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0 · December 7 · 2018
촉각으로 느낄 만큼 정보를 매우 빠르게 전송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촉각 인터넷’이라고 한다.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는 촉각 인터넷을 1ms(1/1000초)의 초저지연(Ultra-Low latency)과 함께 인터넷의 이용 가용성, 신뢰성 그리고 보안 수준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으로 정의했다. 과연 촉각 인터넷이 가져다줄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어느덧 10개월이 지났다. 이번 올림픽은 두 차례 탈락의 고배를 마신 후 얻어낸 축제의 장이었다. 특히 한국의 ICT를 전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ICT 올림픽’이라는 목표 아래 기가급의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궁극적으로 통신이 발달하게 되면 인간의 오감 정보 전달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미국으로 출장을 간 아빠가 스마트폰 액정화면을 통해 한국에 있는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질 수도 있다. 오감 중 귀가 느끼는 시간은 1/10초, 눈이 반응하는 시간은 1/100초, 그리고 촉각이 반응하는 시간은 1/1000초 정도이다. 사람의 촉각이 느낄 만큼 정보를 매우 빠르게 전송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촉각 인터넷’이라 한다.
올 8월 기준, 기가급 와이파이 홈서비스 가입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핵심원천기술인 광액세스 기술은 촉각 인터넷의 기반이 되는 차세대 네트워크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기가급 통신이 본격 개화될 촉각 인터넷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2010년대가 모바일(Mobile) 인터넷 시대였다면, 2020년대는 촉각(Tactile) 인터넷 또는 햅틱(Haptic) 인터넷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정체되었던 관련 산업들이 미래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설비를 지능화하고, 미처 발굴하지 못했던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료진단 영역 활용 측면에서도 통신 기반은 꼭 필요하다. 지금까지 원격의료진단이 표면적인 시도에 그쳤다면, 촉각 인터넷은 원격의료의 꽃을 피우는 핵심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원격지의 환자를 대상으로 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다빈치 로봇과 촉각 소통을 하면서 매우 정밀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촉각 인터넷은 산업생산 공정에서 다양한 지능제조기술을 탄생시킬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들이 현실화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술이 있다. 바로 ‘초저지연 광액세스망 기술’이다. 이는 국내 연구진이 지난 11월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ETRI는 기존 유선 인터넷의 최대 속도인 2.5Gbps를 뛰어넘는 25Gbps급 인터넷이 가능한 핵심원천기술 개발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즉, 1GB(기가바이트) 영화 3편을 1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로 인간이 촉각을 느낄 수 있는 속도인 0.001초 만에 데이터 전달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연구진의 개발로 향후 촉각(Tactile) 인터넷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연구진은 본 기술을 ‘틱톡(TIC-TOC)’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처럼 빠른 통신기술이 향후 고화질 1인 미디어 방송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같은 실감형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지역이나 재난지역에 로봇을 대신 투입해 정밀하게 조종하고 제어하는 작업도 쉬워져 로봇을 통해 사람 대신 일을 처리하는 제어용의 활용도 가능하다. 이로써 촉각 인터넷 세상은 사람의 안전과 복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의 미래사회를 견인할 것으로 예측된다.
촉각 인터넷은 앞서 말한 산업체에서의 기술뿐 아니라 생활공간 속에서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분야로 자율주행차, 건강관리, 게임, 교육 및 문화 영역에서 촉각처럼 실시간 반응이 필요한 곳곳에서 새롭게 개척될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사회문제, 고령화, 무인자율주행차 증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 e-러닝, 대규모 오픈 온라인 코스(Massive Open Online Course)와 같은 비대면 교육방법에서도 촉각 인터넷의 즉시성을 활용하면 새로운 교육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촉각 인터넷에 차량이 연결되면 원격지에서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탑승한 자율주행차 제어가 가능해지거나, 주변 물체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일정한 직경 크기의 개인 안전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즉, 사람에게 닥칠 수 있는 교통사고 등과 같은 사고 위험을 미리 감지해서 알려주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할 수 있다.
촉각 인터넷 세상은 이처럼 우리 생활 주변에서 사물지능서비스와 함께 사람들의 편의성과 안전, 복지를 위해 세상을 바꾸어 갈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와 가능성을 불러올 촉각 인터넷 시대가 더욱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