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위험한 도전, 창업
사람은 선택으로 자신을 대변하고 만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그도 그 말을 믿는다. 물론 경솔하면 안 되겠지만, 결단하지 못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없고 그것에 대해 더 알 수도 없다. 항상 정답을 낼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결정하고 정답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창업을 생각했다.
허 대표는 일단 사표를 제출하고, 평소 아이디어들을 기록해 놓은 수첩을 꺼내 어떤 아이템으로 사업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많은 아이템이 있었지만, 다시 보니 참신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가장 괜찮은 아이템을 가지고 벤처 캐피털에서 일하는 후배를 찾아갔다.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의견도 들어봐야 했고, 내심 투자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까지 하며 설명 자료도 열심히 작성해서 들고 갔다. 하지만 대답은 간단했다. 밥만 얻어먹고 온 셈이다. 쉽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이건 아니구나 싶어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02
농업용 드론과 ETRI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던 중 허 대표는 ‘ETRI 창업 아바타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동통신 및 IoT 시스템, 위치 기반 플랫폼 등의 경험과 ETRI의 ‘지능형 헬리캠 원격 제어 및 영상 전송 통합 솔루션’ 기술을 결합해 산업용 드론 솔루션을 만들면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드론은 허 대표가 일본을 드나들며 사업을 시도한 적도 있었는데, 당시 환율이 급변해 무산된 아이템이었다. 구체적인 창업 아이템은 농업용 드론으로 잡았다. 농촌 인구의 노령화로 이제 방제 작업 등에서도 기계화가 진척될 수밖에 없고, 방제 전문 회사나 농협 등의 대행 서비스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앞서 출발한 무인 헬기보다는 드론이 여러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대당 2억 원씩 하는 헬기에 비해 드론은 4~5분의 1 가격으로 접근이 더 쉬웠고, 두 명씩 현장에 나가 직접 원격 조종을 해야 하는 헬기 보다 드론의 자동화 솔루션은 훨씬 간편하게 작업이 가능했다.
GPS 오차 범위도 헬기는 몇 m, 심하게는 20~30m까지 나고, 뜨고 내릴 공간이 넓어야 하지만, 드론은 오차를 몇 cm까지 줄일 수 있었다. 허 대표는 이 오차를 1인치 이하 수준으로 줄이고, 고해상도 항공사진으로 장애물을 식별하며 방제 경로를 설정해 방제의 품질을 높이는 제품을 개발했다.
03
어려운 자본 조달과 팀원들
법인 설립 후에 마주친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가장 큰 것은 단연 자금 문제이다. 한 대에 수천만 원의 덩치 큰 물건이라 시험 제작에도 돈이 많이 들었다. 허 대표는 ETRI의 초기 지원과 국가 과제 등을 수행하며 겨우 자금을 맞추어 나갔다. 인력을 구하는 문제도 쉽지 않았다.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신생 업체에 오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창기 기업들은 대개 임금 수준이 낮아 기피 하기도 하지만, 허 대표는 능력에 맞추어 충분히 임금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지금도 지켜가고 있다. 초창기 기업에 불가피한 주말 출근 등에도 거부감 없이 적극적으로 임해주는 팀원들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덧붙여 그는 캠핑카를 빌려 1주일씩 합숙을 하며, 비행 시험을 하는 등 창업 초기의 고된 일정을 모두가 잘 견뎌주어 고마웠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계백 장군의 3불(不) 전략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상대방이 원하는 곳에서 싸우지 않고,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우지 않고, 상대방이 원하는 시점에 싸우지 않는다는 3불 전략을 경쟁 사·시장·고객에게 적용해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한다. 또한, 차별화된 고객 가치 제공을 위해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최고의 기능·성능·품질을 제공하려 한다. 아울러 허 대표가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구성원 모두의 행복이다. 사람은 모두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때문에 구성원의 회사 생활이 항상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