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동통신 기술력은 CDMA로 대표되던 2세대부터 3세대를 거쳐 4세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가 되었다. 물론 이동통신은 많은 기술이 종합되는 분야다. 그 기술 하나하나가 모두 세계 최고냐고 묻는다면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이동통신에 들어가는 기술들을 하나로 모아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했다는 것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며, 세계 최고로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발걸음을 뗀 것이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그동안 산·학·연 모두가 기울인 각고의 노력을 통해 얻은 값진 산물입니다. 그 어떤 이동통신 사업자도 ‘세계 최초’ 명성을 거머쥐기 위해 고객 불만이 발생할 미완의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습니다. 때문에 ‘세계 최초’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며, 세계 최고를 의미합니다. 덧붙여 향후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실질적 세계 최초, 세계 최고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심도 있는 시험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새로운 세대의 이동통신이 처음 구축되어 지고,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상당수 발생합니다. 수십만 수백만 사용자가 사용했을 때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실험실에서 시험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위험성을 안고서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이루어냈다는 것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덕분입니다. 4세대 LTE-A부터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라선 우리나라 이동통신 기술력이 5G 상용화에서 더욱 꽃을 피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세계 최초 상용화의 의미는 이동통신 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효과와 수직적 산업 융합을 만들어내는 간접적인 효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를 5G 테스트베드로 활용하여 네트워크 장비를 만들어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기술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장비 수출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스마트폰 등 단말기 제조업체는 세계 최초로 5G 단말기를 출시하여 상용 환경에서 조기에 검증이 가능했고, 향후 전 세계의 5G 상용화 시대에 단말의 시장 우위를 달성할 것입니다. 이외에도 소형셀, 중계기, 분산 유닛 등과 같은 국내 5G 전후방산업의 제품들을 조기에 검증하고, 향상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발판으로 국내외 이동통신 산업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5G 이동통신은 인공지능 기술과 더불어, 전 산업 분야에 핵심적인 인프라로 활용될 것입니다. 자율주행차 실현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자동차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며, 스마트 팩토리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제조업 생산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또 국방 및 사회안전망을 위한 네트워크로 활용되어 국가의 기본적 근간을 형성할 것이고, 스마트 시티와 같이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서비스를 내놓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행정, 의료, 농업, 수산업 등의 모든 산업 분야에 이용되어 제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결국 5G 이동통신은 전 산업 분야로 파급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를 통해 타 산업의 신규시장 창출이라는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사회 안전 및 국민 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등 엄청난 간접적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갈 때도 3세대에서 4세대로 넘어갈 때도 “굳이 비싼 돈을 지불하며, 세대를 바꿔야 해?”라는 비슷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우선, 스마트폰이나 패드와 같은 단말을 보유한 국민은 속도감이 가장 큰 변화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5G 상용화 초기에는 4G의 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불만이 있겠지만, 현재와 같이 가입자가 점차 늘어나고, 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지속해서 구축하게 되면 5G의 속도감은 더욱 두드러질 것입니다.
하지만, 5G 시대에서는 4G 시대에서는 없었던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의 미세먼지의 양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내가 운전하는 차량에서 주변의 교통정보 및 지형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VR·AR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으며, 스마트 팩토리 실현을 통해 내가 원하는 사양의 제품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5G는 스마트 재난 안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와 소방관들이 5G HMD(Head Mounted Display)를 통해 사고 현장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신속히 화재를 진압할 수 있어 우리 안전의 도모도 예상됩니다.
이로써 5G 시대에서는 통신이 최고의 복지가 될 것입니다. 국민이 보유한 단말기를 통한 고속의 동영상 및 AR·VR 서비스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안전과 윤택함을 제공하는 복지가 마치 물에 스며들 듯이 국민들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ETRI는 이동통신 기술과 관련한 전문 정부출연연구원으로서 2세대 이동통신부터 5세대 이동통신까지 국가적으로 필요한 미션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습니다. CDMA, WiBro, LTE-A 시스템 개발, 이동통신 핵심표준기술개발, 국내 이동통신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소·중견기업 기술력 증대를 위해 연구역량을 집중했으며, 그 성과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이동통신 강국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5G 이동통신을 위해서, 새로운 이동통신 주파수인 밀리미터파(mmWave) 기반 5G 이동통신 시스템의 핵심요소기술 개발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국제표준기구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해왔습니다. 아울러, 밀리미터파를 이용해 서울지하철 이동 백홀 시스템 개발에 성공키도 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평창올림픽 기간에 강릉에서 버스를 통해 유럽(헬싱키)과의 실시간 동영상 공유 시연도 끊김없이 제공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 2017년 12월, 5G 국제표준기술의 제정이 완료됨에 따라, 연구진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5G 기술력 증대를 위해 5G 스몰셀, 5G 기지국 분산 유닛, 스마트공장형 5G 솔루션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열매는 국내·외 대기업이 가져갔다면, 세계 최고 5G 상용화의 완성은 대기업과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함께 생태계를 조성하고 상호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5G는 이제 막 상용화된 기술이기 때문에 문제점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비스 초기에는 가입자들로부터 불만이 있을 겁니다. 5G망에서 LTE망으로 전환 될 때 전화기를 껐다 켜야 한다거나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다는 문제들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하나씩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추가로 조금 더 말씀드리자면, 5G 시대의 진정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이동통신 사업자, 시스템 공급자, 단말 제조업체 등으로 구성된 이동통신 산업 관련 종사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인공지능과 같이 5G는 이동통신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타 산업과 자연스레 융합되는 산업입니다. 타 산업 간에 융합에는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규제의 개편이나 협력 등이 필연적으로 요구됩니다. 각 산업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5G 이동통신과의 융합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와 꾸준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진흥 및 규제가 유선통신을 전제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유·무선통신을 함께 허용하는 형태로 변경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적어도 산업 간 융합을 가로막는 장벽을 스스로 낮춰 나가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타 산업에서도 5G가 또 하나의 경쟁 기술이 아니고 새로운 도전과 기회로 인식해야 합니다. 각 정부부처에서도 5G를 독립적인 산업이 아닌 부처가 담당하는 해당 산업에 새롭게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전폭적인 환경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TRI는 이렇듯 5G와 융합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해 해결책을 미리 제시할 것입니다. 이는 융합 산업의 도전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정부출연연구원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김태중 본부장의 최종목표를 물었을 때 그는 “세계 최고의 이동통신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동통신하면 ETRI 미래이동통신연구본부가 떠오르고, 함께 협력했을 때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ETRI는 5G뿐만 아니라 6G에서도 세계 최고의 이동통신 파트너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로 김태중 본부장이 던진 키워드는 ‘현재의 솔루션에서 미래의 솔루션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도약할 수 있는 미래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가는 방법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파트너를 달성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