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와
가상현실의
만남
기존에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은 수술 실습이나 탱크, 항공기의 조종법 훈련 등에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가상현실 실감 콘텐츠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머리 장착용 HMD 타입의 모바일 디바이스가 등장한 이후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상현실의 응용분야로 의료 및 헬스케어가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상현실 속에서 과연 어떤 힐링을 받고 치유될 수 있을까?
최근 고령화 시대의 도래와 경쟁 심화로 인한 심리 질환 등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전문가 육성 및 심리치료 대안으로 VR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VR은 유사 지각 자극을 생성해 실제와 다른 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회불안, 비행공포증, 대화공포증 등을 가진 환자 인지행동 요법에 VR을 이용한 치료법이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VR은 트라우마 치료에 제한적으로 활용했던 것에서 벗어나 수술, 치료, 재활 등 의료 전 영역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VR을 이용하면 가상 환자나 장기를 구현하여 수련 교육이 가능하며, 의료진이 수술 전 적합한 계획을 세우고 사전에 테스트할 수 있다. 일대일 대면치료 방식의 심리치료 및 재활치료에 VR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한 명의 의료진이 다수의 의료서비스 수요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세계 VR 헬스케어 시장은 2015년 2억 7,490만 달러에서 2023년에는 49억 9,790만 달러로 연평균 36.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용도별 VR 헬스케어 시장 크기는 환자 케어, 의료훈련/교육, 피트니스관리, 약제관리의 순이며, 최종소비자별 시장은 병원/클리닉, 연구기관/제약업체, 연구/진단 랩, 정부/방위기관의 순이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가장 크고, 다음으로 아태지역, 유럽의 순이다.
이처럼 각국 정부와 의과대학, 종합병원 등은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VR과 헬스케어를 접목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하에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 VR 관련 전문기업 및 벤처, 의과대학 및 연구소 등 연구기관, 의사 등 의료진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VR을 영상진단, 수술, 스트레스 완화 및 재활치료, 의료교육 및 시뮬레이션에 적용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로
적용되는
VR 시뮬레이션
VR 의료의 장점은 VR 기술을 적용하면 의료서비스의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 실제 인체 장기에 가깝게 재현할 수 있는 VR 시뮬레이션의 활용으로 의대생이나 수련의 교육에 소요되는 인체 사체 및 장기, 의료 장비 등을 절약할 수 있고, 외과수술 활용 및 정신과, 재활치료 등에 활용되어 효율성이 향상된다.
VR 의료 기술은 1990년대 미국에서 참전 군인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처음 개발됐고, 각종 공포증 치료 등에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에 정신건강 의학과에서 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해 도입한 후 적용되기 시작됐다. VR을 이용하면 보다 안전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질병이나 장애의 원인을 살펴보고 재현하며, 사람의 인지구조에서 절대적인 시각과 뇌의 연계가 용이하고, 게임 요소를 가미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일반 진료보다 ① 의료 교육 분야 ② 각종 공포증의 극복 및 신체 재활 프로그램 ③ 가정용 의료기기 분야 등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특히 장애, 고령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데, 그들에게 바깥세상과 만나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VR로 로봇 수술도 실시할 수 있고, 분산된 환자 관리도 매우 유용하며, VR 애플리케이션은 환자에 대해 배우고 의료 종사자와 같은 방식으로 환자를 검사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어 시간 절약과 매출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
의료분야에서 VR의 활용은 의사의 보조수단이나 환자의 스트레스 감소, 의대생의 학습도구, 의료 관계자의 훈련이나 시뮬레이션 등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의료·헬스케어 분야 종사자들은 실제적인 가상환경이나 인간 신체의 가상모델을 활용해 인체에 직접 시술하기 전에 유용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학습을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위험이 높은 수술을 집도하는 숙달된 의료진에게도 필요하다. VR의 공간성, 실시간 상호작용, 자기투영성 요소들은 지각·인지, 의식·행위 등에 관여할 수 있어 영상진단학, 외과학, 재활의학 등에 도입되고 있다. 화상 환자의 통증 관리를 위해 VR 의료 비디오 게임을 활용한 주의분산치료(Distraction Therapy)는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암 환자에게 VR을 통해 항암치료를 사전에 경험하게 해 부작용·고통을 완화하고, 뇌졸중 환자 연구에서 VR 기반 로봇 재활치료가 기존 치료보다 효과적이며, 알츠하이머병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 관리에도 활용되고 있다.
