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코닉(Steve Koenig)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부사장은 2019 CES에서 “인공지능은 이제 비즈니스 게임의 판돈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산업의 필수 기반 기술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증명하듯 CES 2019에서도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은 업체는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활용한 세계 각국의 기술 트렌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CES는 미국가전협회(CEA, 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가 주관해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제품 전시회다. 특히 CES는 세계 3대 IT 박람회 중 가장 먼저 열리기 때문에 매번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는 165개국 4,600여개 전시 업체와 18만 명이 참석해 사상 최대 규모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CES 2019 핵심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시장에는 인공지능 영상 인식이나 음성 비서는 물론 인공지능으로 5G망 최적화, TV 화질 개선, 자율주행까지 대부분의 전시 업체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CES에서 주목도가 높은 행사인 ‘Keynote Speech(기조 연설)’의 화두 역시 인공지능이었다. CES 2019에서는 4개 기업이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리고 미국의 IBM과 한국의 LG전자가 인공지능을 메인 주제로 발표를 했다.
먼저 LG전자 박일평 CTO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가이드봇 클로이와 함께 등장했다. 그리고 고객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를 제시했다. 특히 인공지능 관련 트렌드로 세 가지를 강조했다. 바로 Small Data, Learning at the Edge, Life long learning이다. 그는 세탁기를 예로 들어 세탁기가 고객의 세탁 패턴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객의 세탁 패턴이 필요한게 아닌 한 고객의 세탁 패턴 데이터(Small Data)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세탁기는 고객의 데이터를 학습(Learning at the Edge)하는 것이다. 이렇게 고객의 패턴을 학습한 세탁기를 통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지속적으로(Life log learning)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LG전자의 목표다. 박일평 CTO는 “세탁기 돌려줘”와 같은 단순한 명령에 따라 동작하는 기존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캘린더를 확인하고, 스스로 스피드 모드를 설정해 시간을 조절하는 등의 능동적인 인공지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BM의 CEO 버지니아 로메티(Ginni Rometty)는 ‘Deep Data’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가 활용하는 데이터는 전체 데이터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성능이 개선을 통해 아직 수립되지 않은 ‘Deep Data’가 더 많이 세분화되어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시간 단위, 지역 단위로 더욱 세분화되는 날씨 예측 등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또 인간과 토론할 수 있는 수준의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인공지능 개발 프로젝트인 ‘Project Debater’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인공지능 ‘Speech by Crowd’는 다양한 사회 전반의 주제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듣고, 인식한다. 그리고 3억 건 이상의 관련 기사와 논문 또는 기록을 10분 안에 분석해 설득력 있게 자신만의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이는 학습된 일만 수행하는 현재 인공지능 수준에서 좀 더 범용적이고, 맥락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 인공지능으로 나아가려는 IBM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시도는 글로벌 기업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인 연구 분야다. ‘국가 지능화 종합연구기관’인 ETRI도 언어를 이해하고, 지식을 학습해 자연어로 지식을 서비스하는 자연어 처리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의 최종목표는 기계와 인간과 지식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인공지능으로 단답형 해답을 찾는 기술로는 엑소브레인이 퀴즈프로그램을 통해 그 우수성을 입증한 바 있다. 엑소브레인의 핵심이 되는 인공지능은 텍스트의 문법과 의미를 분석할 수 있는 한국어 분석 기술, 방대한 텍스트에 기술된 지식을 학습하고 저장하는 지식 학습 및 축적 기술, 문장으로 구성된 질문을 이해하고 정답을 추론하는 질의응답 기술이다. 현재 2단계로 진행 중인 엑소브레인은 질문에 대한 답을 문장으로 응답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특정 지식 분야에 대한 지식을 훈련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금은 이렇게 분야별로 훈련을 해야 하지만, 사람이 상식을 쌓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향후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를 대답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인공지능을 ‘단일지능’이라고 부른다. 주어진 학습 데이터 안에 있는 범위에서만 응답할 수 있고, 학습되지 않은 데이터로는 응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은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현재 인공지능 수준은 아직까지 가르쳐주지 않은 분야를 유추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본 기술 선점을 위해 사활을 걸고,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도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새로운 것을 추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CES 2019에서는 스마트 스피커를 중심으로 주요 가전, 스마트 홈 기기는 물론 게이밍 키보드, 마우스, 스마트 거울, 심지어 침대에도 인공지능 비서가 적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미국 성인 21.2%인 약 5,300만 명이 스마트 스피커를 보유하고 이 중 53%가 매일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스마트 스피커에 탑재된 음성 비서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스며들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적용 사례가 많은 분야는 비전 인식 부분이다. 구글과 아마존으로 양분되는 음성 인식과는 달리 비전 인식에서는 다양한 업체가 여러 산업에 적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자체 개발한 카메라용 인공지능 칩을 활용해 횡단보도 앞과 같이 붐비는 장소에서도 카메라 앵글 속 모든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CCTV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기아 자동차가 고객의 감정까지 읽는다는 의미인 ‘READ’라는 이름으로 컨셉카를 공개했다. 탑승자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인식하고, 스티어링 휠의 생체 센서로 심장박동, 체온 등 정보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상황에 맞는 음악과 온도, 조명, 향기 등 최적화된 실내 환경을 제공하는 차 안에서의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UX)을 강조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을 다양한 산업에 접목하고, 새로운 기술 개념을 창출하는 연구개발이 중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연구소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초지능 정보사회의 기반을 구축하고, 인공지능의 성능한계를 극복하는 초성능 컴퓨팅 실현을 전략 목표로 수립했다. 아울러 복합 인공지능, 지능형 로봇, 자율이동체, 지능형반도체,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등 핵심기술을 개발 중이다. 특히 새로운 기술 개념을 창출할 수 있는 원천 연구와 중소기업 지원, 사회문제 해결 등 임무형 연구를 포괄하는 하이브리드형 R&D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키고, 관련 산업의 체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을 비롯한 ICT 전문 석박사 인력 450여 명이 핵심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내·외 대학, 기업 등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등 개방형 R&D 전략을 통한 기술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CES에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 고작 2년 전이다. 그러나 2년 만에 인공지능이 다양한 산업군과 결합하며, CES의 중심 키워드가 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인공지능의 응용력과 파급력을 실감케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드는 인공지능 서비스는 어떻게 제공될 것인지 다가올 CES 2020 또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