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서비스
실현을 위한 숙제
5G는 단순 진화가 아니라 상상을 실현하는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다. 본격적인 5G 시대에는 영화 <킹스맨>, <메이저러너>와 같은 홀로그램 회의 진행이 일반화될 것이다. 재난 시 증강현실(AR) 안경을 쓴 구조대원이 사람을 귀신같이 찾아내 구출할 수도 있다.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 일상은 영화에서나 볼법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5G 실현을 위해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초저지연 네트워크 인프라 구성이다.
5G 시대가 가져올 일상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5G의 세 가지 특성을 알아야 한다. 바로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다. LTE의 처리속도는 1Gbps인 데 비해 5G는 최대 속도가 20Gbps에 달한다.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다. 5G의 가장 큰 특장점은 ‘초저지연성’이다. 초저지연이란 스마트폰에서 보낸 데이터가 기지국, 모바일 네트워크, 서버 등을 거쳐 다시 단말로 돌아오는 지연시간이 눈 깜빡임만큼 매우 짧다는 의미다. 기존 불가능했던 ‘실시간’ 서비스가 가능해진 이유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를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트래픽이다. 트래픽이 몰리는 상황에서도 지연시간이 늘어나지 않고 데이터 손실을 방지해야 한다. 현재 인터넷을 구성하는 패킷 장비들은 혼잡이 발생하면 트래픽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지연이 발생하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하면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전달 중이던 정보가 손실된다. 복구하더라도 정보를 다시 보내야 하는 등 부가 작업이 필요해 서비스 품질이 떨어졌다.
지연시간과
데이터 손실을 보장하다
ETRI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간확정형 네트워킹(DetNet)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본 기술은 네트워크를 통해 원거리에서 연결된 기기 간 데이터 전달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데이터 손실 없이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 이로써 원격제어, 원격의료, 스마트팩토리, 드론제어 등 산업 분야와 원격 가상현실(VR), 홀로그램 통신 등 초실감 서비스에 많은 활용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ETRI가 개발한 기술은 트래픽이 폭주하는 상황에서도 최대 지연시간이 정해져 있다. 덕분에 아무리 늦어도 노드당 4마이크로초 이하(100만분의 4초)의 지연시간 내에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또한, 전송 중 네트워크에서 다수의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종단 간 가용한 경로가 있는 한 데이터 손실이 없어 재전송으로 인한 추가 지연이나 중요 정보 유실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연구진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함께 지난 2020년 10월 말부터 2주 동안 대전-서울 간 왕복 430km KOREN에서 광전송 시스템을 연결하는 노드 간 10기가(Gbps)급 데이터 전송 시연에 성공했다. 근거리망(LAN)에 국한된 기존 기술을 개선해 더 넓은 범위의 전국 규모의 기업망에서도 통신이 가능하도록 개발한 것이다.
아직 인터넷 국제 표준화단체(IETF)에서 표준화가 진행 중인 DetNet 기술을 대용량 전달망 시스템에서도 적용 가능한 형태로 개발하고 실증에 성공한 것은 세계 최초 사례다. 이로써 연구진의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선도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차세대 네트워킹 핵심기술인 초저지연·무손실 패킷전달 핵심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경제 효과는 물론 융합산업의 동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계기 또한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본 기술은 지난 2월, 국내 중소 전송 산업체인 코위버, 우리넷에 각각 기술 이전됐다. 연구진은 확보된 기술의 성능을 100Gbps급으로 개선하고 2022년까지 이를 적용한 패킷/광 통합전달망 시스템을 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또한, 연구진은 이번 연구성과에 그치지 않고 확보한 기술을 혁신하여 인터넷 규모의 광역망에서 종단간 초저지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6G 초정밀 네트워크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계획 중이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ETRI의 노력
ETRI는 5G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례로 연구진은 기지국과 전화국을 초고속 무선 연결을 가능케 하는 ‘무선 백홀’(Wireless Backhaul) 기술을 개발했다. ETRI가 개발한 무선 백홀 기술은 70~80GHz 밀리미터파 대역을 활용한다. 본 기술을 적용하면 코어망에 허브(Hub)를, 기지국에 터미널(Terminal)을 설치해 1km 범위에서 최대 25Gpbs급 통신이 가능하다. 기따라서 5G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지국 인프라 구축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연구진은 5G 이동통신의 초고속, 초저지연 전송기술을 활용해 도시 곳곳을 정밀하게 관제하는 등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ETRI와 KT가 공동개발한 ‘5G드론 기반 관제 서비스 솔루션’ 기술은 드론을 이용해 잘 보이지 않는 교량의 균열이나 위험지역 시설물을 실시간 원격제어하며 KT 5G 상용망으로 고해상도(UHD) 영상 데이터를 보내는 기술이다.
본 기술은 기존에 영상 풀HD급 영상을 전송하던 이동통신 기술에 비해 현장 상황을 훨씬 정밀하고 선명하게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드론 비행 제어와 송출되는 고해상도 영상을 통신이 쫓아갈 수 없었던 상황을 극복한 셈이다. 특히, 원격에서 드론의 영상 확대·축소 등 제어나 영상 전송을 끊김이나 지연 없이 확인할 수 있기에 접근이 어려운 교량, 전송탑, 대형 경기장이나 붕괴위험 지역에 있는 시설물 점검이 쉽다. 이로써 사고를 예방하거나 재난, 교통상황 등을 관제하는 분야에 많은 활용이 전망된다.
이 밖에도 연구진은 5G 서비스를 원활하게 즐길 수 있는 핵심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여 세계 최고 권위 광통신 관련 학술대회 최우수 논문 선정, 우수 SCI 논문 게재, ITU 국제표준 제정, 2020년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선정 등으로 그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연구진은 5G 광중계기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실내 환경에서 5G를 넘어 6G 모바일 서비스 제공을 위해 차세대 통신 인프라 구축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처럼 단순 통신기술의 진화를 넘어 상상이 현실로 구현되는 기술을 만들어가기 위한 ETRI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