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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60 September 2020   

Focus On ICT

소리로 범인 잡고 화재 감시한다

생활 속 ICT 이야기

  • 소리 이용해
    침입, 화재 감지

  • 대일 수출규제 이슈가 촉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소·부·장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아직까지 관련 기술력을 온전히 확보하지 못했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쉽게 탈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ETRI 연구진이 일본을 비롯해 외국 부품을 사다가 쓰는 경우가 많았던 우리나라 센서 시장에 한 획을 그을 만한 기술개발에 성공해 상용화를 이뤄냈다. 바로 음장(音場) 센서다.

    일본은 2019년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수출규제와 더불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했다. 이로 인해 핵심 전략물자 중 하나로 평가 받던 센서 기술 분야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9월, ETRI는 연구소기업 ㈜시큐웍스와 함께 음장(音場)의 변화를 기반으로 침입이나 움직임은 물론, 화재까지 감지하는 스마트 안전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소식을 알리며 큰 희망을 알렸다.

    음장 센서는 소리가 미치는 영역, 사운드 필드(Sound Field)를 활용하는 센서다. 소리의 특성인 회절, 반사 현상과 온도에 따라 소리 속도가 달라진다는 개념을 활용한다. 센서는 내장된 스피커에서 음파를 발생시켜 음장을 만든 다음 음장의 변화를 마이크로 받아 알고리즘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마치 귀뚜라미 울음소리처럼 ‘끼룩끼룩’ 소리를 내면 음파가 퍼지면서 장애(침입·화재)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CCTV를 통해 눈으로 보는 식의 방범에서 벗어나 귀를 통해서도 나를 지킬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최근 많이 보급되고 있는 AI 스피커에도 적용하기 쉽다. 예컨대 주인이 밖으로 외출 시 음장 센서가 탑재된 AI 스피커에 “보안모드 켜줘”라고 말하면 귀뚜라미 소리가 나면서 보안모드로 바뀌며 집을 지킨다. 부재 중이거나 보안이 필요할 때만 켜면 되기에 간편하면서도 효과적인 보안 상황을 구축할 수 있는 셈이다.

  • 음장

    (音場)

    음파가 존재하는 공간 또는 음파의
    공간 분포 패턴을 말함

    회절

    파동 현상 중 하나로 음파나 전파가
    장애물을 통과할 때 그 뒤편까지
    전파하는 현상

  • 01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음장보안센서와
    음장 변화 그래프 배경

    02

    ETRI 연구진이 음장 패턴 변화를
    논의하고 있는 모습

  • 사각지대 없이
    360도 빠른 감지

  • 기존에 주로 쓰인 적외선 센서(PIR)의 경우, 인체의 열을 이용하기에 특정 방향에서 사각지대가 있었다. 하지만 음장 센서는 일정 공간 내 침입이나 화재와 같은 움직임으로 음장에 변화가 있으면 잡아낼 수 있어 사각지대가 없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음장 센서는 빠른 화재감지에도 효과적이다. 기존 화재감지 센서는 화재 여부를 감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음장 센서는 사각지대 없이 온도변화를 감지하여 50초 내로 빠른 감지가 가능하다.

    연구진이 개발한 음장 센서는 스피커와 마이크 일체형(HW), 음장 신호처리 칩 형태의 모듈형 제품으로 출시되었다. 기존 CCTV 및 AI 스피커 등에 SW 업데이트를 통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덕분에 설치가 쉽고 사물인터넷 기기 등과도 확장성이 뛰어나 시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 사각지대가 없다 보니 동일 공간을 기존 센서보다 적은 숫자의 센서로 정확하게 감지가 가능하다. 기존 대비 약 30% 비용으로 설치할 수 있고 설치 및 유지비 역시 다른 센서들보다 저렴하다. 나아가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출동 비용까지 절감케 된다.

  • 수동형 적외선 센서

    (passive infrared sensor)

    물체에서 발생하는 적외선을 감지하는 센서

  • 응용 센서
    국산화에 날개

  • 현재 이미지센서와 렌즈 등 기존 보안·열화상 카메라를 포함한 센서 및 관련 소재부품 시장은 일본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다. 국내 센서 기업은 규모가 작고 대부분 소자 및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번에 ETRI가 개발한 음장 센서는 우리나라가 만든 세계 최초 지능형 센서로서 적외선 센서, 보안 영상카메라, 열화상 카메라와 같은 제품의 수입대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TRI는 미국 일본 유럽 중국 시장에 진출도 계획 중이다. 특히 최근 시장이 급증하고 있는 AI 스피커, 홈 CCTV 및 지능형 가전에 적용해 칩이나 소프트웨어 형태로 탑재할 수 있다. 따라서 활용도가 크고 다양한 음장 패턴을 데이터베이스(DB)화 하거나 딥러닝을 이용하면 단순 침입이나 화재와 같은 상황뿐 아니라 독거노인이 일정 시간 움직이지 않을 때 이를 감지해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다양한 지능형 서비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지능형 음장센서 개발 과정에 ETRI는 정부출연연구원으로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혁신 스타트업인 시큐웍스는 연구소기업 형태로 참여했다. 서로 긴밀하게 상생 협력해 응용 개발한 결과 이번 제품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정부출연연구원의 기술사업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사례로 꼽힌다. 아울러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형태의 R&D 및 사업화 전략은 앞으로도 정부 출연연구원의 베스트 시범 케이스가 될 것이다.

    향후 연구진은 사람이 들리지 않는 소리 비가청형 음파를 활용한 센서 개발과 딥러닝을 통해 움직임과 온도변화를 종류별로 더욱 정확하게 구별하는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마트 가전, 스마트시티, 항만 컨테이너 및 선박 등의 분야로 사업영역 확장도 계획 중이다.

    끝나지 않고 있는 한일 경제 전쟁 속에 ETRI가 빚어낸 성과가 국내 센서, 소재부품 산업을 견인하는 모범 사례가 되어주길 바란다. 과학자들이 개발한 연구결과가 기술 상용화라는 날개를 달고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그 날까지 ETRI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 비가청형 음파

    사람이 들리지 않는 소리

  • 03

    ETRI 연구진과 (주)시큐웍스 직원 단체사진

  • 글 · ETRI 홍보실장 정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