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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출원으로 전 세계에 도전하다.
정기웅 대표는 ㈜구버넷이 보유하고 있는 원천 특허 기술로 차세대 네트워크 접속장치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가 개발하고 있는 것은 가상화 서버에 특화된 차세대 네트워크 접속장치다. 정 대표는 가상화 서버 분야의 기술적 측면에서 가상 플로우라는 개념과 그의 인식 방법에 대한 개념적 등록 특허 3건으로 시제품을 만들었다.
오랜 기간 연구원 생활을 해온 정 대표는 가치 있는 연구들이 연구 자체에서 사장되는 결과들을 많이 보아왔다. 국가 연구 기관이 해야 할 큰 틀의 연구 업무도 의미 있겠지만, 연구원에서 이루어진 잠재성 있는 결과물의 상용화를 실현하는 것 또한 커다란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창업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는 IT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며, 세계가 주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는 원천성 측면에서의 기술력은 조금 더 고민해 볼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당면한 숙제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오랜 기간 국책 연구 업무를 수행해 온 경험을 통해 원천성 있는 기술력에 바탕을 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는 다른 창업자들처럼 계속 창업을 준비하고, 어떤 순간에 인생의 중대한 결단을 내리듯이 창업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02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창업
“어, 어, 하다가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는 1990년에 ETRI에 입사했다가 1996년 홀연히 미국 유학을 떠났다. 서른일곱의 늦은 나이였고, 이제 막 세 살이 된 어린 딸이 있었다. 그는 모르는 것이 있으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청춘이었기에 미국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후 IMF 사태가 터져 구조 조정이 있었고, 휴직 상태에서 유학 중이던 그는 귀국과 퇴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공부를 중단할 수 없었던 그는 퇴직을 선택하고, 학업을 계속해 나갔다. 2006년 귀국해 ETRI로 돌아왔을 때는 계약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정 대표는 재입사 후 많이 변해버린 자신의 주변 상황과 연구 환경이 낯설었다. 그러다 어떤 벤처 기업에서 같이 일을 만들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이끌리듯 창업의 길을 나섰다. 연구원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움을 통해 나의 일을 한다는 뿌듯함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던 시작이었다. 그렇게 ‘어, 어’ 하며 정 대표의 창업이 시작됐다. 2012년부터 시작한 창업은 연구원에 상주하며 수행하는 연구 용역이었다. 창업인지 용역인지 헷갈리는 모양새였지만, 정 대표는 그 기간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2년 후 연구원 시절을 함께하던 지인의 말에 따라 ETRI 예비 창업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어쩌면 이때가 자신의 창업 인생에 하나의 커다란 전환점이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동기 창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가지 간접 경험과 정보를 얻었고, 이것이 본격적인 창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2015년 1월 법인을 설립할 때까지 정 대표는 뒤를 돌아보거나 곁눈질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준비도 의지도 없이 어쩌다 시작하게 된 창업인데, 돌아보면 오히려 그게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적극적인 의지로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떠밀려 한 것이라는 느낌이었지만,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매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