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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Vol.218

공장 에너지 시스템에 혁신을 일으키다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 이일우 본부장

산업계에서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을 대폭 감축시킬 공장 에너지 관리 체계(FEMS)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ETRI가 모든 공장을 위한 표준 펨스를 개발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산업계는 탄소 중립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ETRI의 펨스를 속속들이 파헤쳐 보고자, 기술 탄생의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이일우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장을 만나 펨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펨스라는 기술을 개발하셨는데요. 펨스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마디로 ‘공장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시스템’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서 공장 내 에너지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분석·제어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펨스는 세계적인 정보통신 분야 리서치 기업에서 탄소 저감에 가장 기여도가 높은 기술로 선정할 만큼 에너지 효율 정책 대응에 효과적입니다.

ETRI에서 펨스를 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우리나라 산업계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의 60 %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를 낮추려면 펨스가 확산되어야 하는데, 값비싼 구축 비용 때문에 그러질 못했습니다. 공장마다 규모와 설비가 달라 펨스 업체들이 표준화된 펨스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대기업 공장은 에너지에 비용을 많이 들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하지만, 중소ㆍ중견 공장들은 쉽게 펨스를 도입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정부가 ‘중소 공장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여러 공장에 적용 가능한 펨스’ 사업을 계획했습니다. ETRI가 해당 사업의 주관을 맡게 되어, ‘누구나 사용 가능한 펨스’를 만들기 위해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기술 설계를 총괄하여 펨스를 개발했습니다.

펨스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시스템이라
운용되는 과정이 잘 상상되지 않는데요.
펨스는 어떻게 작동하나요?

ETRI 연구진이 개발한 펨스 표준 플랫폼 적용 프로세스

우선 에너지 사용량 측정 기기와 센서를 설비별로 설치합니다. 전기뿐만 아니라, 기체나 액체의 양을 측정하는 유량계, 열에너지를 측정하는 열량계 등을 설치해 전체 에너지 관련 정보를 수집합니다. 이 정보들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하며 엣지 게이트웨이에 의해 통일화된 형식을 갖춥니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로 에너지 정보 관리 시스템(EIS, Energy Information System)과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EOS, Energy Optimization System)이 실시간 원단위 관리, 열에너지 밸런스 관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로 각종 데이터 간 상관성을 분석합니다. 이것으로 에너지 낭비 요인이 도출됩니다.

해당 정보와 함께 다른 공정 상태 정보를 통합해 에너지 최적화 작업을 합니다. 에너지 이상소비나 과다소비가 일어나는 세부 구역별 에너지 사용량, 성능, 품질, 에너지 손실과 균형(계통) 같은 실시간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관리자에게 에너지 사용 패턴을 보여주고, ‘지금 에너지 운영 패턴이 잘못됐는데, 이 부분을 개선하면 좀 더 에너지 효율이 좋아지겠다.’와 같은 선제 안내도 제공합니다.

ETRI에서 개발한 펨스가
기존 펨스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펨스 모듈을 사고 팔수 있는 사이트

‘범용성’과 ‘시장성’을 갖춘 점입니다. 이는 기능 모듈화와 FMP(FEMS Market Place)로 이뤄낸 결과입니다. 모듈화는 펨스의 기능을 레고처럼 조합할 수 있게 만든 것이고, FMP는 펨스 기능을 상품처럼 올리고 편리하게 구매 및 다운로드를 할 수 있는 기술 거래 시장입니다.

만약 기업이 센서를 설치하길 원한다면 마켓에서 설치 서비스를 구매하면 됩니다. 또 저희 펨스를 설치한 기업이 다른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싶다면 마켓에서 원하는 기능을 다운로드하면 되고요. 이런 식으로 기업이 원하는 모듈을 구매·조합해, 각자에 적합한 펨스를 만들 수 있어요.

