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곳으로
신호를 보내는
‘빔 호핑’ 기술
국내 연구진이 혁신적 모뎀(MODEM) 기술을 개발해냈다. 모뎀은 일반적으로 변복조장치(MOdulation DEModulation)라 불리는데 데이터를 보내고 받는 장치로 보면 된다. 개발한 모뎀은 인터넷 사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향후 비행기나 크루즈에서도 맘 놓고 인터넷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동안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은 특정 지역에 고정적으로 균일한 위성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통신 수요자가 거의 없는 영공이나 바다이라도 무작정 동일한 신호를 보내야만 했다. 반대로 인터넷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라도 추가 자원 할당이 어려워 통신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연구진은 수요에 맞게 위성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서비스 유연성을 더할 수 있게 위성 신호를 필요한 곳에 능동적으로 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마치 위성이 비행기를 쫓아다니며 신호를 주는 셈이다. 이렇게 통신수요에 따라 위성 자원을 변화하여 할당이 가능한 본 기술의 이름은 ‘빔 호핑(Beam Hopping)’이다.
본 기술을 사용하면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한 데이터 채널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넓은 지역에서도 꼭 필요한 선박, 항공기가 있는 곳에만 신호를 보냄으로써 통신 속도를 늘리고 고가의 위성통신 대역 비용 문제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표준에 부합하는
세계 최초
통신 모뎀 개발
한편 ETRI가 개발한 위성통신 송수신 모델은 프랑스 유텔샛(Eutelsat)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있는 빔 호핑 위성에 탑재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나흘간 프랑스 헝브이에(Rambouillet) 텔레포트에서 빔 호핑 위성과 똑같은 통신환경을 모사한 프라운호퍼(Fraunhofer)사의 에뮬레이터를 활용해 기술 검증도 마쳤다.
시험 결과, 서비스 관점에서 통신 데이터 용량 및 분배 효율이 각각 기존 기술 대비 최대 15% 및 20% 증가했고 통신 속도는 빔 당 최대 400Mbps 기록을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동일 주파수 대역으로 가능한 최대 속도는 150Mbps 수준이다. 본 기술을 적용하면 비행기 내에서 동시 100명 이상의 사용자가 HD 동영상 스트리밍을 원활한 속도로 수신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의 핵심 기술은 위성 신호가 변화함에 따라 위성 지상 관문국 간 신호를 동기화하는 ‘망 동기’ 기술과 데이터를 사용자 요구사항에 맞춰 동적으로 변화시켜 전송해 주는 ‘가변 데이터 전송기술’이다. ETRI는 해당 기술들을 자체 연구를 통해 보유한 것은 물론,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기준을 마련한 뒤, 세계 최초로 해당 기준에 맞춰 통신 모뎀을 개발해 냈다.
글로벌 통신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노력
빔 호핑 위성통신 기술은 세계적 수준의 정지궤도 및 비정지궤도 통신위성 사업자·제조업체들도 현재 분주히 서비스 및 제품 개발 중이거나 개발을 검토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이번 성과는 경쟁 기관들보다 빠르게 기술을 선점하고 군수업, 운송업 등 위성통신 기술이 주로 쓰이는 분야에 외산 장비가 잠식하는 것을 예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ETRI가 보유하고 있던 DVB-S2 기반 위성모뎀 핵심원천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향후 고속모뎀 개발 연구를 지속하면서 현재 400Mbps급의 속도를 1Gbps급으로 높일 계획이다.
ETRI 기술이 대한민국 우주산업을 선도하는 기반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나아가 글로벌 통신 시대를 대비해 빔 호핑 위성을 확보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 ETRI 홍보실장 정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