보급의 장벽

그러나 펨스는 긍정적인 효과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표준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빌딩 단위 에너지 절약 시스템인 ‘벰스’는 빌딩 내 관리 설비들이 거의 유사했기 때문에 표준형 범용 시스템의 적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공장은 내부 설비가 공장마다 달라 매번 맞춤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에너지 관리자가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공장에는 다양한 설비를 운용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대규모·대기업 공장들은 FEMS 시스템을 운용할 전문 인력을 전담으로 둘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전문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국내 11만 개 제조기업 중, 중소기업 97 %가 ‘펨스 도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답변을 한 만큼 펨스와 관련된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도입을 주저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각 제조 기업들은 제조 설비와 관련해서 기업 관련 특이사항·비밀 등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이에 펨스를 통해 해당 사항들이 유출되거나 공유되는 경우를 우려하여 많은 기업이 펨스를 설치하는 데에 여러모로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펨스 보급을 미룰 수는 없는 법. 한국의 산업 부문 소비량이 전체의 63 %를 차지하며, 이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기 때문이다. 이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절제시켜줄 FEMS 보급이 절실한 상태다.

기술 장벽을 뛰어넘어 탄소 중립을 실현할 ETRI FEMS

ETRI 연구진이 개발한 FEMS 표준 플랫폼 표준 체계

이러한 국내 펨스 보급 문제를 해결하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대기업·중소기업·연구기관·학교·협회·공단 등을 모아 ‘표준화된 펨스 플랫폼’을 만들었다. ETRI의 펨스는 전사·공정·세부 공정·설비와 관련된 에너지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각자 에너지 관리 범위에 맞는 펨스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5가지 확산 모델도 개발했다.

ETRI는 펨스의 기본적인 구조를 짜 놓은 표준 프레임워크도 지원했다. 이를 이용해 누구나 펨스용 애플리케이션(모듈)을 생산해 판매하고 살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마련했다. 또한 공장 데이터 및 시스템 보안 가이드라인, 에너지 절감량 정량화를 위한 측정·검증 가이드라인까지 제공했다. 전례 없던 규모와 다양한 기능을 갖춘 펨스 플랫폼 덕분에 탄소 중립이 실현되는 그날을 좀 더 빨리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