새롭게 추가된 측정 기술도 있습니다. 기존 펨스는 전기 사용량만 관리했는데요. 실제로 공장을 들여다보니 전기 외에도 열에너지나 가스 등을 사용하더군요. 이에 공정에 전기 외의 다른 자원도 투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자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열에너지 분석 기술’과 ‘에너지 밸런스 관리’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이 외에도 설비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킹 기술과 공장을 3D로 구현해 모의실험을 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기술을 추가했습니다. 에너지 데이터 보안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제공합니다. 시스템 장애 관리 서비스도 마련했어요. 더 나아가 기업의 ESG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환경(E)분야 성과 보고서 등에 반영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도 초도 기술 형태로 펨스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펨스가 좀 더 널리 보급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기술 표준화도 진행 중입니다.

이번 펨스는 모듈화됐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사용 범위에 따른 5단계 확산 모델로도 구성됐습니다.
배포형, 기본형, 고급형, 전문형, 연계형이 있는데,
모델 간 차이를 알려주세요.

펨스 확산 모델표. 각 모델 별로 지원하는 관리 레벨을 알 수 있다.

공장별 규모와 기술 적용 범위에 따라 펨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리 레벨을 기준으로 모델을 나누었습니다. 관리 레벨은 총 6단계인데요. 우선 전체 설비(전사) 관리, 공기압축기·냉동기·보일러 등 설비(유틸리티) 관리가 있습니다. 에너지 손실과 밸런스 측정(계통) 관리, 제품 작업 단계(공정) 관리 단계도 있고요. 최종적으로 전 설비와 공정의 최적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진단, 외부 독립 시스템과 연계 가능한 단계도 있습니다.

배포형 모델과 기본형 모델은 전사 관리 단계까지 지원합니다. 여기에는 에너지 관리, 에너지 품질 관리, 최대 수요 전력(전력 피크) 관리, 에너지 사용량·비용 관리 기능이 포함됩니다. 또한 에너지 목표·생산계획 관리, 측정 대상·개소(에너지 측정 지점)·정보 관리 기능도 있고요. 기본형에는 배포형보다 더 많은 계측 기기가 설치됩니다.

고급형부터는 시스템에서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위한 해결책을 제공합니다. 전사 관리 기능을 포함해 계통 관리 중에서 에너지 수급 시 손실 관리 기능이 추가되고요. 기본 유틸리티인 압축공기·스팀·냉수 등 기본 설비의 성능 관리도 더해집니다.

전문형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에너지 밸런스 분석, 보일러·스팀·공조 등 기본적인 유틸리티 외 특화된 유틸리티 설비 성능 관리까지 포함합니다. 이 외에도 설비 진단·공정 진단 기능이 있어 처음부터 에너지를 상황에 맞게 ‘덜 쓰도록’ 최적화 시스템이 돌아가게 됩니다.

연계형은 전 관리 레벨을 지원하는 모델로, 공장에 이미 구축된 생산관리시스템(MES)이나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과 연계 가능합니다. 수요관리(DR), 친환경 에너지 생산 장치(RE100) 등 다른 분야의 시스템과도 같이 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해당 기술의 기대효과는 무엇인가요?

펨스의 보급과 확산에 용이한 플랫폼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펨스 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효과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ESG 경영이 점차 중요해지는 추세라, 대기업에게 요구되는 환경 정책들이 중소기업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펨스는 기업들이 에너지절감과 ESG 경영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탄소를 줄이기 위해 여러 법안을 수립하고 있는데요. 수입품에 탄소 부가세를 부여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석유화학제품 12개 수입품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례하는 관세를 부가하는 청정경쟁법안(CCA) 등입니다. 펨스는 국내 제조업들이 이러한 제도 아래에서도 무리 없이 수출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2년간 사업 2단계를 수행하실 텐데요.
이를 위해 세우신 목표와 계획도 궁금합니다.

앞으로는 펨스에 AI·디지털 트윈·메타버스 같은 기술을 적용하여, 펨스 품질을 고도화시킬 예정입니다. 1단계를 거치며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 체계화 원리를 연구하는 인포메틱스 연구도 진행하고자 합니다.

1단계 사업에서는 공동연구기관과의 협력으로 사업화 매출 50억 원, 국가인증 2건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습니다. 2단계 사업에서도 이와 같은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연구에 더욱 매진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 동료들이 연구 활동을 통해 ETRI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그들의 고민에 더욱 귀 기울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