또 3D 인체 장기의 모델화, 진단과 수술 연습이 가능한데, VR은 환자의 수술 부위를 자유자재로 돌려가며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3D 가상 수술 시뮬레이터를 통해 외과수술 교육과 훈련에 활용된다. 영상진단학과 외과학에서는 3D 기법을 활용해 실제 인체 장기를 모델화하며, VR을 영상 진단학에 응용하기 위해 실제 인체 장기에 가깝게 재현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의 컴퓨터 그래픽스를 이용해 현실감 향상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래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풀어나가야 할
관문
그러나 이러한 VR-의료가 미래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현재 출시된 VR 기기들은 헤드셋 형태로 스마트폰을 꽂아서 감상하는 방식으로 안경을 쓴 사람은 착용하기 어렵고, 무거워 오랫동안 사용하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다양한 사용자경험(UX)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타입의 센서와 장시간 사용 배터리 등 보조장치, VR 구현용 360도 영상 촬영이 가능한 특수카메라가 필요하다.
둘째, 의료서비스 이해관계자의 이해충돌로 인해 VR 기반의 의료서비스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되어 VR 의료 콘텐츠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1차 진료병원, 대형병원, 의사, 약사 등 VR 의료 이해관계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의 연구를 통해 콘텐츠 시장의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또 전국적인 힐링 콘텐츠 훈련센터 구축 등 관련 시범사업을 추진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헬스케어의 킬러 콘텐츠 개발 및 플랫폼 구축 시범사업 추진을 지원해 VR 디바이스의 보급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내는 선진국에 비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의 원천기술 수준이 낮고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매우 제한되어 있으며, 헬스케어 및 의료장비 수준도 외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선진국과의 기술적 열세를 극복하고 활용분야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술개발 투자, 출연연의 원천 및 기반기술 개발 등이 필요하다. 산·학·연 공동으로 VR 의료 기술 수준 및 활용 실태를 조사하고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분야를 선정해 기술개발 및 상용화 촉진, 법·제도 정비 등을 분담해야 한다.
넷째, VR 기기는 눈에 가까워 장시간 이용하면 눈으로 보는 것과 뇌로 판단하는 차이가 누적되어 시각적 피로감을 유발해 어지럼증, 멀미, 두통을 동반한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근시로 이어질 확률이 높으며, 심할 경우 광과민성 발작 증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또 장기간 사용하면 ‘VR 중독’을 초래해 VR 기기를 30분 사용하면 10~15분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리고 VR 의료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인체 안전성 및 적합성의 문제와 법적 규제에 대한 기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VR 기술을 도입한 장치의 의료기기 인정 여부, 보험 적용 여부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다섯째, VR 의료의 범용화를 위해 주요 기업체·대학·병원·연구소 간 협업으로 제품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각 병원이나 연구소의 연구비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시장이 커지고 대중화되려면 기업체·학교·병원·연구소 등 협업으로 처음부터 제품화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환자가 각 가정 컴퓨터를 이용해 VR 치료를 받으려면 원격의료가 가능해야 하지만 의료법 개정을 놓고 의사협회와 정부가 대립하고 있어 설득과 절충을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의료 환경 특수성을 고려해 병원과 의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기업과 병원이 함께 고민하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VR 전문가와 의료인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처리, 인공지능, 센서, 바이오 피드백 전문가 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본 글은 ETRI가 발행하는 전자통신동향분석 2019년 4월 1일자(기술경영연구실
전황수 책임연구원 저자) 발간된 자료를 일부 발췌 인용하였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발행하고 있는 ‘전자통신동향분석’은 정보통신분야 전반에 걸친 최신 기술/정책/산업 동향을 심층 분석한 전문지로서격월간으로 발행되고 있으며, 인터넷 상에서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전자통신동향분석’에 게재된 논문에서 밝히고 있는 의견은 연구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